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8.나무날. 갬

조회 수 916 추천 수 0 2009.10.23 22:32:00

2009.10. 8.나무날. 갬


한순간이지요.
창문 여니 달골 콩밭 가에 키 큰 감나무,
잎 다 떨구었습디다.
비 내리고 그리되었나 봅니다.
한동안 쉬었던 수련을 이 아침 또 이어갑니다.

움직이는 소품 하나를 만들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과 하는 작업인데
일상에 좇겨 까마득히 잊었다가 후다닥 달랑 몸만 갔는데
다행히 예서 제서 나눠준 것들로 일을 할 수가 있었지요.
그런데, 뭔가 하려면 참 시간이 걸립니다.
잘하려는 마음이 커서 그런지 사람이 굼떠 그런지
아니면 재주가 없어 그런지 하여간 그렇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면 일을 쉽게 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가볍게 하는 법도 알게 되구요.
아무리 살아도 사는 일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엄살들을 부리지만
그래도 하던 놈이 나은 게지요,
사니 사는 일도 이력이 나는 게지요.

식당에서 아이 하나 울고 있었습니다.
작고 허름한 그 식당에서
하루 얼마 되지도 않는 손님으로 살아가는 그네에게
아이의 울음 따위는 돌아볼 일도 아니고
그곳을 찾은 이들도 부모도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를
스윽 보고 말거나 그저 밥을 먹을 뿐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터라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울어도 감싸주거나 뺨 부벼 주는 이 하나 없는 아이들은
이 다음에 커서도 그 영혼이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얼마나 서러울 것인가.'
그래서 낯선 아이를 달랬다던 어떤 이처럼.
유달리 인정이 많은 것도 아니고 착해서도 아니고
그냥 마음이 그런 거였습니다.
바로 그거 하고 싶었더랬지요.
세상에 나서 다른 거 몰라도
부모 없는 아이에게 에미 되면 더할 것 없는 공덕이겠다고
입양을 오래 꿈꾸었더랬습니다.
한 번도 딸자식 삶에 어떤 형태이든 말이란 걸 아니 해온 ‘무식한 울어머니’,
누구 죽는 꼴 보려하면 그리 해라,
처음으로 강경하게 엄포를 놓으셨던 것도 바로 입양 때문이었지요.
네가 사람들 거느리고(순전히 무식한 울어머니 표현) 사는 게 어떤 건지
아니 당해보고 그러느냐,
머리 검은 짐승 거두는 게 아니라 했다,
정말 그것만은 안 된다는 거였지요.
뭐 꼭 그래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겠는지요,
저 자신이 사람들의 바다에서
뭐 좀 알게 된 거라고 말하는 게 옳겠습니다.
겁 없으니 했다, 훗날 그렇게 말하는 행동들이 있지요.
결혼만 해도 철없을 때니 했다던가요.
입양도 같은 말이 될까 하여 더욱 경계하며
정녕 온 마음으로 한 결정이었던가, 간절한 바램 맞았던가,
찬찬히 되짚어보는 날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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