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3.나무날. 맑음

조회 수 964 추천 수 0 2009.09.14 13:45:00
2009. 9. 3.나무날. 맑음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
절벽에 닿고 부서지는 앞의 다른 파도를 보던 파도가
자신에게도 곧 닥칠 시간에 끔찍해하지요.
그러자 뒤에 오던 파도가 말합니다.
“아냐, 넌 잘 모르는구나.
우리는 그냥 파도가 아냐, 우리는 바다의 일부라구.”
그래요, 우리는 이 커다란 우주의 일부이지요,
얼마나 벅찬 감동인지요.
아이랑 우리 삶을 채우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두 마디씩 나누는 시간이
엄마에게도 공부가 되는 날들입니다.
학교너머에서도 좋은 공부거리들이 많다마다요.
학교만이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오만입니다.
교육의 큰 목적 하나인 진리에 이르는 길이,
어찌 학교 안에만 있겠으며
궁극적으로 사람 꼴 하자는 게 교육이라고 볼 때
사람 노릇 하는 길을 꼭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지 않겠는지요.
부모랑 보내는 시간이 깊은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저도 고마워하고 나도 고마워하는
유다른 요즘이라지요.

애가 아주 뙤약볕 아래 늘어진 풀입니다.
간간이 기침에 열이 나고 목이 부었습니다.
“머리를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애.”
먼 곳까지 차를 타고 아침 저녁 움직이고 있으니
고단키도 할 것입니다,
그것도 낯선 곳으로 가는 일이어
마음도 어려울 테지요.
덜컥 겁이 먼저 납니다.
세계에 시끄러운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이지요.
그런데,
교통사고로 죽는 숫자가 얼마이며
뭐로 죽는 숫자가 얼마들에 견주면
불과 얼마 아니 되는 숫자입니다.
광범위한 위험성유포가 더 위험해보입니다.
플루엔자라면 결국 면역의 문제 아니겠는지요.
좀 전 같이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이
자기네 학교에 몇 명의 확진자가 있는데도
대처방안이 소홀하니 학교측에 문건을 좀 올려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글이란 게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가장 설득력있는 글을 쓸 수 있지 않겠나,
다른 이 사태를 조금 다르게 본다하였습니다.
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지요.
일단 쉬어주는 게 가장 필요하겠다 봅니다.
아이에게 일찍 자라 일러둡니다.

달골 포도밭,
유기농으로 하는 과수농사라면 일반농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해서 소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마다요.
그런데 남들 하는 만큼도 손을 못댔습니다.
학교 둘레에 있는 논밭에 비해
아무래도 손도 덜 가고 마음도 덜 갔지요.
작년부터 그저 우리 식구 건사할 만큼만,
이라고 기대치도 낮췄더랍니다.
오늘 수확 전 마지막 상황파악이 있었답니다.
“휴우...”
사나흘 뒤에 다 따내려지요.

물꼬가 상설학교를 다시 활발하게 꾸리는 날을
손꼽는 몇 가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큼성큼 자라고
적어도 두어 해는 더 지금의 상황을 이어가고자 하지요.
결국 한 가정은 최근
공교육학교에서 대안학교라는 곳으로 적을 옮겼지요.
저 호남 끝에서 강원도까지 훑으며
정말 대안학교라는 학교는 안 가본 데가 없던 그네는
대안학교조차 제도학교 형식이며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는 결론을
최근 내렸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다 인근에서 학생 넷,
그것도 해당 학교 선생님들의 자녀가 다 인
한 학교를 발견했습니다.
그 학교라면 작년 초에 물꼬에 와서 머물던 가정이
바로 떠나온 학교이기도 하여 들었던 바가 있지요.
부모 그늘을 떠나있는 게 아쉽지만
정말 용기를 내신 것에 찬사를 보내드렸습니다.
대안학교를 찾는 많은 이들이
사실은 공교육까지 아우르며 대안적 가치관을 지닌 곳을 찾는 걸
너무 많이 보아왔기에
그 발길들에 대해 적잖이 부정적이었으나
정말 그네는 그네가 말해왔던 대로(홈스쿨링은 정말 자신이 없고)
탈학교다운 곳을 찾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물꼬의 시간을 함께 흐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예의로라도
물꼬의 침잠기가 응집력, 집중력으로 잘 환원되어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를 바랍니다.
물꼬의 2011학년도가 기대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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