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빈들 닫는 날, 2009. 6.28.해날. 맑음

조회 수 1143 추천 수 0 2009.07.06 18:09:00

6월 빈들 닫는 날, 2009. 6.28.해날. 맑음


느지막히 시작하는, 빈들모임 닫는 날입니다.
절명상으로 아침을 열고
천천히 천천히 이불을 털고 휴지통을 비우고
가방을 싸고 달골을 걸어 내려옵니다.
그런 여유가 또한 좋은 빈들모임이라 합니다.

물꼬표 콩나물국밥을 먹고
꽃밭과 건물 사이 통로들 풀을 정리합니다.
여은주님이 조카 주현이랑 도시락을 들고 엊저녁 먼저 떠났고,
현미영님 박효열님 최용찬님이
슬아 보슬 다슬 정우 아인이와 같이 했습니다.
품앗이 희중샘 기표샘이 함께 했고,
그리고 공동체식구들 여섯,
신영철 노종대 원미선 류기락 옥영경 류옥하다가 있었지요.
열여덟의 사람들이 얼려 보낸 6월 빈들이었습니다.
류옥하다 큰댁에서 온 미숫가루로
배를 좀 채워 길들을 떠났지요.

다음은 사람들이 남겨둔 글들에서 몇 편 옮겼습니다.
띄어쓰기를 빼고는 쓴 그대로 옮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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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찬:
몸과 마음을 모두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현미영:
점심, 감자캐기, 간식, 계곡, 저녁, 달골, 춤명상, 밤참, 아침 절명상, 아침식사, 잡초뽑기.
감자캐기는 열매를 얻는 기쁨을 잡초뽑기는 단순한 행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명상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했던지라 춤명상이나 절명상은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한번의 행위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지속적인 반복적인 행위가 이루어진다면 내 생각이 변할까요?

여은주:
하늘, 바람, 감자
호두가 있었네
눈이 호사하고
마음이 다음어지고
다시 또
그러나 그 속에서 울컥하고
늘 강건하시길, 늘 평안하시길
주현이와 함께 온 행복한 이모였습니다.

윤희중:
26일에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쉬어주려고 물꼬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날에 오자마자 난생 처음으로 거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기표랑 같이 거름 포대를 물꼬의 보물인 논으로 옮기는 일을 하였습니다. 어찌나 냄새가 나던지요..... 다음날에 포대에 있는 거름을 뿌려줬는데...... 뿌리고 난 후에 후유증이 남이있던지 어딜 가나 거름냄새가 나서 무척이나 슬펐습니다.
늘 한결 같이 물꼬에 찾아오면서 저도 배워가는 것이 많아서 좋습니다. 사람도 바귀고 부지런 생활이 반복되어서 물꼬 안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도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매번 말하는 것이지만 너무 좋은 곳입니다.
물꼬여! 영원하라.
-애쓰셨습니다.-

6년 최슬아:
물꼬에 들어섰을 때 같은 곳인데도 많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뭔가 쑥쑥 자라서 운동장이 풀로 가득차서 왠지 다른 곳 같았다. 요번에는 주로 밭에서 캐고, 심고, 뽑고 일하는 것이 덥고 벌레도 많아서 더 힘들었다. 감자캐는 것은 재미있었다. 막 땅을 파며 감자를 캐고 기뻐하는 모습이 보물찾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춤명상은 간단간단하게 해서 좋았지만 사람이 많아서 좁아 움직이기 힘들었다. 밤에 야식을 먹을 때에는 먹으면서 이야기하며 웃는 때가 기분 좋았다. 힘들고 무엇보다 너무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

1년 김주현:
청소할 때 열심히 하는데, 칭찬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또 감자 캘 때 너무 힘들고 그랬는데, 그냥 대충이라도 했다. (* 그림: 주현이 감자 캐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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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따리 하나가 왔습니다.
봄가을로 벗이 보내오는 한약입니다.
아이로 연을 맺어 어른들이 오랜 친구가 되었댔지요.
윗목에 놓고 보고 또 봅니다.
“무슨 말을 어찌 해얄지 몰라 보따리만 오래 쳐다보았습니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생각게 됩디다. 아실지, 가끔 오시는 걸음이 가끔 오는 문자와 전화가 그리고 이렇게 봄가을 오는 것들 얼마나 힘인지.”
그렇게 문자 넣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었으나 마음에 담아둔 말,
“사랑 받는 건 누구에게라도 귀하고 기쁜 일이지요. 무엇으로 갚으려나...”
단식 이레째입니다.
안팎으로 몸을 살피는 일들이
물꼬를 밀고 가는 큰 힘 되어 주고말구요.
고마운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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