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계자 여는 날, 2009. 8. 9.해날. 회색구름 지나 오후 볕


‘아이들 맞이 준비하기 위해 정소를 하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사용할 곳들이라 한 번 더 확인하게 되고...’(새끼일꾼 아람형님)

<2009 여름, 백서른세 번째 계절자유학교 - 그러니까 지금 3>에
아이들이 들어왔지요.
어린 동생이 크면 데려오고프다더니
드디어 2학년 정현을 데리고 중국에서 물꼬 4년차 희주가 왔습니다.
작년 7월 4일 캐나다를 향했던 세훈이는
며칠 전 입국하여 여기 먼저 왔지요,
시차나 적응됐을까 싶은데.
돌아가며 한 해씩 외국에 가 있었던 터라
오랜만에 인영, 세영과 함께 삼남매를 동시에 보게 되었네요.
차곡차곡 말하고 나날이 즐거움을 그리 쌓아가는 주희가 오고,
울산대표들 부선이랑 건표가
이번엔 이웃동의 동생 승민을 태우고 오고,
큰지현이와 태현이가 겨울에 이어 다시 왔으며,
준민 혜인 작은지현 재영 현수가 우르르 같이 오고,
채림이랑 소현이 광주서 오고,
같은 반 현준이 태형이 같이 오고,
늦게 급히 신청한 현우 현곤,
혼자 씩씩하게 온 예원이,
이번에는 어째 하나 뿐인 일곱 살 민재,
그리고 미리 들어온 미성이와 예 사는 류옥하다까지
스물 여섯 아이들입니다.
3주를 내리 있기로 했던 예원이와 우진이가
마지막 일정에는 돌아가게 됐고,
준표가 못 올 일이 생겨 겨울로 미뤄지고,
한 아이 미처 못 챙겨 못 오고,
그렇게 서른이던 아이가 스물여섯이 되었습니다.
지역이야 늘처럼 전국구(강원도와 전라도, 제주도가 가끔 빠지는)이지요,
앞서 얘기한 대로 중국에서도 둘 왔고.
작은 신체장애가 둘,
그리고 정서행동장애 경증이 하나,
시설 아동들 셋이 더해졌습니다.
가뿐할 테지요.
거기에 어른 열셋.
아이들 숫자가 적으면 바라지가 수월한 반면
개별의 특성이 더 드러나 힘이 들 수도 있습니다.
어떤 계자가 될지요...

고맙게도 날이 바짝 개주었지요.
아이들이 잘 맞았습니다.
잠시 우리들 안에 있을 적 다시 빗방울 살짝 지나더니
나간다니까 또 비 거두어준 하늘이었습니다.
하늘 고마운 산골 삶입니다.

아이들이 오면 여기서 지내는 법에 대한 안내모임부터 하지요.
배려가 있는 자유, 사이좋은 자유가 어떤 건지,
이곳 해우소의 특징,
물꼬가 하는 생각,
전체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묻고 답하기를 합니다.
이 이십여 분의 시간이 엿새를 지내는 모든 것인 셈이지요,
더는 물어볼 것도 없는.

점심을 먹고 모두 쏟아져 나왔습니다.
더러 안에 있는 이도 있기 마련인데,
웬걸요, 다 다 나왔습디다.
책방도 어느 순간 텅비었데요.
개랑, 풀이랑 혹은 평상에서 도란거리기도 하고
나머지는 죄 마당에서 공을 찼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축구를 했지요.

‘큰 모임’.
함께 할 이들이 서로 인사하는 시간입니다.
그림을 그려서 글을 써서 자기 이야기들을 하지요.
듣고 말하는 연습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산모롱이’를 나갔지요.
몇 해 다른 샘들이 진행하던 일인데
이번 계자에서 제가 맡게 되었네요.
감나무 아래 평상에서 모여
대해리 마을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와,
마당의 살구나무와 소나무 사이를 걸어 나가
대문 앞에서 앞산을 건너다보며 물꼬 꿈을 전했습니다,
가슴에 소망을 품고 그것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면
바람이 차고 넘쳐 이루어진다는 말도 같이.
그리고 대해리골짝을 내려다보는 석기봉과
마을을 한눈에 보는 큰형님느티나무를 건너다 보고
마을길 걸었습니다.
나무 하나 하나 새겨보고 논밭에 나고 자라는 것들도 기웃거렸지요.
그러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느티나무 아래 모여
나무의 혼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산마을과 둘러친 산과 숱한 이야기들,
아이들은 이야기를 먹고 자라지요.
그래서 계절학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지않은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아이들이 크면서 다 알게 되지요.
그들은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무한한 상상세계에 있는 존재들,
그것이 삶의 여러 영역에서 바탕이 될 것입니다.
걸음의 마지막은 계곡입니다.
우리들이 ‘서해바다’라 부르는 곳은 그만 토사로 메워져 있었지요.
큰 비로 자연은 그렇게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물 많아 ‘거인폭포’ 여전히 힘차게 내려오고 있데요.

물놀이.
어색해하던 샘들도, 서먹하던 아이들도
서로 부대끼며 물놀이의 마술에 빠집니다.
왜 물놀이를 맨 먼저 하는지 알 것 같다던가요.
마치 예전 계자에 오면 아이들이 베개싸움부터 하던
그런 까닭에 다름 아니지요,
이제는 너무 소모적이라 하지 않는 거지만,
베개가 남아나질 않고,
굳이 바깥이 있는데 실내에서 할 게 아니어 관둔.
그러나 오늘 아래쪽보다 좀 거친 계곡은
두엇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중 1인영이도 다리를 길게 긁혔네요.
“아고, 그래도 네가 다쳐 다행이다.”
저도 그 말 알아듣고 대답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애들이 다쳤으면...”
저 아이가 놀랍습니다.
세 아이의 맏이긴 하나
어릴 적부터 저 아이 아주 안정감이 있었더랬지요.
머잖아 훌륭한 새끼일꾼이 될 거지요, 그를 기다립니다.

저녁 먹고도 마당에 몰려나왔다가
한데모임에 모였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하고픈 얘길 합니다.
“엄마가요, 인터넷으로 찾다가 오게 됐어요.”
2년 승민이는 물어보지도 않은
이곳을 알게된 경위를 소상히 전하기도 하였지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이삿짐 싸구요, 저는 여기 왔어요.”
때늦게 배고프다고 준민이 태현이 현수,
된장국에 밥 말아서 먹기도 하였네요.

고래방으로 건너갑니다.
오늘은 해바라기를 세 송이 놓고 춤명상을 합니다.
온 방안이 화안합니다.
아이들이 촛불과 해바라기를 들여다보느라
한참이 지난 뒤 시작을 했지요.
경칩춤을 추고, 옹달샘춤을 추고...
하루 중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는 아람형님이었답니다.

대동놀이 이어졌지요.
‘미친 듯이 달리고 가위바위보’ 했다고들 하데요.
그래요, 놀이가 그런 거지요, 온 몸으로 비지땀 흘리며 환호하는.
정말 흥겹습디다.
거기서 우리는 열정을 배웁니다.
그리고 자유를 한껏 마시지요.

이곳의 하루 갈무리는 모둠하루재기시간입니다.
일곱 살 민재도 날적이(일기)를 스스로 잘 챙겨
형아 누나들한테 자극을 주었지요.
머리맡에서 읽는 동화를 들으면 아이들이 잠자리로 갑니다.
샘들 뒷마무리할 때마다 나서서 꼭 도와주고 건표도,
샘들 어깨를 주물러주는 삼남매의 사랑스런 막둥이 세영이도
엄마가 보고프다던 민재도
잠못 들던 현수도 잠들이 들었답니다.

늦은 밤, 샘들 하루재기가 이어지지요.
“아이들 참 아름다운 존재...”
수민샘은 저번 계자는 작은 아이들이 많아 동작이 작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 수는 적은데 움직임이 크다 합니다.
모이기 잘하고 노랫소리 높다네요.
처음 온 새끼일꾼 민희형님은,
집에 있을 때 공부걱정 내신걱정으로 힘들었는데,
여기 있으면서 몸은 좀 피곤하지만 걱정이 없어 좋답니다.
“애들 웃음소리도 예쁘고...”
원래 애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지더라나요.
“현희(소개해준 새끼일꾼)가 왜 또 오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애요.”
희중샘,
2007년에 처음 와서 내리 세 계자를 계속하고
지금까지 내리 쭉 손을 보태고 있는데,
왜 물꼬에 돈 들여가며 아이들이 계속 오는지,
또 샘들은 돈도 받지 않고 자원봉사를 왜 계속 오는지,
자신 또한 이러한 공간에 자원봉사 하러 왜 오고 또 오는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답디다.
처음 그 때 한 번만 와 본 거였는데, 그렇게 할 줄 몰랐다는데,
모든 계자를 이어가고 있지요.
“앞으로도 올 것 같고...”
다른 인연에 견주면 햇수로야 그가 몇 해 되지 않으나
내리 와서 실제 아주 집약된 물꼬 시간을 응축하고 있지요.
그러니 오래 온 아이들 눈에도
그가 연수에 비해 물꼬에 아주 중요한 핵심이라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 것이구요.
“처음 치워봤는데, 원래 그런 거 치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못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뚝딱 해치워버려서 저 스스로 기특하고...”
네, 아람형님 참 대단합디다.
똥오줌통을 어느새 비워내고 오동잎 따서 깔고...
어른책방 불도 챙겨서 꺼달라 부탁하데요.
이제 그런 것가지 눈에 보이는 겁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가기도 하지요.
새끼일꾼 자리가 성큼 아이들(청소년들)을 키우고,
그리고 이번에 전체 안내를 좀 맡기니
역시 전체 진행을 보며 또 성큼 자라고 있는 그랍니다.
“도시에서도 가끔 하늘을 보는데, 거기도 하늘 예쁜 적 많은데,
물꼬에서 보는 하늘은 정말 예뻐요.”
선아형님입니다.
여기 도우러도 오지만 자신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지요.
그는 바깥에서 모기 물린 아이들에게
바위취 찧어 붙여도 주었더랬습니다.
우리를 둘러친 자연 안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로
문제를 해결하는 물꼬 방식을 그가 배웠고,
이제 그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었지요.
“아이들 수가 적으니 뭔가 허전한 게 자꾸 심심하더라구요. 설거지양도 적고, 모이는 시간도 단축되는 등의 장점도 있지만 역시 물꼬의 계자는 아이들이 모여서 북적거리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애요. 그런데 물놀이 다녀오니까...”
그만큼 또 흥이 나더라는 아람형님이었습니다.

약을 챙겨먹는 애들이 좀 있네요.
민재 승민 정현, 잘 챙기겠습니다.
현준이가 벌에 쏘이기도 하였는데,
오줌 잘 바르고 괜찮아졌고
혜인이가 배가 좀 아프다고 했는데
쉬 지나갔네요.
현우 귀와 렌즈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샘들이 나눠서 맡은 이를 정했지요.

여기는 천국 혹은 정토의 바다입니다, 아이들이 있으니.
거기서 우리 너무나 자유로이 유영할 시간들이
어느새 하루 훌쩍 넘어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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