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법 움직임이 많았는데,

늦게 잠자리에 가기도 했는데,

눈이 번쩍 떠진 아침.

아이가 보고 싶었다! 달려갔네.

 

아직 백일도 살지 않은 아이를 곁에 눕히고

어른 셋 해건지기를 하는 햇발동이었다.

어제 들어와 묵은 규명샘 진주샘 아진이였다.

아이는 흐르는 음악을 듣고

우리의 몸풀기 소리와 절하는 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옹알거렸다.

평화였다.

 

날이 좋았다. 하늘 청명했고, 따순 바람이 살짝 지났다. 볕 도타웠다.

아침뜨락을 걸었다.

바위마다 쉬면서 아이의 옷을 풀어헤쳐주었다.

햇살과 바람이 그에게 잘 닿도록.

학교로 내려와 국밥을 차려먹었다.

 

첫걸음 예().

새로 또 시작해보겠다.

몇의 어른과 아이가 동행한다.

손님이 오지 않는 집에는 천사도 오지 않는다.”

아랍 속담이었나.

손님이 왔고, 천사가 왔다.

청차를 달여냈다.

여행 유투버(‘뜨랑낄로’) 규명샘이 대만의 다원에서 사온 것이었다.

고래방 뒤란 가래나무에서 받은 수액을 가져와 마셨다.

봄물이었다. 아름드리 가래나무가 뻗어가듯 그리 몸을 뻗어보겠다.

 

첫걸음 예에 맞게 새 단장 하나쯤 해도 좋으리.

30분이면 후딱 하는 그걸 못하고 오래 오래 보고만 있던 일.

우리는 꼭 이런 지점들이 필요하다, 시작이라거나 하는.

가마솥방 드나드는 문에는 창에 화장지 심으로 만든 벽걸이 꽃이 있었다.

낡았고, 먼지 쌓였고, 흐느적거렸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 조금이 필요했던 일을

언제 하나 엿보다 오늘 했다.

자르고 붙이면 그만인.

했다. 시작이었다.

 

2008년에던가 씌웠던 빨래방 비닐은 지난 겨울계자를 끝내고 뜯어졌다.

고마웠고, 아쉬웠다.

계자 끝나 그래서, 한편 이 낡은 구조에서 한해만 더 살면 고칠 공간인데 새로 해야 해서.

하루를 살아도 평생을 살 듯 살기로.

낡은 비닐을 걷어냈다.

한밤에 현철샘 들어와 세 사람이 새 비닐을 씌웠다.

보름달 아래였다.

 

단호박죽을 끓였고, 시래기국을 한솥 끓였다.

노모를 모시고 사는 한 댁에 내일 들리기로 했다.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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