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의 제습이 밥을 주고 똥을 치우고

아이들을 깨우러 가다.

어제 몸을 많이 썼던 만큼 곤하게, 따뜻하게, 충분히 잘 잤다고 했다.

여느 청계라면 아침뜨락을 먼저 걷고 학교로 내려가 모둠방에서 해건지기를 했을.

오늘은 달골에서 다 하기로.

흐름도 바꾸다. ‘오신님방에서 몸을 먼저 깨우고 대배하고 호흡명상한 뒤

몸을 그리 데워 아침뜨락을 걷기로.

겨울90일수행 기간인 요즘, 이번에는 앉은 자세를 좀 바꾸었다.

호흡명상 때 그 앉음 방식으로 처음 아이들에게 안내하다.

언제나 하는 청계지만 또 그렇게 같지 않은 청계라.

어제 미리 아침뜨락 걸음 놓을 자리를 따라가며 눈을 쓸어놓았더랬다.

청아한 하늘, 바람 한 점 없는 두터운 햇살 아래 눈 위를 걸었다.

새로 태어나는 이들에게 걸맞은 날씨였다.

 

햇발동을 정리하는 아이들을 보고 먼저 나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잤던 이부자리를 밖에서 털고 처음 되어있던 모양대로 정리하고,

방바닥은 가장자리 쪽으로 손으로 먼지를 검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씻고, 꺼진 전등을 확인하고들 내려왔다.

떡만두국와 두부꾸미와 달걀찜과 오징어젓과 김치와 귤이 놓인 밥상.

아이들이 설거지하는 동안 난롯가에서 뜨개질을 하다.

역시 겨울 풍경에 빠질 수 없는 뜨개질.

 

늘 그렇듯 늦은 아침이었으나 갈 길 머니 낮밥을 안 챙길 수 없다.

세상 나가면 먹을 거 지천이지만 이곳에서 손으로 차리는 밥상을 내고픈.

난롯가에서 전체 갈무리를 하고

아이들이 갈무리글을 쓰는 동안 가벼운 낮밥을 준비하다.

바나나를 우유와 함께 갈아 내고 롤케잌을 담다.

곶감은 들고 가면서 먹으라 하였네.

물꼬 몇 년 차이신가?”

“8년요!”

12년차, 10년차.

물꼬 10년은 명함도 못 내민다던가.

일곱 살, 초등 2년 아이들이 이리 자랐다.

안내를 듣고 그걸 다 챙기는 데는 약했던 무량이는

훌쩍 자라 전체를 안내할 줄 아는 큰형님이 되어 있었고,

채성이도 이제 아이가 아니다.

초등 때도 의젓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초등생이었다면

이제 어른들과 같이 계자를 진행하는 주체가 될 만.

, 우리 여원이,

어릴 때도 그랬지만 서로 말이 되는 그였고,

문과적 감수성에 이과 공부를 하는 너무나 이상적인 청소년이 되어 있었다.

오래 익어왔던 이들이라 그런지 흐름이 어찌나 훌륭하던지.

설거지면 설거지, 청소면 청소,

손으로 은근히 시간이 밀리면 한 차로 달랑 움직일 수 있으니 역까지 가자 싶더니

웬걸, 갈무리글 다 쓰고, 먹을 것 다 먹고,

버스정류장에 가까우니 바로 버스가 달려 우리 앞에 섰다.

어쩜 이리도 딱딱 순조로웠던 청계이런가.

오래 만나는 인연들이 참 좋더라.

청계 중에 젤 좋다 싶더라고.’

매번 그 말을 해

청계 잘 끝났냐 기락샘이 물어온 문자에 답했더니

이리 답문자 오다.

하여 다시 보낸 문자는 이러하였네.

그러니까 나는 늘 대체로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고,

대체로 현재가 좋은 사람:)’

오직 지금만이 우리에게 있음이라.

 

사랑한다, 내 어린 벗들이여.

돌아가고 나서도 고단을 밀고 누리집에 도착 글을 남겨놓은 그들.

그들로 이 하루 생이 가득 찼더라니. 여한 없는 또 하루라.

다시 한 학기를 잘 살아내고 보고하러, 그리고 새 학기를 준비하러 모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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