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29.달날. 비온 뒤

조회 수 1064 추천 수 0 2009.07.10 17:32:00

2009. 6.29.달날. 비온 뒤


간밤 비 시원하게 쏟아지데요.
비온 뒤 여전히 흐린데,
한편 덥습니다.
소나기가 올 듯 올 듯...

면사무소 산업계장님과 부면장님이랑 머리를 맞대보았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들 아닌가 하며,
시스템 안에 있어도 예외적인 길들을 아주 찾을 수 없는 것도 아닌지라.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이 학교의 부속건물로 쓰이고 있긴 한데
서류상 제 명의로 되어 있어 주택보유자가 되면서
두어 가지 문제가 좀 생겼거든요.
시골 사는 일이 이런 것도 즐거움입니다.
도시면 동사무소가 어디 이리 가깝겠는지요(요즘은 다른가...).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해서도 서로 잘 알고,
가령 어느 동네 이장은 누구네랑 상극이더라 뭐 그런 것까지,
저간의 사정도 다 알고 사니
문제가 생겨도 의논이 쉽지요.
고마운 일들입니다.
그렇게 지역공동체는 살아남게 되는 거 아닐지요.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가 왔습니다.
두 번째이지요.
상주의 근본채식주의자 김정기님 이경희님,
그러니까 도현 보리 나한이네가 기증해주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가마솥방에 오가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들춰보며 웃고 있답니다.

여름 계자 신청 첫날입니다.
홈페이지 안에서 받는데,
전화를 덜 받겠다고 한 건데,
여전히 사람의 목소리로 확인해줘야 할 일들이 있지요.
사람이 있어야 일이 된다는 그 확인은 한편 즐거우나
안팎으로 사람 손이 많이 모자란 이곳에선 또 아쉬움이기도 하답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 저소득층 실직가정 시설아동 장애아동의 문의가 많네요.
서로 잘 도울 길들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와!”
첫 오이 수확, 이라고 쓰려니 도저히 적당한 표현이 아니네요,
몇 포기 되지도 않는데
마치 밭 한뙈기가 다 오이이기라도 하는 양 같아.
오이 하나 달랑 땄거든요.
실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머무는 이들도 많으니
작물들 또한 좀 낫습니다.
논밭의 것들 그 발소리 다 듣고 자라는 게지요.
예서 자꾸 해보며
농사 아무것도 모른다 모른다 해도 느는 것도 있을 테구요.

마늘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다른 일들 하는 틈에 뽑습니다.
마늘쫑을 뽑고 보름 뒤쯤 패면 된다던가요.
제법 굵은 놈들도 있네요.
자잘한 것들은 장아찌를 담고
큰 것들은 거두어 벽에 걸어두고
내내 먹을 량이지요.

기표가 보름을 지내고 갔습니다.
보탬 컸습니다.
특히 소사아저씨 곁에서 자잘한 일들을 많이 도왔습니다.
무엇보다 분위기를 밝게 해주었지요.
참 꾸밈이 없는 친구입니다.
진정성을 지녔다는 말이겠습니다.
그런 건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힘을 미치지요.
고마운 그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그 아이가 이리 잘 자라주었답니다.
정녕 고마운 일입니다.

“(생략) 여행을 다니다가 몸이 피곤해 집 같은 이곳 ‘물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말씀 없이 반겨주신 옥샘에게 고마울 따름이고... 들어올 때 얼마 안 되지만 장을 조금 봐왔습니다. 대략 20만 원 정도? 물론 제 나이치고는 아주 큰돈이지요. 하지만 물꼬에선 배운 것들, 그런 것들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돈이기에 얼마 안 되었다고 표현하였습니다.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물론 물꼬에서 모든 것을 다 배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것들, 내가 안 가지고 있는 걸 한층 성숙시켜주는 것, 이런 것들과 사람들과의 ‘정’ 때문에 계자 때마다 임금을 안 받으며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물꼬에서... 참고 하는 인내심을 배웠고, 나의 일은 책임을 지는 책임감, 남을 배려해주는 배려심을 배웠습니다. 이 밖에도 마낳은 것들 배웠지만 말로 표현을 잘 못하겠네요.
(중략) 여행을 하며 많은 것들을ㄹ 배우고 돌아왔지만 이곳 물꼬 와서도 다시 한 번 많은 것들을 배우고 가네요. 올 때마다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나도 많이 느낀답니다. 할 말을 생각나는 대로 막 적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대구로 돌아가 조금 더 큰 사람이 되어서 계자 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표가 남긴 글 가운데서)

7일 단식을 끝내고 보식 첫날.
곡기를 끓었을 땐 독기가 들어갈 일도 없지요.
그런데 끼니를 시작하는 첫날
어찌 어찌 하여 물통에 몇 달 고여 있던 물을 마시는 일이 생겼습니다.
단식 잘하고 이런...
저녁이 되자 독기가 온 얼굴로 퍼지고 있었지요.
코 입 둘레, 대장과 위 자리들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뾰루지들이 도로공사 중이랍니다.
몸의 반응이 신기하기도 하지요.
한동안 그 독기를 빼느라 공을 좀 들여야겠습니다.

단식 끝났다고 미룬 영화도 한 편 봅니다.
강이관 감독의 <사과>.
딱 내 취향, 뭐 그런 영화였지요.
세트촬영도 아니고
시야는 사방팔방이 아니라 딱 보통 시야의 130도에서 카메라가 돌고...
사과, 다시 나타난 7년 옛사랑의 민석에게
현정이 버스터미널에서 사주는 것이 사과이고,
주인공들 사이를 건너다는 ‘미안해’가 또한 사과이지요.
그것이 중의적이든 특정 무엇이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말대로 다 알면 무슨 재미냐고,
우리의 계획대로 가지 않는 삶,
특히 사랑이 어떻게 사람사이를 흐르는 가에 대한,
그러니까 사랑에 관한 담론쯤 되는 영화였지요.
영화의 결말을 파국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긍정으로 보기도 하던데
저는 긍정 쪽입니다.
사랑은 늘 늦게 깨닫지요, 삶에 대해 우리가 늘 그러하듯.
현정은 사랑에 애쓰지 않았던 듯하다고 자신을 진단합니다,
그러면 애쓰겠지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테지요.
큰 사건이나 동선이, 혹은 큰 인물이 없는 영화라 밋밋할지 모르나
분명한 건 누구든 가슴을 치겠습디다, 사랑에 대해.
그건 각자의 사랑에 먼지를 털고 윤기를 더할 수 있게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이기도 합니다.
퍽이나 결 고운, 잘 만든 영화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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