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계자 이튿날, 2009. 7.27.달날. 쌀쌀한 아침

조회 수 1469 추천 수 0 2009.08.01 09:35:00

131 계자 이튿날, 2009. 7.27.달날. 쌀쌀한 아침


아침, 참 좋습디다.
한 녀석쯤 졸면서 앉았는 아이도 있으련만
모두가 일어나서 해건지기 첫째마당의 요가를 하고 있데요.
산책하고 풀매는 것도 그리 합디다.
들꽃 한 송이 앞에도 모두 목을 빼고 모이고
풀을 매는 것 또한 침묵 속에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아이들의 특징인 듯합니다.
“옥샘, 좀 바뀌었네요.
전에는 왜 이런 거(이렇게 좋은 거) 안했어요?”
찬영이가 학교 둘레를 찬찬히 걸으며 들꽃들을 익힌 뒤
둘러서서 하는 갈무리에서 그러데요.
큰 흐름이야 별반 달라진 것도 없을 것인데,
한편 언제나 때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기도 한데,
아마도 새롭게 보이거나,
아니면 저가 그 시간의 의미에 더 깊게 다가갔거나 한 게 아닐지요.
어쨌든 느린 한 마디 한 마디로 이 계자를 찬영이는
또 얼마나 우리를 웃겨줄지요.

상훈이는 전체 안내를 기다리지 못하고
꼭 턱 아래 와서 여러 차례 묻습니다.
어제도 그러더니 아침부터 시작입니다.
“얘 좀 내 앞에서 치워봐, 1학년도 아니고...”
곁에 있는 아이들에게 우스개를 던졌더니
그 말을 또 우리 가윤이가 받네요.
“우리 동생은요, 1학년인데도 저렇게 안 해요.”

이곳에서 한동안 머물고 있는 1학년 우진이는
계자 일정에는 당연히 계자 아이들과 섞여 있습니다.
마당을 가로질러 모래사장을 지나오는데,
두어 녀석과 놀던 그가 절 불러 세웠습니다.
“옥샘, 옥샘!”
“응.”
걸어가면서 대답을 하지요.
“옥샘!”
서란 말입니다.
“응.”
“옥샘도 우리 가족 맞죠?”
“어? 응.”
“봐!”
곁에 있던 아이를 쳐다보며 그랬지요.
유세하는 거지요.
아이들 곁을 지나다니면
마치 알맞은 온도의 물에서 유영하고 있는 듯하답니다.
다사롭습니다.

새끼일꾼 진주샘의 피아노연주를 들으며 한솥엣밥을 먹고
한 방에 둘러앉아 명상하듯이 그림들을 그리며
‘손풀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열린교실을 하겠다고 모였지요.
일고여덟 개의 강좌에 아이들이 제 원하는 대로 신청을 합니다.

‘한땀두땀’에선 윤희와 서연이가 부직포로 동전지갑을 만들고
민석이와 태현이는 주작 인형을 만들었다 합니다.
미싱질을 좋아한다는 두 녀석이지요.
지윤이와 은결이는 쿠션과 방석을 만들었고,
혜민이가 만든 빨간 저건 무엇일까요?

부엌에서 나온 양파껍질은
올 여름에도 옷감물들이기의 좋은 재료입니다.
임수 경이 유진 주미 희선 이예원이들이
양파껍질을 먼저 푹푹 삶았지요.
생각보다 색이 수월하게 잘 나오더라나요.
매염재로 명반을 써서
명반물과 염료물을 오가며 몇 차례 주물럭거리니
색 더욱 노래졌겠지요.
“계곡에 가서 빨아요.”
수세하러는 계곡으로 갔다합니다.
주전자에 옮겨 염료에 담아 간 천은
더욱 짙은 색을 낳았다지요.
흐르는 물에 빨래터 여인네들처럼
열심히 비벼 빨았답니다.
쿠션에다 인형, 목도리, 손수건을 만든다고도 하고
그저 간직만 해도 좋겠다고도 하였지요.
“임수야, 너 참 많이 컸다. 철이 많이 든 것 같아.”
“그렇죠? 제가 좀 많이 떠들고 열린교실에서 열심히 안했죠?”
“어, 근데 이제 잘하는 걸 보니 참 많이 큰 것 같애.”
“네, 재미있으니까요.”
현애샘과 임수가 주고 받는 말이었네요.
임수는 정말 제일 열심히 빨래해서 그만큼 젤 예쁜 색을 얻었고,내일은 그 천으로 한땀두땀 가서 쿠션을 만든다지요.

‘뚝닥뚝딱’.
이번 계자에는 목공실이 좀 말꿈해졌습니다.
바깥바라지를 두 사람이나 하고 있으니
학교가 구석구석 손 가는 게 좀 낫지요.
낡은 살림은 아무리 윤을 내도 표가 안 나는데
안하면 그게 또 표가 납니다.
그런데 윤기도 많이 내니 이 산골 살림도 윤이 좀 난답니다.
어수선하던 공간이 제법 정리된 속에 교실이 열렸네요.
재창이와 승미는 목검과 권총을 만들고
(평화와 일상에 기여하는 걸 만들자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걸 꼭 해보고픈가 봅니다.)
희수는 도마를, 재호는 의자를,
순진이는 동생들을 도우다 그냥 지팡이 하나 만들었다지요.
찬영이는 아주 거대한 십자가를 들고 나왔습니다.
낼 그걸로 허수아비를 만들어볼까 한다나요.

물꼬를 돕는 분 가운데 단추공장을 하시는 분 계시지요.
한 번씩 보내주시면 여러 가지 아이들과 하는 작업의 좋은 재료가 됩니다.
올해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나
그간 남겨진 것들로 단추랑 노는 교실 하나 열렸네요.
가야 준하 가윤 정인이는 팔찌 목걸이 같은 패물을 장만하고
같이 자유학교 물꼬를 평면조형물로 내놓았답니다.

‘그물이랑’.
짐작하겠지만 계곡으로 족대 챙겨 물고기 잡으러 갔습니다.
예원 서연 찬우 우진 석진 주한 현주 민지들이었지요.
초등학교에서 체육전담인 예리샘이
아이들을 물고기 몰듯 몰아갔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애를 태우던 물고기들이
어느새 슬금슬금 그물 안으로 들고,
한편에선 다슬기 제법 잡았더라나요.
너무 어린 건 다시 돌려주고
다슬기는 부엌으로 보냈답니다.

빠질 수 없는 ‘다좋다’에는
유환 장준하 경탁 정빈 형민이가 들어가
새끼일꾼 태우랑 보냈습니다.
물꼬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보냈다지요.
가마솥방에 들어가 설거지도 돕고
준비하고 있던 옥수수도 씻고
청소도 하고
그리고 책방도 정리하였다 합니다.

점심을 먹은 뒤엔 ‘음악놀이’가 있었습니다.
이번 계자에는 오카리나를 배우는 시간도 있고
취주악기공연도 있어
그에 맞춰 마련된 시간이지요.
몇 개의 교실이 열리고
무엇이든지로 만든 악기로 음악제가 있었습니다.
빈상자며 플라스틱백이며 컨테이너와 키와 도마와
빨래판과 국그릇과 패트병과 조개껍질 돌 유리병...
온갖 것들이 다 악기가 되었더랍니다.

‘낮은음자리’에는
석진 형민 윤영 순진 희수 희선 이예원 찬우 찬영 장준하 경탁이가 있었습니다.
무얼 해도 반응이 없고 의견도 안 모아지더니
외려 샘들을 내보내고 큰 형아 순진이와 경탁이가
아이들을 다독여 연주를 해냈습니다.
“저희 끼리 해냈다고 꼭 말해주세요.”
아리랑을 연주한 그들,
스스로도 대견하여 희선 예원이는
샘한테다 관객들에게 꼭 그 사실을 알려 달라 하였다나요.
선곡도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오선지’의 오케스트라는, 우와, 감동이었습니다.
‘자유학교 노래-1’에 맞춰
정빈 재호 주한 민지 서현 유진 경이 박준하 가야 상훈이가 등장하여
유진이와 경이의 손난타 전주를 시작으로
공연을 하였지요.

‘온음표’방에서는 ‘작은 세상’을 보였습니다.
태현 민석 임수 최예원 우진이가
소박하게 정박에 맞춰 두들기며 노래를 했지요.

‘작은별’ 노래에 맞춘 ‘높은음자리’방은
석주의 활약이 컸는데,
뛰어난 음감으로 음을 찾아낸 물컵 연주를 중심으로
가야와 박준하가 손말로 노래를 부르고
모두의 타악연주가 어울리고 ...
혜민 정인 주미 윤희 지윤 서연 은결 석주 가윤 승미가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런 아름다운 음악회가 없었더랍니다.
이번 여름은 계속 이 일정을 넣어야겠다 결심했지요.

‘보글보글’방이 이어졌습니다.
이 시간을 위해 얼려둔 묵은 김치들이 나왔지요.
정빈 서현 주미 유환 장준하는 김치수제비를 만들었습니다.
정빈이와 주미는 반죽을 하며
나름 아시아인에 대한 평가도 하고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세력싸움에 대해서도 얘기 오갑니다.
아이들도 세상을 보고
아이들도 그 세상을 가늠하고 평가해보지요.

김치떡볶이는
승미 유진 경이 우진 상훈 최예원이가 만들었네요,
역시 직접 쓸고 볶고.
남의 집 먼저 챙겨 보내놓고 국물에 밥 볶아 먹고는
아무래도 배가 덜 찼다고
다시 한 냄비 끓이고 있었습니다.

이예원 석주 희선이는 부침개를 부쳤습니다.
민지 현주 재호 찬우 윤영 석진이는 산적을 구웠구요.
처음 해보는 새끼일꾼 현재가 고군분투한 시간이었답니다.
경탁 서연 윤희 은결 재창 지윤이는 볶음밥을 맛나게도 했는데
더운데 불 앞에서 볶느라 경탁이는 정말 고생하였지요.

김치스파게티와 김치핏자는 소스를 같이 만들기로 하여
가마솥방을 같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찬영 주환 희수 순진 가야 박준하가 스파게티를 만들고
나머지 아이들이 이탈리안 씬핏자를 만들었지요.
새끼일꾼 아람이형님의 핏자는 일취월장입니다.

그런데 먼 이웃들에겐 잘 나눠주는 문제가
모둠 안에서는 잘 안 되는 것에 대한 샘들의 고민이 컸습니다.
먹는 것 앞에서 왜 모두 달겨드는 걸까,
배가 부른 상황이어도 왜 흔히 이 땅에서의 모습은 그러할까,
그게 집단의 문제일까,
정말 전쟁을 오달지게도 치러낸 민족이기 때문일까, ...
어쨌든 시스템으로 해결해보려 합니다.
마지막에 있더라도
충분히 내 차례까지 올 거라는 믿음을 주는 방식으로.

저녁이면 모두 모여 ‘한데모임’을 하지요.
노래도 부르고
의논도 하고
마음에 오가는 생각도 꺼내고...
역시나 책방이 얘깃거리가 되고
그것은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조율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좋은 재료가 됩니다.
순진이와 경탁이, 이들 중 1들이 진행자가 되었더랬지요.
책방 정리를 우리의 자율성에 다시 맡겨보고
결국 낼 오후 2시 임시한데모임을 통해
어찌 할까 다시 의견을 모으기로 하였답니다.

대동놀이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춤명상을 마지막에 놓아보았지요.
“이 순서가 좋아요, 차분하게 하루를 정리할 수 있고.”
“음악에 따라 몸을 가만히 흔들어보는 이 시간이 저는 참 좋아요.”
샘들이 더 좋은 시간을 보내나 봅니다.

KBS 2TV <30분 다큐> 촬영이 어제에 이어 계속되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읍내 나가는 류옥하다를 따라
카메라도 좇아 나갔지요.
그 편에 아이는
계자에 쓰일 미처 챙기지 못한 장도 봐왔네요.
이런 재미로 아이 키우나봅니다.
저녁을 먹고 한데모임에 둘러앉은 아이들 장면을 끝으로
이곳 촬영을 마무리하고 돌아들 갔답니다.
“어디예요?”
“‘30분 다큐’”
“나 그거 아는데...”
“어, 그거 되게 재밌는데...”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반응이 그러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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