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빈들 닫는 날 / 2009. 5.24.해날. 맑음

조회 수 1032 추천 수 0 2009.06.06 01:56:00

5월 빈들 닫는 날 / 2009. 5.24.해날. 맑음


아침수련을 끝내고
최용찬님은 소사아저씨랑 논으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이앙기가 못다 한 곳에 모를 심어야 하고
제대로 뿌리를 박지 못해 떠오른 모들을
다시 흙속에 잡아주어야 하지요.

다른 이들은 마침을 먹고 밭을 돌았습니다.
호두나무 아래 밭에는
돌미나리 돼지감자 우르르 오르고 있데요.
마늘밭 옆에는 지난 몽당계자에 뿌려놓았던 대파가
마침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가물어서 통 소식이 없던 그들이었지요.
마늘도 살이 쪄가고 있습디다,
너무 듬성듬성 심었나 싶게 안쓰럽더니.
간장집 앞뒤, 된장집 뒤, 그리고 곶감집 마당을 거쳐 뒤란 밭까지
무엇이 나고 자라나 돌아본 뒤
열무와 배추를 뽑아서 들고 들어옵니다,
김치를 담자 하고.

“갈무리 글도 써야지.”
잠시 앉아 글을 쓸 동안
고구마를 튀겨냅니다.
가벼운 요기를 하고 떠나라 하지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그때까지도 최용찬님은 나타나질 않았더랬답니다.
튀김을 싸서 버스에 오르는 이들 편에 보내지요.

아래는 남긴 글 가운데서 맞춤법까지 쓴 그대로 옮겼습니다,
띄어쓰기는 읽는 이가 편하도록 고친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쓴 글에서의 말줄임표는 ‘......’로,
옮기면서 줄인 말은 ‘...’로 구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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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찬: 첫날 도착후 고래방을 청소하였습니다. 장거리 여행으로 피곤하였지만 미선샘은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고계셨고, 옥샘은 달골청소, 삼촌은 논둑 잡초제거를 하고 계신것을 알고 있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해야할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쓸고 닦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풍물을 배우고 달골로 올라갔습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후 막걸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읍니다. 다음날은 하루종일 유기농 밭에 야콘모종을 심었습니다. 비가 온 후의 작업이라 매우 더디고 힘들었습니다. 하루종일 밭일로 쓰러질 정도로 피곤하였고 다음날 일찍 모내기가 예정되어 있어서 바로 잠자리에 들고 싶었지만 마지막 일과인 춤명상까지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마지막날은 예정보다 늦게 모내기 작업을 하였습니다. 모내기는 기계로 먼저 모를 심고 기계가 닿지 않거나, 잘 심어지지 않은 곳에 직접 손으로 모를 심었습니다. 논의 물은 온도조절과 수질을 위해서 계속해서 갈아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많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저와 아이들을 단련시킨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원미선: 산은 5월 보내며 가득해져 하나 된 듯싶다...... 들은 이제 모내기가 끝나면 제 것들을 다 품어 열심히 키울 것이다......
가족 또는 홀로, 연인이 와도 좋을 듯싶다, 조촐하게 빈들모임이 매달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번 빈들모임에서 크게 드는 마음 하나가 있다.
부모와 아이가 소중하게 나누는 것이 많겠다 싶다.
일을 하며 땀을 나누고, 명상을 하며 집중하는 마음을 나누고, 춤명상을 할 때는 몸짓을 나누고, 먹거리를 나눌 때는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 시간에는 부모이야기를 아이의 이야기를 잘 살려는 마음을 나누는 것.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 정말 소중한 것을 빈들모임에서 나누고 있구나’ 싶었다.

4년 보슬:... 1일 저녁 때 밥을 먹고 풍물놀이를 하였다. 장구를 하였는데 꽤 재미있었다. 미선쌤이 물어봤을 때는 그저 웃기만 했지만... 우리들은 청소를 놀이처럼 했기에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땠는지 말할 때 깨끗해져서 기분 좋았다고 그랬다. 정말 그랬다... 원래 오후엔 모내기를 하려고 했지만, 야콘을 심어야 해서 아빠와 우리들이 형태를 농기구로 만들고 비닐을 씌우면 옥쌤이 야콘을 심으셨다.... 재미있었냐, 힘들었냐고 물으면, 힘들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4년 다슬: 요번 빈들모임은 어느 때보다 일이 힘든 것 같았다. 특히 야콘 심는 일이 힘들었다. 처음에 야콘을 심는다고 했을 때 야콘이 약혼이라고 들렸다. 또, 야콘은 처음 들어봤다. 그리고 야콘을 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어른들이 더 힘들었겠지만. 그리고 손가락이 조금 아팠다.
장구를 칠 때에는 꽤 재미있었다. 하지만 새끼손가락이 아팠다. 궁채를 칠 때 구부려야 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고 좋았다.
모내기도 한 번 해보고 싶었지만 못 해봐서 아쉬웠다. 그래도 안할 것도 정말 잘한 것이다. 피곤하고 힘들어서 제대로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 모내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화장실은 밖에 화장실을 썼다. 왜냐면 안에 화장실 변기 안에 벌레가 있었기 때문이다. 밖에 화장실은 뻥 뚫여 있어서 벌레가 있어도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을 테니.
다음에 물꼬에 또 오고 싶다. 왜냐하면 못했던 것들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 물꼬 올 때에는 강아지도 한 번 만져봐야겠다. 무섭지만 물지 않는다.

6년 슬아: 요번 빈들모임은 왠지 힘들었다. 피곤하고 추워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풍물놀이를 할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너무 힘차게 할 때는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아프고 힘차게 해서 팔이 아프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했다. 달골에 올라와서 청소를 할 때에는 귀찮았지만 왠지 빨리 끝난 것 같고 다른 때보다 깨끗해진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아침에는 너무 푹 자서 몸을 푸는 것을 하지 못했다. 아침에 밥을 먹고 나서 야콘을 심었는데 그 일은 요번 빈들모임, 아니 물꼬에 온 날 중 가장~ 힘든 날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땅 파고 비닐만 씌웠던 것 같은데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그때 먹었던 비빔국수와 간식은 정말 맛있었다. 모내기는 정말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5년 류옥하다: ... 오늘 열무 뽑는데 나만 피하고, 내가 가마솥방에서 옆자리에 앉으니까 막 다른 책상으로 옮아갔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나하고 처음 만나서부터 내가 남자라서 어색한데, 거기다가 어제 좀 나아지려는 것을 어제 싸움으로 무너트렸으니 다시는 친해지지, 아니 친해진 적이 없었으니 친해질 기회가 전혀 없을 것 같다.
나는 애들하고 잘 지내려고 하는데 애들은 내가 남자이니까 나를 경계하고 멀리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부터 남자아이들에 관한 적대감을 키워나가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런 것 같다.
애들이랑 좀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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