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계자 사흗날, 2009. 8. 4.불날. 맑음

조회 수 1311 추천 수 0 2009.08.09 19:48:00

132 계자 사흗날, 2009. 8. 4.불날. 맑음


상사화 금계국 참나리 비비추...
배롱나무 은행나무 호두나무 감나무 오동나무...
몸풀기로 요가를 하고 학교 둘레를 돌며
거기 나고 자라는 것들 하나 하나 입에 올려봅니다.
마당가 풀도 뽑았지요.
윤찬이가 오른 쪽 눈가를 벌레에 물려
아침부터 퉁퉁 부었습니다.
얼음찜질을 해주는데, 잘 가라앉으려는지...
멀리 홍천에 있는 품앗이샘한테(의사)
사진을 찍어 보내보기도 하였지요,
갖고 있는 약 가운데도 젤 잘 드는 걸 발라 볼라고.

빨래가 잘도 마릅니다.
날 좋아 참말 좋네요.
“옥샘 진짜 몇 살이냐?”
용승이는 자꾸 류옥하다한테 묻습니다.
머리 좀 컸다고 나이 예순이란 제 나이를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다 갸우뚱거리는 거지요.
“내 나이를 왜 남한테 묻노? 나한테 물어라. 내 나이를 내가 젤 잘 알지.”
볕 하나도 바람 한 줌도
그리고 이렇게 자잘한 얘기들도 다 재미난 이곳이랍니다.

손풀기 이틀째.
명상만큼은 아니어도 가라앉은 속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립니다.
사물을 자세히 마주하기, 그런 시간쯤 되겠습니다.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다면 덤으로 얻는 거구요.

‘열린교실’ 이틀째.
‘뚝딱뚝딱’-형찬 수민 형빈 재우 윤찬 동규 형민 신명 석훈.
위험했고 힘이 필요한 도구라서 도움을 많이 요청했다는데,
한꺼번에 도와 달라 몰려
힘을 팍 주고 순서대로 해준다 하니
끽 소리도 안하고 기다리더라나요.
석훈 형빈 윤찬이는 도끼를,
수민인 낫을, 형찬인 옛날 일본의 오토바이를,
그리고 동규는 스케이트 보드(에스보드)를 내놨습니다.
아이들은 교통수단에 늘 관심이 큽니다.
재우는 견인차를, 현민 초대형 비행기를 만들었지요.
“형찬아, 너 혼자 한 것으로 믿어도 돼?”
희중샘이 도와주셨다 고백을 하내요.
그래도 곧잘 망치질 톱질을 해내던 걸요.
형찬이가 벌써 3학년입니다.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컸다고 얼마나 의젓해졌는지요.
일단 반대로게 말하는 장난이 없어졌답니다.

‘자연놀잇감’-채영 세운 준영 준우 우진 세민 정민.
준영이가 의젓하게 도와줘서
너무 편하게 한 교실이었답니다.
멀리 마산 외곽에서 예까지 온 친구이지요.
준우는 열심히 하긴 했는데 특정 주제로 만들진 않고
애들 탓 선생님 탓이 컸답니다.
우진이는 맘에 안 든다고 갖다 버렸다나요, 에구.
펼쳐 보일 준비를 할 적
정민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가 영 힘이 듭니다.
“발표해야 재밌지?”
친한 채영이가 곁에서 이리 말하자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슬쩍 물어보데요.
준우 준영 세운 채영 정민이는 새총을,
세민이는 돌도끼를 들고 나왔지요.

‘그물이랑’-귀남 세빈 지인 민앙 세인 정민 훈정.
어제와는 다르게 새로운 결의를 다지고 나갔다는 길,
하류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았답니다.
다행히 물고기들 노닐고 있었다지요.
반응이 크지 않은 세인이와 세빈이를 빼고는
꽤나 수런들거렸다네요.
세인 세빈, 여러 차례 이곳에 함께 했던 쌍둥이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거의 구분해주지 않았지요.
닮은 아이들이 있으면 두 아이를 묶고 이름도 같이 묶어 부르는,
조금은 장난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인제쯤은 따로 불러주어야지 않을까
반성이 일데요.
그래서 이번엔 그들을 따로 따로 불러주고 있습니다.
그거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뒤늦게 미안했답니다.

‘한땀두땀’-예원 윤주 성재 승민 금비 류옥하다.
예원 윤주 하다는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 잘해냈고
금비도 어제 해봐서 조금 나았으며
성재와 승민이는 조금 알려주니 잘 하더라지요.
마무리가 늦어져 펼쳐 보이기 직전까지 바느질을 하였다네요.
윤주와 성재 금비는 인형을,
예원 승민 주머니를,
하다는 작은 쿠션을 내놨습니다.

‘들꽃엽서’-은비 지윤 효정 지원 지유.
꽃을 따러 돌아다니며
마을 어르신들한테 인사도 대단히 잘했다는 그들입니다.
이미 해본 지윤이가 다른 이들을 돕기도 하였다지요.
중간에 들어온 금비,
애살 많은 그는 이야기를 끊어서 끼기도 하고
누가 뭐 한다 그러면 자기 걸 팽개치고 그걸 하기를 반복했다는데,
그게 여러 사람을 조금 불편케도 했다 합니다.
에너지 많아 그랬겠지요.
한껏 할 수 있도록 하면, 혹은 좀 더 커가면서
전체와 더 조화로울 수 있지 싶습니다.
지윤이는 책갈피를,
효정 지원 은비 지유는 엽서를,
서로 서로 도와주며 그 꽃들만큼 저들만큼 예쁘게도 만들었습디다.

‘옷감물들이기’-동휘 용승 용하 신명 동욱.
어제의 열린교실과 다르게 남자아이들만 왔습니다.
우아하게 만들기 위해서 음악도 틀었는데,
사계 중에 겨울을 듣고 싶다 했다나요.
여자 아이들과 다르게 큼직큼직하게 만든 것도
오늘의 특징이네요.
어제 염료액을 만들어놔 여유가 있어
글집까지 다 정리하고도 도란거릴 수 있었는데
장래에 대한 생각들도 나누었다 합니다.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그건 희망에 대한 얘기였을 테니까요.
(정리시간, 용하 동욱이는 어느새 다른 데로 가버리고 없더라지요.)
그런데, 다니랑 동욱이가 또 한바탕 했답니다.
머리 밀고 발로 차고 그렇지만 그리 격하지는 않은 싸움,
고만해라 그러면 또 고만하고...
‘펼쳐보이기’ 나와서 용승이가 전체를 지휘하네요.
“얘는 효자라서 엄마 꺼 만들었고,
저는 예쁘게 나왔어요, 마음이 착해서 그래요.
이건(큰 거) 물꼬 건데 제가 대부분 만들었어요.”
덩달아들 유쾌해졌지요.

'다 좋다'-다니 주용 석현 준호.
엉망진창인 책방으로 가서
읽고 싶은 책도 읽고 바둑도 하고 피곤한 사람은 잠도 자고
그리고 청소를 시작했다는데
어린이용 잡지도 차례대로 다 맞추었다지요.
“11시까지 할 일 하다가 청소하자.”
먼저 허용하고 다음에 청소를 제안하니
너무나 잘들 하더랍니다.
특히 준호는 책방 청소를 다 한 뒤
복도랑 가마솥방 앞도 정말 열심히 쓸었다지요.
‘말썽꾸러기 남자아이들인데도 다 같이 협동하고 하니까...’
정말 의외였다 합니다.
아이들은 늘 의외이지요,
그들은 의외적이어야 더 일반적인 존재들 아닐지요.
무더운 시간 청소를 했으니 힘이 들었을 겝니다.
앞으로 책 제자리 잘 꽂겠다고들 하였다나요.

‘한껏맘껏’이 이어졌습니다.
오늘쯤 오후를 잘 쉬었다가 다음 일정을 해나가지요.
한껏 맘껏 자유롭게 유영하는 시간이랍니다.
책방에서 놀거나 책을 읽거나 바둑돌로 놀거나,
모둠방에서 자거나 도란거리고..
고래방에서는 은비와 지윤이가
토끼몰이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서 놀고 있었지요.
모두가 모여 집단으로 했던 것을
둘 밖에 없으니 또 그에 맞춰 놀이를 바꾸어서 말입니다,
연극도 하고.
‘들꽃엽서’의 특별 보강도 있었네요.
세민 석현 은비 금비 지윤 세빈 세인 정민 지원 들이 모였지요.
펼쳐보이기 때 그게 예뻤던 겁니다.

열 두엇은 우르르 계곡으로 가 물싸움을 하고,
저기 수민샘은 윤찬이랑 주용이 우진이,
어린 사내녀석들과 산책을 나갑니다.
긴 나무막대기를 가지고 있는 우진이가
윤찬이는 참 부럽습니다.
샘한테 나뭇가지 구해 달라 조르고 또 조르자
샘이 한 소리를 했겠지요.
“나뭇가지로 노래를 만들겠네.”
1학년 주용이와 우진이,
2학년 윤찬이를 샘따라 놀리네요,
주용이는 춤까지 추면서.
채영 정민 지유 그리고 가끔 지원이도,
어제 한땀두땀에서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셋이 꾸준히 같이 다닙니다.
장순이집 앞 돌계단을 몇 칸씩 뛰어내리기도 하고
나름의 놀이들을 하고 있었지요.

듣고 말하고 의논하는 과정을
아이들이 ‘한데모임’에서 잘 익히고 있습니다.
물꼬가 사랑하는 노래들을 한껏 부르고
손말도 익히고
그리고 물꼬가 전하는 말도 들은 뒤
그렇게 빙 둘러 앉아서 제 말들을 하는 거지요.
하루 보낸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을 전하기도 하고...

저녁 8시, 공연이 있었습니다.
달골 창고동에 연습을 와 있는
국악실내악단 ‘초아’에서 마련한 연주회이지요.
첫 계자의 오카리나 강습과 취주악기 연주회도
여름 밤 참 좋은 공연이었는데,
못지 않았답니다.
해설이 있는 국악공연쯤 되었지요.

박범훈류 피리 산조로 시작했습니다.
듣고 난 아이들이 감상평도 내놓았지요.
“시공간적 떨림과 음의 높이가 어울려요.”
들은 풍월 많은 용승이입니다.
“맞아요, 음악은 시간예술이라고 하지요,
사이 사이를 어떻게 채우느냐 하는 것이 음악입니다.”
길잡이 샘이 그에 맞게 반응해주셨지요.
윤주도 손을 번쩍 들었네요.
“피리가 작았는데도 소리가 크고,
떨림이 잘 어울려요.”
다음은 김형재의 ‘비’를 해금으로 연주해주었습니다.
줄이 2개인 악기이지요.
“그러면 여섯 개인 것은?”
“거문고.”
“기타도 있어요.”
7형은 아쟁, 12현은 가야금,
18현 25현은 개량 가야금입니다.
듣고 난 아이들의 반응,
“여자 성악가가 노래하는 것 같아요”
윤찬이구요,
소리가 톱질 하는 것 같다는 건 형찬이이며,
용승이는 마치 애기소리 같다 하였습니다.

공명의 ‘보물섬’은 처음으로 초아에서 선을 보인다 하였는데,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정말 빨려 들어가고 있었지요.
쇠 장구 북 징 태평소 피리 리코더가 주요가락을 맡고
탬버린, egg shake, energy chime, spring drum(그 왜 천둥소리 나는 거 있지요)이
비어있는 자리들을 채웠습니다.
연주도 연주지만 악기 하나 하나에도
아이들이 신기하라 했답니다.
‘나이 먹은 만큼 악기 아는 것 많을 줄 알았는데
모르는 악기 보고 소리 들어보고 신기하고 좋았다.’
새끼일꾼 연규도 그러데요.
‘공연도 좋았고,
아이들의 톡톡 말하는 반응들이 탄산음료 같았다.’
(수민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춤명상’.
인디언 곡 가운데 좀 빠른 곡으로
(흔히 명상에 쓰이는 속도가 아닌)
에어로빅동작처럼 안무를 하였는데,
노래가사도 우리말처럼 들리는 게 있어
아이들이 그 낱말을 경쾌하게 따라하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졸려하던 애들도 깨서 하더라지요.
아이들과 하는 춤명상에서는
이런 곡도 좋겠다 실험결과가 좋았던 시간이었네요.

‘모둠 하루재기’.
4모둠을 기웃거려봅니다.
‘자유학교 노래 1’만 부르고 말랬더니
성재가 ‘잘은 모르지만 ’자유학교노래 2‘도 손말하고 같이 불러보자 해서
즐겁게들 크게 부르고 있데요.
2모둠의 하루재기도 들여다봅니다.
세운 윤찬 형민이는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아주 무아지경이지요.
서서히 제 목소리가 짙어지기 시작하는 아이들,
신들이 나서 말을 합니다.
동규는 좀 우울해져 있네요.
“저희 엄마는 잘 계실까요?”
효자 났습니다요.
이러니 부모님들 자주 그러시는 거지요,
물꼬 가면 집 귀한 줄 알고 부모 귀한 줄 알며
온갖 것들이 다 소중해지는 듯하다던가요.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아이들이 잠이 듭니다.
오늘쯤은 저들도 곤한 게지요.
읽기 시작하자마자 자던 걸요.
지윤이는 옆에 어른이 없으면 잠을 못자고
형민이는 옆에서 소리가 들리면 또한 잠을 못 잔다더니
그들도 쉬 잠이 들었답니다.

‘샘들 하루재기’.
먼저는 아이들 이야기를 하지요.
그러다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같이 모여 일을 한다는 것 쉽지 않지요
특히 스물 네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
다 보이지요, 자신의 모습, 상대의 모습.
처음에는 긴장이 있다가
차츰 자기 모습이 스멀스멀 일어나
부딪히고 부대낍니다.
상대 안에 든 내 모습을 못 견뎌하고
시기도 하고 질투도 하고...
그러면서 다듬어져 가지요.
계자는 아이들을 위한 바라지가 첫째일 테고
다음은 바로 자신을 다듬는 시간이다 싶습니다.

아, 중 1 동휘가 단단히 새끼일꾼 노릇을 해내고 있다지요.
아이들을 위해 기타까지 챙겨왔는데, 그만 줄이 끊어졌는데,
마침 물꼬 기타도 같은 줄이 끊어져있네요.
같은 중 1 귀남이도 새끼일군 못잖게 움직입니다.
저러다 내년이면 새끼일꾼 노릇 거뜬히 제대로 하게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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