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계자 사흗날, 2009. 7.28.불날. 비 지나다

조회 수 1313 추천 수 0 2009.08.02 22:30:00

131 계자 사흗날, 2009. 7.28.불날. 비 지나다


아이들이 해건지기를 위해 고래방으로 건너오기 전
어른들이 먼저 모여 수행을 시작하며 아침을 엽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해건지기 시간은 너무 좋습니다. 선생님들끼리 미리 모여 몸을 풀고 아이들과 또 함께 다시 한 번 여는 아침 해건지기 시간은 언제나 몸에 활력을 넣어주고 하루를 가벼이 할 수 있게 도와주어서 너무 좋아요.’(새끼일꾼의 아람의 하루정리글에서)

막강 부엌답게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의 밥상들이 이어지지요.
맛의 흡족도도 최고입니다.
아침의 야채죽과 점심의 카레와 국수는
공룡꼬리를 보는 듯했다나요.
‘줄 선 뒤에서 밥을 더 얹거나 국수를 더 삶거나 모자란 반찬을 보태느라
부엌이 아주 바빴다.
은행을 까서 밥에 보태다.’(밥바라지 희순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아침 해가 천지로 서서히 번져가듯
우리들의 아침 시간도 고요한 해건지기로부터
서서히 ‘깸’의 시간으로 나아갑니다.
‘손풀기’에 이르렀네요.
빙 둘러앉아
앞에 놓인 사물을 오직 바라보고 옮기는 손들입니다.
“혹시 마음을 내서 정리를 도와주실 분 있으신가요?”
그림을 그린 아이들이 책상을 옮기고 지우개가루를 쓸고
정리들을 합니다.
이곳에서 일을 나누는 잦은 방법입니다.
미리 책임을 지워주는 것도 일을 해내도록 하는 길이겠지만
이렇게 스스로 가늠을 해보고 마음을 내고
다른 누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도
자율성을 확장시키는 길 아닐지요.

‘열린교실’ 두 번째 날입니다.
삶과 긴밀한 수업이어서도 좋고
이곳이어서 할 수 있는 교실이 열려서도 좋고
이 계절이어서 더 적절한 수업이어 좋고...
활동 뒤에 모이는 ‘펼쳐보이기’에 앉아
각 교실에서 보낸 시간들을 자랑하는 시간이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의 소박함이 빛나서 더욱 좋다 싶지요.

‘단추랑’에서는 석주 이예원 희선 가윤이가
물꼬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은 동산을
평면조형물로 담았습니다.
“옥샘이 기대하세요?”
희선이가 그랬다던가요,
어제 단추랑의 결과물에 감탄을 금치 못했더니
딴엔 그 기대치만큼 하려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나 봅니다.

희수 순진 최예원 윤영 찬우 혜민 재창 찬영 재호 유환 석진 주환 우진,
‘뚝딱뚝딱’에는 무려 열 셋입니다.
‘하고 싶어서 왔는데, 힘들어도 해야지.’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니까
6명 정원을 넘겨서도 다 받았다는 희중샘,
그에게 교사의 자세에 대해 자주 배웁니다.
윤영이와 찬우는 나무끼리 열심히 연결은 해놨는데,
뭐라고는 하는데 글쎄 무엇이었나,
재창이는 방패라나요,
석진이와 재호는 배를,
최예원은 엄마를 줄 도마를,
혜민이는 가구를 장만했네요, 미니소파.
찬영이는 정말 어제의 십자가를 허수아비 변신시켜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많아서 기분은 좋았지만 일일이 도와주려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희중샘은 하루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지요.
그나마 중1 순진이가 마치 새끼일꾼처럼
제 하고픈 마음 밀치고 아이들을 도와주어 수월했답니다.
이번에 온 중1 경탁이와 순진이는
저들의 즐거움을 다른 아이들을 돕는 일에 기꺼이 쓰고 있지요.

‘한땀두땀’에는 ‘김씨형제’ 민석이와 태현이가 또 들어갔습니다.
바느질을 되게 좋아한다는 녀석들입니다.
“형, 이거 맞아?”
우애가 어찌나 돈독한 그들인지요,
집에서도 그럴꺼나요?
어제부터 하던 주작을 완성하여 내놓데요.

‘그물이랑’은 족대 들고 계곡으로 갔지요,
주미 상훈 경이 승미 지윤 정인 유진 류옥하다.
어제 폐강됐던 ‘들꽃엽서’에 오늘은 여섯이나 몰렸는데,
같이 그물이 낚아가버렸다네요.
상훈이 이름이 오늘도 또 있습니다,
물고기에 대한 집념이 대단한 아이.
정인이의 물고기 모는 실력은 참말 뛰어났다지요.
하여 대어를 낚았답니다요.

‘옷감물들이기’.
민지, 현주 은결 윤희 가야 임수 서연 서현 박준하는
오늘 고무줄로 천을 묶어 홀치기염을 했지요.
서현이는 귀퉁이에다 무늬를 넣었습니다.
심화학습 하러 온 임수,
어제 글집에 정리해서 쓴 준비물과 만드는 과정을
나머지 친구들에게 알려주어 여유 있게 준비토록 도왔다나요.
임수는 콩주머니를 만들 거라 하고
가야는 옷을 만들까 생각중이고
준하는 무릎 담요할라다가 손수건이 힘이 덜 들어
선택을 바꾸었다 합니다.
은결이는 엄마한테 선물하려 한다하고
현주 민지는 손수건으로 예쁘게 접었습니다.

‘다좋다’는 어제의 구성원들이 그대로 들어가
어제 굉장히 가치로운 일로 몸을 썼기 때문에
오늘 충분히 쉬어주었다나 어쨌다나요.

시간과 시간 사이를 건너가는 시간,
이곳에서 ‘쉬는 시간’은
대로 일정표를 채워놓은 프로그램보다 더 빛나고는 합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라면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이
그저 다음 수업을 준비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에 불과한데
이곳에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연과 역사가
아주 진국이랍니다.
어떤 일정보다 더 일정적이라고나 할까요.
오늘 점심만 해도
아이들은 우르르 고래방으로 건너가
전래놀이를 하고 대동놀이를 하고 또 뭔가를 해댔지요.

점심 때건지기 뒤를 이어 ‘한껏맘껏’이었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물놀이를 떠났지요.
날이 좀 서늘하다 싶은데도
덜덜 떨면서 계곡이 떠나가라 흥이 났습니다.
재창이 찬우 석진 윤영이네들이
티격태격 좀 시끄럽기도 했고,
찬우는 그 틈에 코피도 한 번 났댔네요.
한편 학교에 남은 이들은
또 그들대로 한껏맘껏이었습니다.
색종이를 접기도 하고,
아이들 어찌나 할 말들이 많은지,
그걸 어찌 다 참고 있었던 걸까요,
예리샘은 그간 다 내숭이었다고 혀를 내두르고...
이런 시간을 통해 샘들과 아이들이 더 깊이 가까워집니다.
새끼일꾼 현재도 오늘쯤은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하데요,
수건돌리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공기도 하고...
샘들은 호흡을 좀 가다듬기도 하지요.
예리샘 혜연샘은
아이들 사이에서 잘도 자는 현애샘을 부러워합니다.
샘들도 어깨 힘 좀 빼고 지낼 수 있지요, 여기!

홈페이지 ‘물꼬에선 요새’에 아이들 이야기 좀 쓰려고 벼른 시간인데,
첫날 밤은 낮에 쏘인 벌침자리로 한밤 응급실 다녀오고,
어제 그제 낮에는 방송촬영으로 도통 짬을 못냈더랬는데,
이런, 저녁에 취주악기 공연을 하고 오카리나를 가르쳐주실 방원샘이
일찌감치 오셔서 음향을 점검하고 연습도 하십니다.
늘 하는 일이라 가볍게 하실 수도 있으련만
미리 한 곡 한 곡 점검도 하시고,
아이들 불 오카리나도 다시 챙겨보시고...
곁에서 인사하는 동안 또 시간 훌쩍이었네요.
이번 계자는 답체 글을 쓸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이-.

다음은 아,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1시간여 진오카리나의 손방원선생님이
취주악기 공연을 펼쳤지요.
해설이 있는 음악회였다고나 할까요.
대전에서 한남대 김조년 교수님과 평화활동가 이종희 선생님까지
청객으로 걸음하셨더랬답니다.
오카리나 중간음역으로
‘님이 오시는지’와 ‘하늘나라 동화’를 들려주었고,
팬플룻으로 ‘따오기’와 ‘가을밤’을 연주하셨지요
(‘외로운 양치기’, 그 곡이 바로 이 악기였더라지요.).
다음은 대금으로 ‘오빠 생각’ ‘반달’,
그리고 비틀즈의 ‘Let it be’가 흘렀답니다.
대금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휘슬을 잡으셨지요.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을 들려주신 뒤
SG워너비의 ‘랄랄라’,
정말 콘서트 현장 열기가 따로 없었더이다.
모두가 바로 박수를 높이 치며 따라 부르고 있데요.
휘슬 저음악기는 인디언플룻과 비슷했습니다.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는 보통 섹스폰으로 연주하는데
이 악기로 부니 그게 또 아주 일품이었지요.
다시 오카리나 소프라노를 쥐고
‘뻐꾸기’와 영화 Love story 테마곡을 들려주고
저음 오카리나로 타이타닉 주제가를 연주하셨습니다.

이어 오카리나를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래방에 모인 모든 이를 위해 세미나용 악기를 준비해오셨더랬지요.
한 시간도 채 안된 시간동안
아이들은 거뜬히 노래 너댓곡 불었습니다.
“선생님이 잘 가르치시니까...”
인사치레가 아니었답니다.
아이들이 어찌나 흡족해하던지요.
기대만큼 너무 좋았다며 샘들 평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깥에서 온 강좌가 자연스레 물꼬흐름에 녹아들어 더욱 좋았지요.
이 시대의 큰 스승 김조년선생님과 이종희선생님 오셔서
자리가 더욱 빛나기도 하였답니다.
(이종희선생님은, 언젠가 비올 적 신으라고 빨간 장화를 선물하신다더니
비 내리자 정말 빨간 장화를 들고 오셨답니다.)
‘물꼬의 공간이 참 좋구요,
공간, 시간, 그리고 주제가 참 잘 어울렸어요. 물꼬에선 모두가 그렇네요.’; 현애샘 하루정리글에서
고래방, 이 공간 참 좋습니다.
공연장으로 체육관으로 얼마나 잘 쓰이는지요.

샘들의 하루재기.
“예리샘, 화장실(*재래식)에 적응했다면서 생각보다 훨씬 지낼만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참 잘 지내는 거라 했죠. 물꼬가 주고 싶은 것 중에 하나, 사람이 사는 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으니깐. 나름 저도 물꼬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는 것도 느낀 뿌듯한(?) 대화였습니다.”
현애샘입니다.
올해 물꼬 4년차죠.
대학 4학년 때 와서 교사가 된 지금도 이어진 발길입니다.
겨울에만 오다 올해 드디어 여름 물꼬도 입성하였지요.
일곱 살이던 태우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지금까지 방학마다 지켜보았습니다.
만만찮은 성깔이던 우리의 태우선수,
아이들 재우며 책 읽어주는 느낌을 전하는데,
새끼일꾼들이 성장하는 걸 보면 그럴 수 없이 느껍습니다.
자고로 가르치며 돌보며 깊이 배우는 법이지요.
경탁이와 순진이가 내년이면 새끼일꾼으로
그 바톤을 이어갈 것입니다.
네, 새끼일꾼들이 자라네요.

참, 간밤 혜민이가 새벽 네 시 뛰쳐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잠이 깼던 모양인데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뛰쳐나온 거지요.
요새 우리들의 삶이 어둠에 익숙치 않아서도 그렇겠습니다.
산골 밤은 정말 어두우니까요.
하루 하루를 더해가면 나아집디다.

이번 계자도 늘처럼 몇의 장애아들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 정서행동장애, 가벼운 자폐범주성장애아동이 있네요.
잘 있습니다.
고마운 일들입니다.
저도 잘 있고 나도 잘 있답니다.

비가 오고 기온이 팍 내려갔습니다.
밤에 불을 땝니다.
따끈따끈합니다.
아이들이 곤히 자네요,
샘들도 배시시 웃으며 잠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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