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24.물날. 맑음

조회 수 1100 추천 수 0 2009.07.03 00:27:00

2009. 6.24.물날. 맑음


눕혔던 표고목을 다시 세웁니다.
봄학기의 마지막 표고농사 일이 되는 거지요.
오후에는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에 풀들을 좀 베 냅니다.
모여서 일하니 이런저런 나눌 얘기도 많지요.
“올해는 유달리 시설아동들이 신청문의가 많네.”
“저소득층이나 실직가정은요?”
“마찬가지로 늘어났고. 세상 살기 힘든가 봐.”
“그럼, 옛날에도 계자에 그런 애들 있었어요?”
“그럼, 적잖이 있었지. 다 내지 못하는 애들이 더러 있고.”
“아, 그랬구나...”
“그런데, 그리 말하는 어른들도 있어.
어차피 다른 데로 가면서는 낼 것 다 낸다,
그 역할을 꼭 물꼬가 해야 되느냐,
나라도 못한다는 가난 구제를 주제넘게 왜 너들이 하려느냐,
고만 고생하고 할 만치만 해라, 그러는 어르신들도 계시지.
그래서 요새는 생각을 좀 해보게 되네...”
“그렇지만, 물꼬니까, 음... 훌륭하잖아요.”
“정말! 그러게! 훌륭하네!”
그러게요, 훌륭하잖아요.
그 말을 풀 베는 내내 곱씹게 됩디다.
훌륭하잖아요.
시설아동이나 장애아,
그리고 저소득층이나 실직가정 아이들이 함께 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라 한 번도 그리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훌륭하지요.
아무래도 물꼬가 얼마쯤은 더 그리 계속 살아야겠데요.

식구들 단식이 사흘째입니다.
그런데 원래는 다음 달의 본단식에 맞춰
가볍게 하는 예비단식으로 삼았던 것인데,
사흘은 비운 느낌을 가지기엔 조금 모자람이 있지요.
그래서 예정대로 3일 오늘 저녁끼로 끝을 낸 이가 있는가 하면
이틀을 더해 닷새 단식을 하겠다는 이가 있고,
더 나아가 7일단식까지 꼽고 있는 이도 있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다음 달 단식일정은
자연스레 가을학기 말로 미뤄지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 아침에는
자연의학법에서 단식 중에도 지키면 좋겠다는 여섯 가지 요법 가운데
뒤통수냉각법을 안내했습니다.
모관운동과 등배운동, 붕어운동, 합장합척운동도
저녁 수행에서 했답니다.

사실 곡기를 끊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한 이틀, 혹은 사흘째의 고비를 넘기면
음식이 그리 당기지 않지요.
정작 힘이 든 건 보식입니다.
5일 단식이면 단식 전 음식을 줄여나가는 5일 감식에
단식 후 음식을 조금씩 더해가는 닷새가
최소로 필요합니다.
이 보식이 정말 어렵지요.
한 번 곡기가 들어간 배는
자꾸만 더 요구를 하게 되니까요.
그 유혹이 퍽이나 크고,
단식의 성공여부는 예서 갈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기표는 대여섯 차례 아이랑 수학공부를 같이 했습니다.
오늘 그 수업을 정리했지요.
달날 아침 머물던 짐들을 정리해서 집에 들렀다
다시 여행을 시작할 계획이라 합니다.
선진샘은 오늘 마지막 갈무리모임이 있었습니다.
안식월 한 달이라고는 하나 보름 정도를 머물렀나 봅니다.
손발이 늘 모자란 이곳에 두 젊은이가 한동안 머물며
큰 보탬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래방 공사 견적을 받기로 하고
오늘 사람들이 둘러보고 갔습니다.
우리 목수가 올해는 안에 없으니
별수 없이 밖에 맡기는 거지요.
몇해 전 고래방 공사 때 습한 마룻바닥에 공기구멍을 내놓지 않아
나무가 다 썩어 내린 거지요.
일 하나를 야물게 못하면
이렇게 두루두루 피해를 입게 됩니다.
지난 계자까지는 어찌어찌 견뎠는데,
올 여름은 공사를 하고 써야 합니다.
아무래도 바닥을 다 뜯어내야 하는 공사이니
공사비도 만만찮겠지요.
걱정입니다.

다음은 기표가 3일 보식을 끝낸 뒤 먹고 싶다며
제출한 목록이랍니다, 하하.

동그랑땡: 두툼하게
콩비지: 매운 거 말고 구수한 거
된장찌개: 얼큰하게
해물파전: 파 큼직큼직하게!
계란말이
감자샐러드 또는 감자샌드위치
(* 주: 그림도 있습니다. 빵 사이 채소와 계란과 치즈; 양파랑 파 버섯 등등 풀어서 부친 거)
장조림
고등어 또는 조기
버섯볶음(우리가 캔 걸로)
오그락지(*주: 무말랭이를 대구는 그리 부른다네요.)
깻잎조린 거(간장으로만)
덮밥류...(비빔밥 또는 고기덮밥 또는 계란덮밥)

“이 중에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해주면 만족해.”
“계란말이, 이거 해주면 되겠네.”
“에이, 그건 side dish 지.”
유쾌한 이가 있으니 웃을 일도 많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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