샘들 해건지기.

새벽을 가르고 깔개를 들고 고래방으로 건너온 샘들.

이 겨울 샘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간이다.

일은, 아무리 미리 준비하고 많이 해도 여전히 종종거리게 된다.

이 오래고 낡고 불편한 공간을 메우는 일이 그런 데다

아이들과 보낼 새날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그리느라

간밤에도 새벽 2시가 훌쩍 넘어 잠이 들었던 터다.

애들이랑 같이 해건지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 부재의 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이 정도의 준비도 없이 하루를 모실 수는 없다는 각오들.

힘이 들지만 하면 좋다는 걸 아니 우리는 또 하기도.

오늘 대배는 계자를 위해, 더하여 곧 간호사 시험을 보는 태희샘을 위해서도 하기로.

합격을 동지들이 친구들이 같이 비는 의식이 뭉클하였다.

몸을 풀고,

대배 백배를 하고,

호흡명상을 하고 아이들을 향해 걸어간다.

오직 아이들을 섬기는 일로만 오늘 하루를 살겠다.

마당에는 벌써 나와 공을 차는 아이들이 있다. 책방에 가 있기도.

 

해건지기.

아침부터 열기는 첫날이라 조금 어수선한 감이 있었다. 내일이면 당장 익을 게다.

첫째마당 몸풀기,

둘째마당 호흡명상,

셋째마당은 밖으로 나가 걷기.

현준과 큰도를 따라 아이들이 천천히 마당을 걷고

밥종을 치며 가마솥방으로 들어섰다.

어릴 적 나가기 싫어 가장 늦게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나서던 현준이,

6학년 큰 형님이 되어 앞서서 나가는.

아이들은 거개 때가 되면 자란다.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은 좀 기다리는 것.

덧붙인다면 보다 건강한 방향성을 안내할 뿐인.

부슬비가 지나갔다. 날이 푹하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춤명상에 쓰이는 음악이 가마솥방을 채우고 있었다.

때로 밥상머리무대에서 밥상머리공연이 있으나

첫 아침이라 아직은...

나날이 밥 양이 늘어날 것이다.

새로 태어난 새 아침,

하얗고 노랗고 까만 고명을, 더하여 두부꾸미를 얹어 떡국을 먹다.

 

, , , 애들 좀 보아.

예선이는 반팔이다.

아이들은 맨발이 예사고.

저것들이 이 모진 추위 속에서 저러고 있다.

바람구멍 많아도 안이라고 그런 모양이다.

젊은 할아버지가 뒤란 아궁이에서 장작을 아끼지 않았다.

하기야 추울 틈이 없지, 얼마나들 놀아대는지.

저리들 노는 아이들을 붙잡아 앉히는 것들이 무엇인가?

세상? 어른들의 욕망? 부모 욕심? ...

 

때건지기마다 아이들이 설거지를 한다.

큰도 건우 동우 하늘 소미 유빈이가 가마솥방과 부엌을,

작도와 서윤이가 제2식당 청소를 맡았다.

작도는 장난스레 하기 싫은 투를 보이지만

그래도 꼼꼼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저 아이 어느새 4학년이 되는 게 맞구나 싶더라는 현진샘.

우리 어른들이 안달하지 않아도

어째도 아이들이 자란다. 생명의 힘은 그런 것.

 

손풀기.

어제 큰모임에서 아이들의 의견을 받고 간밤에 샘들이 써넣은

이번 계자의 속틀을 안내하고,

예술활동이자 명상인 손풀기에 들다.

손풀기 하는 법 안내하겠습니다.

크게 그립니다!”

아이들이 따라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립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립니다!”

, 세 가지인데 하나가 뭐였더라 잠시 주춤하는데

왔던 아이들이 말했다.

말없이 그립니다!”

나는 점점 낱말이 희미해가고

생생한 아이들이 그 낱말을 붙들어준다.

더 부지런히 보고 더 많이 움직여두어야겠다.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좋은 생각들을 더 많이 아이들에게 나누기로.

그림을 다 그린 아이들이 자신이 벽이 되어 전시회장을 만들고

모두 눈으로 걸어 다니며 관람했다.

이 시간은 샘들로서는 그림을 통해 아이들을 꽤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이는 뭔가 억눌려 있나 보다, 저이는 상처가 깊은가, 저이는 자신만만하구나, ...

아이들의 행동에 뭔가 줄만한 도움이라도 있을 라 치면 이번 계자에서의 자기 숙제로 준다.

어제 예선이는 허리 세우기를 숙제로 받았고,

윤수는 손풀기에서 크게 그려보기를 숙제로 받았다.

원진이 역시 소리를 멀리 앞으로 밀어보자 하였네.

크게 그리며 혹 작아져있을지도 모르는 나를 크게 키워보기.

지율이는 그림을 그리는 우리들을 스케치북에 담아주기도 하였네.

사흘에도 성큼 변화를 보여주는 그림들이라

이 계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은근 설렌다.

끓는 불 위 호박죽처럼 복닥복닥 해대던 아이들이

명상하듯 고요하게 그림을 보고 있는 모습에

중간에 방을 들어오던 샘들이 멈칫하게 되더라는 손풀기.

 

보글보글.

묵은지와 밀가루가 중심재료였다.

방이 붙고, 수강신청을 하고,

김치떡볶이 방에는 현준 김도 수범 작도 지율 정인이가 있었다.

김도가 어묵을, 수범이가 파를, 작도가 어묵과 파를 썰고,

현준이는 파에다 양배추까지 썬 뒤 어묵을 하트며 물고기 모양이며 미술놀이로.

지율이 고추장을 풀고 설탕 넣고 끓는 걸 계속 지켜 봐가며 간을 보았고,

정인 역시 어묵을 썰며 자리 비우지 않고 간을 지켰다.

 

김치핏자: 태양 예선 율희 소미 동우 윤수 민혁

태양이가 반죽을 어찌나 옹골지게 하던지 바닥이 다 울릴 정도였고,

조금씩 반죽을 잘라 손톱만한 미니피자를 만들기도 했다.

예선이와 소미와 율희가 양파를 손질했고,

동우가 감자를 깎은 뒤 반죽도 조물닥조물닥.

소미와 윤수가 배달을 즐거이 떠나고

부엌으로 장도 열심히 보러 다니고.

윤수는 호시탐탐 치즈를 노리는 다른 방 아이들로부터 그것을 지켜내기도.

처음에 원하는 떡볶이방을 못 가 실망했던 율희는

마칠 때 핏자가 최고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김치를 못 먹는다는 민혁을 배려해 김치 없는 핏자를 만든 아이들.

다들 방의 어떤 요리보다 저희들 핏자가 제일 맛있다고.

민혁이는 수제비방에서 핏자방으로 온 위탁생이다.

김치도 싫고 수제비도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던 민혁.

태희샘이 김치를 빼고 만들 수 있는 핏자방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해보라 제안.

시간이 끝나고 태희샘 한테 인사도 잊지 않은 그다.

덕분에 보글보글 잘했다고 말이지.

율희도 민혁이도 전화위복이었을세.

그저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이같이 좋음을 몰랐을.

지금이 다가 아니고 또한 지금이 다이다.

지금이 최악일지라도 그 상태로 일단 밀고가보기.

그 끝이 다시 최악이라면 다시 또 밀고가보기.

좋은 순간이 오잖겠는가, 사람살이 길고 기니까.

 

김치만두: 큰도 고도 인우 세미 우빈 하준 서윤

인우와 고도가 가위로 불린 당면을 자르고, 서윤과 세미가 파를 다지고,

유빈이가 어묵을 자르고, 서윤이는 반죽까지,

세미와 유빈이 속을 버무렸다.

고도가 부엌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

원활하게 흘러갈 줄만 알았더니

시간이 흐르며 각 개별적 특성이 드러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해버려 아쉬움이 다소 남기도 했다는 휘령샘의 전언.

만두 작업을 아이들이 오래 하기 쉽잖은.

서윤이가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를 좀 높였더랬네.

그런 와중에도 큰도는 다른 방에서 배달돼 온 음식을 아이들과 먹으며

샘들 먹으라 남겨두고. 형만 한 아우가 없는.

어느새 다 빚은 만두를 부엌에서 윤실샘이 연신 쪄주었고,

아이들은 그걸로 튀김만두도 해먹었다.

결과치가 아주 훌륭했던.

 

김치수제비: 원진 하늘 윤진 채원 소윤 준형

다른 방을 신청했으나 놓쳐버린 이들이 모여

화목샘이 은근 걱정이 좀 있었다는데,

잘했다 정도가 아니라 과정, 결과 모두 완벽했다지.

김치수제비 주방에서 업무들을 분담,

윤진 채원 소윤이 반죽팀, 원진 하늘이 썰기팀, 준형과 화목샘의 감자깎기팀.

소윤을 중심으로 반죽의 농도를 봐가며 물과 밀가루를 넣었다.

어른들도 한 번에 물을 많이 넣고는 너무 묽어 밀가루를 더 넣기 일쑤인 걸.

윤진이도 소매를 걷어 달라 부탁하며 열심히.

자기 발에 밀가루가 쏟아져 찌푸리기라도 하련만 반죽에 열심인 채원.

원진이와 하늘이, 야채 써는 방법을 알려주니 곧잘 따라서 하고,

준형은 굉장히 꼼꼼하게 감자껍질을 벗겨내려 애쓰고, 실제 그리 한다.

반죽이 다 되자 모두가 나누어 수제비 빚기.

소윤이는 면처럼 길게, 하늘이는 반죽 사이 대파와 감자를 숨겨서 만들기도.

하기 싫은 것도 좋아하게 만드는 곳이 물꼬인 것 같다.’(화목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하늘이는 수제비를 싫어한대 놓고 국물에 밥까지 말아 다 먹었더라지.

 

김치부침개: 하랑 수현 한결 우현 준선, 건우

수강신청 때 남학생들에게 별 인기가 없는 방이어서

각각 친한 친구들과 떨어져 모인 이들이었다.

하랑 수현 우현이가 책상을 옮기는 시작부터 벌떡 일어나 움직여주고,

하랑 건우 준선 수현이 양파를 썰고

그 사이 한결 우현은 김치를 가위로 잘랐다.

하랑이는 제 하고픈 대로 양파를 잘라보고,

한편 건우는 현진샘이 부탁한 채썰기를 해주었네.

하랑이와 건우가 서로 하고 싶어 하면서 티격거릴 만도 하건만

차례를 정하며 그것을 서로 잘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믿고 많은 부분을 맡기니 모두가 행복해하는 느낌을 받았다.’(현진샘)

 

부엌에서는 배추전을 붙여서 냈다,

김치부침개집에 갔다가 배추전을 두 장 부치고 나오면서

모두가 먹어도 좋겠다 싶어.

서른 장 가까이 부쳤는데, 애고 어른이고 다 먹었다.

민혁이었던가 김도였던가

처음 먹어본다고, 하지만 먹어보겠다고, 먹어보니 맛있다고 또 오기도 했다.

해보기! 물꼬의 자유를 설명할 때 세 번째가 바로 하는자유!

때건지기에서 안 먹어도 되지만 시도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그대로 다시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자꾸 안면을 익히면 나아지고 친해지는 날도 올 수 있을.

 

구들더께.

마당으로 나가 공을 차거나

책방에서 책을 읽거나 오목을 두거나 체스를 하고.

성업 중인 호텔이 있었으니

춘식이(카카오프렌즈 캐릭터라고. 라이언과 사는 길고양이.)호텔이라고.

우리 세대에게 춘식이는 강소천의 동화에 나오는 이름으로 더 기억할 텐데.

파티션이라든지로 칸을 구분한 이불을 깐 방들이 있고,

부속으로 안마방이 있었다.

커튼이 다 내려지고 무드등이 켜져 있어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었다.

그야말로 구들더께가 될 수 있는.

종사자들이 많은, 규모가 꽤 되는 호텔이었다.

태국산 숄이 드리워진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모둠방의 티피 안에 있던 둥근 털 깔개로 만든 분수대가 있고,

안내대에서 접수를 도와준다.

유정이 사장으로 부사장 지율과 임원단이 되고

인테리어는 현준 실장의 솜씨였지만 곧 이직하다.

사장 개인 비서로 작도가, 부사장 개인 비서로 하랑이,

경비원으로 큰도를 채용하고,

팀장 소윤에 사원 율희와 소미, 그리고 하준이가 캐셔,

계약직으로 민혁이도 있었네.

날개쭉지 전문가 민혁이처럼 각자 자기 전문분야가 있기도.

집에서들 해본 솜씨가 여간 아니었다.

엄마아빠들이 키워놓고 보람 있으시겄다.

나올 때는 카드로 결제해야.

 

호텔의 명성이 부엌까지 들렸고

직원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밥바라지들도 잠시 들리다.

가장 좋아 보이는, 티피가 있는 집은 VVIP룸이었다.

그곳에는 부속으로 안마방도 꾸리고 있었다.

접수를 하고, 방으로 안내를 받고, 안마를 받고,

마지막엔 집(가마솥방)까지 부사장이 직접 배웅 서비스.

노곤한 샘들을 위한 아이들의 배려였고,

한데모임에서 뿌듯하다고 했다.

누군가를 도울 때 우리는 기쁘다.

내가 좀 힘들더라도 마음을 내고 다른 이를 위할 때 우리는 더욱 성장한다.

옆의 모둠방에서는 서윤이 만든 파괴호텔이 등장.

간섭 금지’, ‘마음대로 하셈을 건 호텔이었다.

그 다양함이 또 좋았네.

그 방에는 현진샘이 자리를 지키며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었더라.

 

서윤 큰도 작도 태양 세미 소미 율희 하준 윤진이 수건돌리기도 한다.

뽀롱뽀롱 뽀로로를 여는 곡 들을 부르며 돌고 돌고.

수범 인우 도현 준형이 회사놀이도 하다.

회장님, 오셨습니다! ”

보고서를 왜 이렇게 썼어? 20232003으로 썼잖아!”

그 옛날 골목에서 아이들이 놀던 전쟁놀이는

이제 이런 회사놀이가 된 듯.

아이들로 시대를 본다 할까.

아이들은 늘 우리 어른들의 반영이라.

그래서 허리가 곧추세워지기도.

어느 틈에 또 덩어리가 해체되고

채원이와 수현이가 남자애들 사이에서,

준형 인우 고도 우현이가 또 한 덩어리로 놀고 있었다.

팔씨름도 하고, 악당과 정의의 사도가 등장하기도.

 

마당에서는 김도 준선 동우 원진 윤수 수범 예선 건우가

눈 피구를 하고 있었다.

눈덩이를 던져 맞추기놀이.

잘 맞히지 못해 구박을 받던 동우는

피하는 걸 잘해서 칭찬을 받는 반전이 있었다.

놀이가 지리해 질 때쯤 채성 형님이랑 공을 차고 있는 아이들.

 

김도의 바둑 실력이 소문났다.

저마다 재주들이 많다.

대회에도 나간 적 있다고.

윤진이는 태권도학원에서 받았던 트로피를 지난 계자에 물꼬에 두고 가면서

다음에 급수가 올라간 것 받아서 바꿔놓겠다던가.

그걸 먼지 닦아주느라 물꼬 일이 늘었다니까.

자꾸만 짐이 느는 물꼬다.

 

책방에서는 경찰과 범인의 총격전 역할극이 있었다.

책을 읽는 이가 없는 틈이었다. 고도 인우 하늘 셋이.

이미 서로 아는 아이들이 계자를 같이 왔던.

아이들은 무엇으로든 뭘 하든 잘 논다.

새로 만나 쌓는 우정도 좋지만

친구들이 같이 와서 우정을 다지는 것도 보기 좋다.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웃지만

서로 약속하고 그것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또 그것대로 대단하다.

 

아이들이 계자를 좀 더 오래 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진지하게 있었다.

한 달 하자 하다가

엄마가 보고 싶은 이들이 있을 테니 현실적으로 2주짜리로 하자고.

한때 그런 계자도 있었다.

2주 하면서 한 주를 마치고

때빼고 광내고시간에 황간까지 버스로 30분을 달려 나가 목욕탕을 다녀오기도.

캠프보다 시골 외가 같은 느낌으로 일정이 조금 더 느긋하고 긴

그런 계자를 다시 해봐야겠단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저녁 때건지기.

밥상머리무대에서 밥상머리공연이.

준비하고 있던 걸그룹(소윤 수현 채원)의 내부 불화로 공연 직전 취소.

짐작컨대 무대 위치 싸움이었던 듯.

학교아저씨가 무대를 다 치워두었는데,

급조된 채성과 화목의 피아노와 춤이 대신했다.

아주 잘 준비되었을 때만 나서려는 경향이 우리들에게는 있다.

그래서 그냥 즐기는 무대를 보여준 채성 형님이 빛났다.

노래? ‘나비야였던.

 

한데모임’.

신아외기 소리는 어쩌면 모든 계자의 주제곡이라 할 만하다.

오랜만에 신아외기 소리를 불러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고,

이번 계자 주제곡 모두 다 꽃이야를 손말과 함께 배워서 더욱 좋았고,

손말을 열심히 배우려는 아이들의 눈빛과 모습에 조금 감동했던 것 같습니다.‘(태희샘)

목이 벌써 잠기기 시작한 채성 형님,

오늘 따라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부르더라...”

이번 계자 주제곡을 손말로 익혀보기도.

하루를 어찌들 보내셨냐 물으니

보글보글방에 대한 엄청난 열광들을 쏟다.

 

같이 잘 살기 위해 의논할 일도 있었고,

서로에게 하고픈 말도 있었고,

때로 의견이 충돌하고 거기서 우리는 최선을 끌어내고...

그때 펼쳐놓은 노래집 메아리곁에 노린재 등장.

수현이가 놀라서 울었다.

남자 아이들이, 뭘 그리 수선스러우냐 한소리하고,

하준이는 자기는 곤충 안 무섭다 한다.

아이들에게 말했다.

노린재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데,

 잘 모르면 겁이 날 수 있지요.

 더구나 갑자기 무언가 나타나면 놀랄 수 있지요.”

이제 노린재가 어떤 곤충인지 알았으니 덜 무서울 수 있을 게다.

 

말을 해야 한다.

다툼은 대개 오해인 경우가 많다.

상황을 알면 이해가 된다.

서로 목소리 높였던 한 때를 풀기도 하고.

세미가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는데,

파괴호텔의 안내판에 한 낙서가 문제가 돼 소요가 있었다.

그것의 발단을 찾는 가운데

자고 있는 세미가 별 뜻 없이 쓴 문장이지 않을까 의견이 좁혀지고 있을 때

정작 세미는 없는 상황.

그때 여섯 살 동생 하준이, 똘망똘망 열심히 세미 옹호를 했다.

세미 누나가 그럴 리가 없다, 착한 누나다, 그런.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더라.

 

대동놀이'.

물꼬 놀이의 고전 하나 알 알 알’.

화목샘이 진행하다.

별 재미없을 듯한 표정들이더니

웬걸 완전 몰입해서

온 방을 알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래서 내일 아침 밥상에는 달걀말이가 오르게 될 것.

끝나고 밤참을 먹었다. 밤이 기니까,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도 움직임이 많고,

이른 아침에도 해건지기를 해야 하니.

벌써 가마솥방 앞에 줄 아이들이 줄을 섰는데,

방에서 인우가 그랬다지.

지금 가면 너무 복잡하니까 조금 이따가 가자고.

이곳에서는 마지막에 줄을 서도 내 몫이 있을 거라는,

오지 않은 아이를 기억하고 챙긴다는 걸 아는.

그러면 아이들은 달겨들지 않더라.

 

하루재기.

오늘을 어떻게 모셨는가 돌아본다.

기대에 차고 설렜던 어제에 오늘은 답이 되었는가.

준형이가, 수범이가 안 괴롭혀서 좋았다, 라고 했다.

같이 방과후 활동도 하는 아이들인데,

수범이에게 변화가 생긴 걸까.

마음이 더 순순해지는 이곳이 좋다.

 

샘들 하루재기.

오늘 든 생각은 물꼬가 선생님이 아이들을 생각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선생님을 참 많이 생각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피아노를 치던 7살 윤진이가 밥상머리공연을 해보라 하고, 주변에 샘들이 다 안마를 받고 있는 상황해서 쌤도 안마해줄까요?라고 

다가온 9살 민혁이. 쌤들이 좋아하니 안마서비스를 계속하고 싶다는 정인이. 서로의 좋은 마음이 오가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하면서도, 물꼬가 그런 공간이라서 감사하다.’(화목샘)

 

무얼 하면 이리 시간이 멀리뛰기를 할 수 있는가.

벌써 두 번째 밤이 진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256 2월 어른계자, 2023. 2.24~26.쇠~해날. 맑음 / 산오름(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황룡사) 옥영경 2023-03-20 532
6255 2023. 2.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3-03-19 291
6254 2023. 2.22.물날. 맑은 낮이었으나 밤비 밤눈 옥영경 2023-03-19 251
6253 2023. 2.21.불날. 맑음 옥영경 2023-03-17 274
6252 2023. 2.20.달날. 맑음 옥영경 2023-03-17 341
6251 2023. 2.19.해날. 맑음 옥영경 2023-03-15 269
6250 2023. 2.18.흙날. 까만 하늘 옥영경 2023-03-15 282
6249 2023. 2.17.쇠날. 맑음 / 다시 백담계곡으로 옥영경 2023-03-15 264
6248 2023. 2.16.나무날. 흐리다 오후 눈싸라기 / 설악산 소청산장 옥영경 2023-03-15 292
6247 2023. 2.15.물날. 맑음 / 회향 옥영경 2023-03-13 400
6246 2023. 2.13~14.달날~불날. 흐리고 눈비, 이튿날 개다 옥영경 2023-03-13 260
6245 2023. 2.12.해날. 때때로 흐린 / 설악산행 8차 열다 옥영경 2023-03-11 254
6244 2023. 2.11.흙날. 흐림 옥영경 2023-03-09 270
6243 2023. 2.10.쇠날. 흐림 옥영경 2023-03-07 254
6242 2023. 2. 9.나무날. 다저녁 비, 한밤 굵은 눈 옥영경 2023-03-07 260
6241 2023. 2. 8.물날. 맑음 / 2분짜리 영상 옥영경 2023-03-06 278
6240 2023. 2. 7.불날. 맑음 옥영경 2023-03-06 300
6239 2023. 2. 6.달날. 맑음 옥영경 2023-03-06 281
6238 2023. 2. 5.해날. 맑음 옥영경 2023-03-05 284
6237 2023. 2. 4.흙날. 맑음 / 입춘제 옥영경 2023-03-05 26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