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6.달날. 흐림

조회 수 297 추천 수 0 2023.02.11 10:40:53


계자를 건너 겨울90일수행은 계속 되고.

계자 때 불을 때기 바빴기에 땔감더미가 헝클어져있었다. 다시 쌓았다.

계자 빨래들을 해서 널었다.

신발을 한 짝만 남기고 간 아이도 있네. 빨아두었다.

남겨진 반찬통들은 다음 계자에서 통을 내놓을 때 같이 내두어야겠다,

혹 찾아가는 분이 계실 수도 있으니.

 

한 엄마가 보낸 긴, 아주 긴 문자를 받았다.

일이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아주 쓰러져버렸던 계자 마지막 날을 만회하려

날밤을 샌 새벽이었다.

 

아이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부모에 대한 편함과 믿음으로 편히 열어두고 밝히신 글이고

또한 결국은 아이들이 모두 그런 시기를 거쳐

더 훌륭하게 성장케 하는 것이 교육의 힘임을 강조하려 한 목적은 알겠으나

딱 집어 문제 많은 아이처럼 이야기 되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에

어미 마음으로 좋은 마음만은 아니었다.

부모들만 해도 우리 아이를 한 번도 보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 아이에 대해 불필요한 편견이 생길 수도 있고,

심리적인 문제점이 큰 아이 같이 오해될 수 있겠기에,

샘들의 마음과 교육의 힘에 대해 전하시려 한 부분이었다면

익명으로 적으셔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었다는.

우리 아이가 유난한 부분이 있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알고있다셨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글 부분을 읽으면 다음 계자에서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도.

샘들모임에서 한 아이에 대해 평가하신 부분은 조금만 조심스럽게 기록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덧붙여진 문자는 이러했다.

우리 아이가 장남이 심하고 샘들 말에 억지 말꼬리 붙여 이기려드는 것 잘 알고 있고 잘 가르치겠다.

그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 시기를 이미 지나고 있었다.

진짜 문제였다면 그리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좀 더 세심하게 쓰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그게 아이의 어떤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제가 다시 읽고 잘 표현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계자 마지막날 기록에도 썼지만,

섬세하게 쓰리려 하지만 쉽지 않다.

두어 시간 자면서 진행하는 계자라

감기는 눈은 둘째 치고 빠질 것 눈을 부릅뜨며 하는 작업이라 활자 오류도 많을.

썩 반기지 않을 내용(도대체 이 기준은 또 무엇인지)에도 아이들은 실명으로 등장한다.

실명 등장 때문에 내 아이가 낙인찍히거나 손가락질 받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는 부모들이 있었다.

또한 우리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오직 우리 아이들의 날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우선 나는, 아이의 그 행동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새끼의 어떤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이미 함께한 아이들은 그 아이가 누군지 아는데,

굳이 이름을 감춘다는 게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로 여겨질까 봐 더 걱정한다.

우리 모두 어떤 시기를 건넌다. 그것이 때로 최악의 어떤 모습일 수도 있다.

그게 우리 아이들의 다가 아니다. 그저 지금 그러할 뿐이다. 함부로 재단되지 않길.

사실 우리 인간 하나 하나가 문제투성이, 문제적 인간들 아닌가.

그저 지금 여기서 그 아이가 한 어떤 행동을 묘사한.

문제는 우리가 문제로 바라볼 때만 문제이다.

물론 따끔하게 당장 가르쳐야 할 일도 있다.

대부분은 아이가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때는 맵게 가르쳐야.

 

기록하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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