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1.흙날. 흐림

조회 수 360 추천 수 0 2023.01.08 01:54:01


해를 보내는 금오산의 밤.

그믐밤 아니어도 겨울90일수행 기간의 의미 깊은 한 밤.

현월봉 아래 약사여래상을 모신 약사암의 범종각에서

자정 스물여덟 번의 타종이 있었다.

(328천을 다 깨우치게 하려는, 부처님을 대신하는 울림이라던가)

공중에 걸린 다리를 건너 종루에 이르러 종을 쳤다.
평소에는 굳게 닫혔다가

한 해 한 차례 새해 서른세 번의 종을 칠 때만 열린다고.

올해는 자정에도 치기로 했다지.

안녕, 나의 한 해, 우리들의 한 시절. 모두 욕보셨다!

(, 또들 물으시겠다, 종교가 무어냐고. 특정 종교 없음. 범신교에 가까움.

, 있다고도 말할. 자유학라고, 하하.)

 

해맞이를 산에서 할 거라 식구들과 어제 미리 가족모임을 하고,

한의원부터 들린 아침이었더랬다.

계자를 앞두면 몸을 어느 때보다 더 살피게 되는데,

등 쪽은 내 손이 닿지 않으므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골반통증을 한 스무 날 갖고 있는데,

자가치료로 나날이 좋아는 지고 있으나

역시 계자가 다가오니 노동 강도를 생각하면 몸을 더 다져놓아야 하는.

 

절집 식구들이 오가기야 하겠지만

깊은 산중에서 싱싱한 나물 반찬이 흔치는 않을 거라.

여러 날 전 주지스님께 전화를 드려 지고 갔으면 하는 것들 몇 가지 목록을 받다.

길 따라만 가면 될 어려운 걸음이 아니라 또 산에서 잘 거라

낮 두어 시나 되어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대혜폭포께서 비박을 하러 오르는 두 사람이 동행을 청했다.

예정대로라면 현월봉을 향한 주요 길을 따라 걸을.

그런데 성안으로 같이 오르자고.

하여 대혜폭포를 지나 계단을 오르자마자

길을 벗어나 성안으로 향했다.

, 평지 같은 성안! 해가 가는 마지막 밤의 커다란 선물이었다.

물이 풍성했고,

몇 개의 연못이 빛나고 있었다.

벌써 저녁이 내렸고,

두 사람이 서둘러 터를 잡는 동안 잠시 같이 머물다 약사암을 향하다.

한 분이 어둔 길을 염려하여 아주 멀리까지 바래주었다.

절집에 짐을 내려주고 비박 준비를 하고 나면

한밤에 서로 마실을 오가기로도 하다.

하지만 호텔 같은 절집 공양간을 마다하지 않은 밤.

구들이 아주 따슨 한밤이라.

 

, 물꼬에서는 간장집 마당 마른 잡초를 오늘에야 검다.

해는 안 넘겼네.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 수석보좌관님이 다녀가다.

물꼬에 전할 선물을 들고. 171계자 구성원들의 선물이 될 것이다.

물꼬의 2022년 마지막을 그리 장식해주시다.

고마워라, 물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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