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계자 사흗날, 2009. 8.11.불날. 비 오다가다

조회 수 1254 추천 수 0 2009.08.25 00:19:00

133 계자 사흗날, 2009. 8.11.불날. 비 오다가다


하늘, 참 고맙습니다.
해건지기 셋째마당에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 앞에
굵던 비가 멎어주었지요.
아침 밥상으로 갈 적 다시 내리던 비,
‘열린교실’ 하라고 다시 멎었습디다.
그렇게 날씨를 잘 타고 가고 있는 133 계자입니다.

“잠이 안와요.”
집안의 늦둥이 현수는 잠이 드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간밤에도 남들 다 잔 뒤에
샘들 하루재기하는 가마솥방에 다녀갔지요.
희중샘이 잘 뉘어주고 왔더랬는데,
늦잠을 자려나 했더니 아침에 또 팔팔하니 댕기던 걸요.
민재는 아침에 마냥 뻗댕기며 울었습니다.
그런데 멈춰야 말을 알아듣지 않겠냐 하니
언제 그토록 울었냐싶게 멈추고는 제 얘기를 합디다,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타인과 교통해간다지요.

아침 밥상머리에서 오늘은 소현이가 피아노 연주를 하였습니다.
아이들 연주 신청이 쇄도하고 있지요.
오늘 저녁은 하다의 오카리나와 리코더 연주가 있을 예정이고
내일 아침은 인영이의 피아노연주가,
그 다음은 미성이의 하모니카 연주가 기다리고 있답니다.

손풀기 마지막날,
그토록 시끄럽던 모두방이
시작과 함께 고요합니다.
그 모습에 놀라고 감동받는다는 민희형님이었지요.
그림들은 또 얼마나 우리를 놀라게 하는지요.

‘열린교실’.
인영 주희 혜인 세영 류옥하다는 옷감을 물들였습니다.
“처음으로 옷감 물들이기를 했는데...”
류옥하다, 하다, 처음으로 옷감물들이기
늘 있는 아이도 늘 오는 아이도
그렇게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지요.
“예뻐서 또 왔어요.”
인영이는 열린교실 두 번째도 천염염색을 하러 또 왔습니다.
혜인이는 퍽이나 재미가 있더라 하고
작은지현이는
양파가 이런 예쁜 색을 만들어내다니, 하며 감탄이었지요.
작은 것에도 참 소박하게 기뻐하는 아이들입니다.
옷감을 빨러 계곡에 가서는 다슬기도 잡았다 합니다.

‘들꽃엽서’에는 세훈 소현이가 같이 했습니다.
꽃을 찾으러 산책을 갔는데
웬만큼 꽃을 구하고 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데요.
“잠깐만요.”
“저기도요, 잠깐만요”
꽃이 너무 예뻐서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
그예 비를 맞고 들어왔다지요.
옷이 젖었으나 그래도 마음이 꽃이 되었더랍니다,
그들의 엽서처럼.

‘뚝딱뚝딱’은 오늘도 사람이 많습니다.
하여 샘들도 셋을 붙였지요.
미성이는 어제 만든 인형 징징이의 침대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자기 주제를 이어가는 것도 좋데요.
승민이와 현우는 강아지를 만들었네요.
나무로 그런 걸 만드는 것도 재밌습디다.
민재는 배를, 정현이는 로봇을,
그리고 예원이는 트럭을 내놓데요.
주희와 채림이는 의자와 책상을 각각 뚝딱거렸고,
현준이는 스케이트보드를 만들었습니다.
평화에 기여하자는 걸 하쟤도 꼭 총칼류를 만드는 녀석들 있지요.
건표는 대포(나중에는 거북선으로 변했답니다)를, 태형이는 총을
들고 나왔지요.
그런데 그런 것조차 이곳에선 외려 평화스럽답니요.
그 아이들 곁에서 희중샘은 풍금 의자를 고쳤습니다.
좋데요,
이곳의 삶을 살피고 필요한 것을 열린교실에서 해내는 것 말입니다.

‘한땀두땀’.
재영이와 부선이는 주머니(베개까지)를,
준민이와 태현이는 베개를 만들었습니다.
쿠션을 만든 지현이 그러데요,
바늘 갈아 끼우기는 귀찮았지만 다른 건 쉽더랍니다.

자연놀잇감에선 짚을 엮으며 놀았습니다.
현곤이는 허수아비와 빗자루를 내놓았고,
현수이는 언제 저렇게 다 해낸 걸까요,
모자에다 허수아비에다 원반까지.
희주는 벌을 만들었는데,
짚으로 그런 걸 또 만들다니,
우리 모두를 감탄케 했지요.

오늘 오후는 한가롭습니다.
‘한껏맘껏’이었지요.
방을 들여다보니 현수는 책을 보는 곁에
배앓이를 좀 한 희중샘이 누워 쉬고 있었고,
책방에는 인영 승민 태현 현준 재영이가 있었습니다.
목공실에선 채림이 소현이 건표가
샘들을 도움을 받으며 여전히 뚝딱거리고 있었지요.
“만들다 만 건데, 마무리 할라고요.”
그렇게 거북선이 완성되었더랍니다.
소현이는 책상을 만든다더니 힘이 부치니까
의자로 변형하고 있었지요.
열린교실을 잊지 않고 그리 이어가고 있는 모습,
기특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세훈이는 홀로 풍금 앞에서 작곡을 하다가
마당가 쫄랑이를 보러 나갔고,
그때 한가한 샤워실에선 혜인이와 작은지현이가 씻고 있었지요.
아이들에겐 무엇이나 놀잇감이지요.
복도용차량이 있었더랍니다.
원래 이동 칠판용으로 쓰는 물건 하나이었는데,
칠판을 떼고 아래 서랍장만 남은 그것을 평소 류옥하다가
교무실에서 부엌으로 오가는 차로 잘 썼고
더러 아이들이 이곳에 놀러오면 태워주는 놀잇감으로 썼지요.
그걸 계자에서 아이들이 잘 갖고 놀았답니다.
문제는 속력을 너무 내서 가끔 부딪히기도 한다는 거였는데,
그래서 아람형님 마침 미성이가 밀고 있을 때 보고는
위험하다고 아니 탔으면 했겠지요.
그 다음부터 미성이가 다른 아이들 단도리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우르르 계곡으로 갔습니다.
시설에서 온 두 친구가 이제 맘을 한껏 열고 있데요.
이 자연이, 이 사람들이 고맙습디다.
장애아들도 잘 지내고 있지요.
또래학급이란 때로 얼마나 잔인한지요.
그 나이대가 요구하는 바를 해내지 못하는 아이는
또래들 사이에 있으면 부족함이 더 두드러지게 됩니다.
허나 이렇게 섞인 나이대 속에선 그렇지가 않지요.
고마운 일이랍니다.
책방에 있던 민재는 책도 보고 싶고 놀러도 가고 싶다가
결국 계곡으로 따라 나섰네요.
그런 민재를 세영이가 어깨 두르고 갑니다.
세훈이와 희주는 첫날 춤명상에 쓰인 곡을 흥얼거리며 가고 있었고,
계곡에서 또 울음보가 터진 민재를 준민이가 달래고 있데요.

승민 현수 준민 미성이,
비스무레한 또래들끼리 잘 놀다가 싸웠습니다.
둘둘 패를 나눠 놀이를 하다 그 균형이 깨지면서
싸움으로 갔지요.
하도 시끄러워 불렀습니다.
실컷 자기 얘기 해보라 했지요.
긴 시간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지요.
“자, 일(1), 절대 같이 놀지 않는다!
이(2), 같이 논다!”
둘 중에 하나 고르라 하니 2번이랍니다.
“이제 가라.”
그러니 당장 나가면서 얘기 주고 받고,
그리고 어느 순간 놀고 있데요.
어른 같으면 앙금이 얼마나 오래일 것인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 좋답니다.

저녁을 먹고 태현이가
모둠에서 하는 설거지를 아니하겠다 버티었답니다.
만만한 교장을 불렀겠지요.
하거나 가거나(이곳을 떠나거나) 하랬습니다.
한다데요.
이분법이라 놀라시려는지요.
가벼이 보십시오, 그리 심각한 건 아니랍니다.
일상, 그거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같이 살 때 제가 해내야할 몫이 있지 않겠는지요.
그런 건 예서 당연히 하는 걸 받아들이라 한답니다.

저녁을 물리고 어둠이 내리는 시간을 노닐다가
‘한데모임’에 모두가 모이지요.
올 여름 마지막 계자이기도 해서 더 그랬을지 모르겠습니다.
노래들이 어느 때보다 풍성합니다.
역대 물꼬의 고운노래들이 다시 불리우고
물꼬에서 아이로 지내다 어느새 일꾼이 된 이들이
노래를 가르쳐도 주었지요.
물꼬의 고전 ‘은자동아 금자동아’를 오랜만에 두 패로 나눠
가르쳐주기도 하였답니다.
참 잘도 합디다.

오늘 춤명상(명상춤) 인디언플룻에 맞춘 곡입니다.
우리말처럼 들리는 부분이 있어
아이들이 따라 부르며 즐겼지요.
진행을 하면서도 많이 배웁니다,
아이들과 하는 춤명상에 대해 더 많은 방법을 찾게 되지요.
이어진 대동놀이는 정말 재밌습디다.
무슨 씨름판에 모인 사람들처럼
옹기종기 붙어 앉아 가운데서 벌어지는 싸움들을
응원하며 얼마나 따듯하던지요.

샘들하루재기.
물꼬와 오랜 인연이었던 선아형님은
다른 일꾼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보는 눈을 가졌습니다.
한편 세대교체를 느끼며 불편해도 하데요.
물꼬는 사람을 통해서 일을 하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바뀝니다.
그런 속에 물꼬도 변화를 겪어가지요.
헌데 왔던 이들은 자꾸만 과거에 매일 때가 있습니다.
그 불편한 강을 건너가며 거기 선 자신을 보게 되고
그러다 훌쩍 어느새 커가는 자신을 만나지요.
샘들 하루재기는 계자일꾼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강론의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일 좀 못해도 된다,
전체를 조용히 잘 받쳐주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다만 아이들을 위해 우리를 쓴다,
그렇게 우리가 존재하는 까닭을 되짚기도 하였습니다.
이른 아침 수민샘이 갔더랬지요.
세 번째 일정에 손이 좀 부족하다 하여
무리하게 며칠을 더 보태고 간 걸음입니다.
그런 마음 씀들을 통해 물꼬가 흘러간다지요.
그가 갔다고 그 빈자리가 컸다던 샘들이나
그런 만큼 또한 그 자리를 메워준 샘들이었습니다.
모두 아주 훌륭하게들 움직이고 있지요.
‘하루재기 시간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다른 쌤들을 통해 제가 몰랐던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듣고 옥쌤 말씀 듣는 것도 너무 좋아요.’
아람형님, 하루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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