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7도의 아침.

큰해우소 뒤란 종이박스들이며 계자에서 나온 쓰레기를 학교아저씨가 정리하고 있다.

 

계자 기록을 끝냈다. 아이들 글도 누리집에 다 옮겼다.

이제 서서히 교실 안을 정돈해갈 것이다. 오늘은 이제 그만.

책상에서 벗어나 뜨개질을 좀 했다.

그럴 때 쉰다는 느낌이 드니까.

명상이 따로 없다. 일상이 다 명상이다.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일 속에서, 아주 긴 해를 살았는데도

여전히 새로 발견되는 내가 있다.

뜨개질만 해도 무늬를 넣자면 규칙이 있는데

그건 몇 차례 해보면 굳이 한 줄 한 줄 표시를 하지 않아도 규칙을 이해하고 익숙하게 할 텐데

오랫동안 한 줄 한 줄 표식을 달아 뜨고 있었다.

난롯가에서 잠시 앉은 짬에 하자니 연결이 더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는데,

오늘 조금 여유 있게 일 삼아 뜨고 있으니

아쿠, 그제야 규칙이 보이는 거다.

나란 사람이 참 더디다.

, 나는 더딘(머리가 둔한?) 사람이구나.

명상이란 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이겠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고 안아주는.

 

군청 산림과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 한해 지자체에서 교육청으로부터 학교터를 사려고 나서왔다.

물꼬로서는 건물주가 바뀌는.

물꼬에서 낼 2시 협의모임.

학교터 문제가 한 발 한 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독감이 길다.

계자 끝나기 사흘 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조리대 앞에 섰다.

아이들 보낸 밤이 절정인가 했더니

회복이 늦다.

끊어지지 않는 기침으로 온몸이 쿨럭거린다.

돌아간 아이들도 독감을 앓는다던데

이리들 고생하고 있지는 않으려나...

젊은 것들이 낫것지, 부모님들이 돌보니 낫겄지 하지만.

 

아들이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합격률이 높아 떨어지지는 않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6년을 공부하고 좋은 결과를 받아 고마웠다. 박수쳤다.

그의 대학 입학 때 기뻐했더랬다. 의대를 가서라기보다 그가 열심히 했기 때문이었다.

전공의로 가는 긴 터널이 또 앞에 있네.

 

그대 분야에서 알게 되는 걸 기뻐하길. 몸을, 사람을.

그리고 아픈 이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그래서 네 생이 더욱 뿌듯해졌음(잘난 체 하는 마음이 아니라)을 알았으면.

 

너무 잘하려 말았으면.

실수를 통해 성공에서 얻을 수 없었던 배움이 일어남.

참혹한 실패가 있을지라도 그대 뒤에 엄마 아빠가 있음!

 

부디 한 생을 즐겼으면.’

 

그건 세상으로 나가는 모든 아들 딸들에게 주는 말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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