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계자 닫는 날, 2009. 7.31.쇠날. 맑음

조회 수 1300 추천 수 0 2009.08.06 06:52:00

131 계자 닫는 날, 2009. 7.31.쇠날. 맑음


아침 해건지기는 다른 날과 달리
이불을 털고 개고 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바람도 좋고
날도 말갰지요.
엊저녁 늦도록 잘 놀아서 느지막이 아침을 엽니다.

131 계자, 뭘 해도 줄 먼저 서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각 계자마다 두어 장면의 진한 풍경으로 기억되는데
이번 계자는 줄이 그러하였지요.
심지어 고래방에 아침 해건지기 수행하러 들어와서도
줄맞춰 앉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달골에 가려 대문을 나설 때도
한줄 서서 다음 안내를 기다리는 녀석들이었지요.
아마도 그래서 많이 헐렁했던 계자이지 싶습니다.
너무 수월하게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일기도 하였답니다.

갈수록 자원활동가들의 수급이 만만찮습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물꼬 역시
계자 때 너무 많은 어른의 손을 움직이는 구조로 가는 건 아닌가,
반성을 해보는 시기와 맞물렸지요.
“노는 손이 없이 잘 움직일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나,
저는 딱 좋더라구요.”
물꼬 계자 4년차인 현애샘의 말대로
전체일정을 꾸리는 열다섯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지요.
“전에는 한 모둠에 교사가 셋이었는데...”
익히 다녀본 새끼일꾼 태우 같은 경우 그리 말했지만
그건 익숙해있던 구조에 역시 익어져서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어른 스물보다 차라리 아이들 백 명이 수월하더라.”
강의를 가면 그런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때로는 모아놓은 어른들이 더 일거리가 되고는 합디다.

기적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잘 지내도록 날씨를 잘 가려준 하늘이 고맙고
필요한 때 찾아든 사람들이 고맙지요.
뭐니 뭐니 해도 사람 모이면 먹는 게 젤 일입니다.
붙박이 가마솥방지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미선샘, 희순샘, 경남샘이
그 공간을 잘 채워 전체 일정을 도왔습니다.
더운데 불 앞에서들 애 많이 쓰셨지요.
손이 많이 간 음식이 어느 때보다 많았습니다.
밤늦도록 식혜를 끓여내는 거며
준비했으나 미처 멕이지 못한 것도 여럿이었는데,
전체흐름에서 그걸 낼 짬이 없어
애쓴 만큼 더 빛낼 수 없어 미안함도 있었네요.
설레며 다른 이들을 멕일 생각에
고생한 손발로는 더러 서운할 수도 있었으련만
아이들에게 복무하러 왔다는 사실을 잘 헤아려주셨답니다.

131 계자에는 학교에서 온 교사 셋도 있었습니다.
요새 교사들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들 되지요.
그만큼 자존감도 클 겝니다.
그런 교사들이 못나서 여기 있고
못나서 이레를 예서 보내며
생각이 없어서 그저 여기 흐름을 따르기만 했겠는지요.
잘난 건 자기 세상에서 하면 될 것입니다.
그저 귀를 기울이고 잘 움직여주었던 그들이었습니다.
물꼬가 어디 잘해서 그렇겠는지요,
오히려 그들도 그러면서 더 깊이 배웠을 것입니다,
물꼬 또한 그러했듯이.
어딘가를 도와주러 간다,
그것은 나를 드러내러 가는 길이 아닙니다.
그렇게 자기가 강하면 정작 그 단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자기 눈으로만 보게 되지 않겠는지요.
그러면 사실을 자기식으로 왜곡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겠는지요.
여기서 참 많이 경험하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충분히 겸손해주었습니다.
문제제기 역시 쉬운 비난이나 자기 과시가 아니라
진정으로 애정을 가지고 물어봐주었습니다.
가령 모험의 시간을 보고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깊이 드러냈습니다.
학교에서는 엄두도 못 낸다,
혹 무모한 건 아니냐,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느냐 물었지요.
그래서 119와 병원 응급실의 연계, 자연에 대한 이해,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될 때의 경험, 물꼬의 확신과 할 수 있는 대처 같은
우리가 준비한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 대답했습니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정작 그 장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옳은 방식일 것입니다.
가끔 자기 생각이 전혀 사실과 달랐는데도
그걸 옳다고 믿고 떠난 이들도 있었지요.
나아가 그런 걸도 다른 이와 말을 만들고
그걸로 상처를 입히고 하는 과정을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자기 수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더랬지요.
너무나 고마운 그들이었습니다.

몇 해째의 방학을 여름과 겨울을 예서 보내고 희중샘이며
물꼬의 영광의 얼굴들 새끼일꾼,
아람 진주 지희 현재들
무슨 말로도 그들의 쓰임을 치하할 길이 없지요.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계자 기간 동안 말입니다,
온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물꼬가 굴러가고
계자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번 계자에서
샘들이 다 이곳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
미리모임부터가 긴장감이 덜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체를 진행하는 중앙의 잘못입니다.
그렇더라도 늘처럼
미세하게 시간에 따른 준비를 하는 게 옳을 텐데,
새로움으로 말입니다.)

고맙기로야 아이들이 젤입니다.
자신의 삶터와 달리 아주 불편한 곳에서
그토록 행복할 수 있다니요.
정토와 천국을 만들어준 그들에게 깊이 고개 숙입니다.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여기 왔을 때 이 계자를 위해 사람들이 그랬듯
이 계자의 아이들 역시 다음에 이 공간을 쓸 이들을 위해 청소를 하고
점심을 먹은 뒤 영동역으로 떠났지요.

다음은 아이들이 남긴 갈무리글입니다.

* 글은 맞춤법까지 쓴 그대로 옮겼습니다.
* 띄어쓰기는 읽는 이가 편하도록 고친 부분이 있습니다.
* 말줄임표 ‘...’은 옮기면서 줄인 것,
‘.....’은 원 글에서의 말줄임표로 구별하였습니다.
*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 이가 주(註)를 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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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서현:
난 보글보글이 재일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내 꿈이 요리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친할머니가 엄청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요리를 잘하신다. 나는 친할머니를 많이 닮아서 요리를 잘한다. 그지만 나는 보글보글 2가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자유학교 노래 1, 2 수아(* 수화)까지 다 외웠다.

5년 주미:
나는 이번 계자 때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엄마들이 힘들게 일한다는 것을 배웠고
또, 엄마가 정성껏 해주신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민주지산에 오르면서 ‘끈기’를 배웠고 ‘협동’도 배웠습니다.
열린교실을 하면서 물고기 잡는 것도 배웠고 옷감을 물들이는 것도 배웠습니다.
열린교실을 하면서 물고기 잡는 것도 배웠고 옷감을 물들이는 것도 배웠습니다.
계곡에서 물놀이 할 때는 가장 재밌었습니다.
또, 나는 한데모임을 하면서 발표하는 힘을 키웠고
대동놀이를 하면서 민속놀이와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할 수 있는 놀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해건지기를 하면서 몸 튼튼, 마음 튼튼이 되었고
춤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힘을 길렀습니다.
물꼬에서 가장 큰 가르침은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은 정말 특별합니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6년 유진:
물꼬......오기 전에 엄청 기대했었는데, 기대한 만큼 버릴 시간 없이 재미있었다. 영동은 계곡물이 맑은 거랑 포도로 유명하다. 일단, 계곡에 많이 갔었다. 첫째날 산모롱이 때 갔었는데, 아는 애들이 별로 없어서 재미없었다. 두 번째는 한껏맘껏 때 갔었는데 아 진짜 태우쌤땜에 추워죽는 줄 알았다. 거기다가 비까지 와서 말이지 세 번째 진짜 짱 재밌었음! 날씨 짱 좋고 물 완전 시원하고
포도는 아직 안 나와서
나무날에 산에 갔음. 진짜 완전 힘듬+완전 배고픔 미추는 줄 알았음. 근데 정상에 올랐을 때는 그런 거 모두 잊고 행복했음 태우샘이 나 별명 지어줬다. 황금손톱 줄여서 금이 그래서 경이랑 공기인가랑 나랑 태우쌤 딸임. 아무튼 진짜 재밌었음.
여기 살고 있는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이 그들의 집이자 놀터이고, 쉼터인 것 같다. 참 편안하고 평온한 것 같다.

1년 준하:
태우샘은 귀운대 너무 야하다. 그리고 태우샘은 바람둘이 같다. 너무 ‘C지다. 여내인(*연예인)보다 귀엽다. 태우샘이 너무 좋다.(* 태우샘이, 할 말이 없으면 태우샘 멋있다라도 쓰라 했다.)
어제 산을 갔을 때 길이 너무 험했다.

5년 정빈:
나는 이번이 2번째로 온 캠프이다.
이번에는 여름인가 본지 겨울(지난)때보다 더 많은 친구와 더 큰 보람을 느꼈다.
이번 131 계자 캠프 때에 한 일은 매일하는 때건지기(이건 물론!), 해건지기, 한솥엣밥, 한데모임 등과, 그리고 가끔이나 한번씩만 하는 산모롱이와 열린교실, 손풀기, 보글보글 등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총 59~60번의 일을 하면서 느낀 점들은 먼저 계곡을 가서 물놀이 한 것과 손풀기, 열린교실도 보람 찼지만 보글보글과 한데모임은 무엇보다 더욱 재미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내가 마음 속으로 “과연 여기서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을까? 그 대구 사내아이도 없고 게다가 우현빈도 없는데......”라고 생각했지만 겨우 5박 6일 동안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내 생각보다). 하지만 그 짧은 5박 6일 때에 가장 힘든 일이었던 것은 산에 올라가는 것이었다.
산에 올라갔을 때 너무 힘들고 뱀도 보고 길도 막혔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보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내려갈 대는 바위, 돌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정말 보람찼다. 또 감자 먹은 것도 맛있게 먹은 것처럼 정말 긍정적이었었다. 이상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하겠다.)

4년 이예원:
물꼬에 처음 왔을 때는 어색했습니다. 같이 온 친구와랑만 놀고 싶은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자유학교에 와서 많은 것들이 바꿨답니다.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무엇보다 자연과 어울려 놀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열린교실이나 보글보글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시골에 와 볼수 있어 좋았습니다.
열린교실- 단추랑, 그물이랑, 들꽃엽서, 양파껍질 등 많은 교실이 열리는 열린교실이랍니다.
보글보글- 김치와 만두를 통해 여러 가지 당양한 요리를 배워볼 수 있습니다.
음악놀이- 우리 생활에 소리를 알아보고 음악을 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백두대간능선길- 민주지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활동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도시에는 해볼 수 없어 좋은 기회였습니다.
학교에 온지가 어제 같은데 가야 하니 아쉽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한번 오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물꼬가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자유학교 물꼬 파이팅!
(* 덧붙임) 보글보글- 보글보글 김치부침개할 때 석주, 나, 희선이와 희중샘이랑만 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희중샘을 그날 다시 봤다. 요리를 잘하는 성실한 샘이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마음의 힘으로 간신히 이려내 뿌듯했다.

4년 가야:
이번 계자는 엄마, 아빠, 동생이랑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시간이 느리게 간 것 갔기도 하지만 물꼬에 더 있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번 계자는 샘도, 새로운 샘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태우샘이 젤 좋다. 다음 여름 계자 때도 태우샘이 오신다니까 어차피 나는 물꼬에 가고 싶다. 물고가 재미있기도 해서 말이다.
보글보글 1,2, 열린교실 1,2, 음악놀이, 오카리나랑, 물놀이, 장작놀이, 해건지기, 연극놀이, 대동놀이, 춤명상, 손풀기 등 다 재미있었다.
나는 열린교실 2에서 옷감물들이기 했는데 그 염색한 것이 옷이 잘 만들어졌슴하낟. 또 엄청 중요한 백두대간능선길 너무너무 힘들고 지쳤지만 정상에 올라 기뻤다. 그리고 뿌듯했다. 김밥을 먹고 사탕과 초코파이를 받고 먹는 건 꿀맛이었다. 험했지만 꾹 참고 간 내가 자랑스럽다.

6년 유환: 이 캠프를 마치면서
나는 처음에 가기 싫었지만 억지로 들어왔는데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다. 새로운 친구들과 생기면서도 가끔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놀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어는데 마지막 날이 되버린 것이다. 비록 이제는 마지막까지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림: 축구하다 골을 넣는 장면)

3년 서연:
나는 5박 6일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오늘은 집에 간다. 참 기쁘다.
여기 있는 동안 등산 빼고+화장실 청소 빼고 다 재미있었다. 특히 열린교실, 보글보글이 가장 재미있다. 열린교실에서 한땀두땀, 천물들이기를 하였다. 보글보글에서 요리 주제는 “김치”와 “만두”였다. 그리고 날씨가 더울데 계곡에 들어갔더니 시원했다. 보글보글에서 1번은 김치복음밥 만들기를 신청했다. 2번은 예쁜 만두를 신청했다. 만두가 ダ羚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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