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25.달날. 맑음

조회 수 985 추천 수 0 2009.06.06 01:56:00

2009. 5.25.달날. 맑음


지역의 아동발달센터에서 장애아동 입학 문의가 있었습니다.
군내 있으니 입학자격은 된다는 거지요.
당분간(적어도 2년은 더) 상설학교를 활성화 시킬 계획이 없다 하나
당장 피 철철 흘리는 아이가 있다면
물꼬의 존립 근거의 하나인 ‘교육의 장’을 열어두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애유형에 있지요.
스스로 가난을 선택해서 들어온 만큼
그래서 최소한의 생활환경을 지닌 곳이니
건강장애와 지체부자유아들이 지내기엔 턱없는 시설입니다.
가끔 돈을 버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스밀 때는
바로 이런 문제를 만날 때랍니다.
어쨌든 마침 올해 아동발달센터가 지역 안에 생겼고,
물꼬도 구체적으로 장애아를 위한 교육에 마음을 모으는 때이니
좋은 동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깊은 밤 문자가 날아들었습니다.
안식년으로 작년 한 해 뉴욕에 가 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선배입니다.
“잘 있어?
그래, 이 물음이 얼마나 허망하냐?
참 지지리도 서럽다.”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일어나
서럽게 또 울었습니다.
비로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실감이 났던가 봅니다.

엊저녁엔 황대권 선생님이랑도 통화하였습니다.
“우울한 이틀이었어.”
당신의 죽음이 서민의 죽음을 결국 상징하는 것 아니겠냐셨지요.
영동에 내려와 있는 문학지 편집장인 양문규님은
분향소를 차려야지 않겠냐, 군청을 내주지 않겠냐시며
낼 연락하자셨습니다, 어제였지요.
영동문화원에 빈소 마련되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지역모임에서 한 자리에 같이 모이자는 연락도 왔고.
그런데 먼저 호흡을 좀 골라야겠습디다.
사람을 만나서가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먼저 가라앉혀야겠습디다.
걸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황망함이 사람을 흔들고 있습니다.
추모물결이 파도라 하지요.
서거하는 방식이 극적이라서 사람들이 그리 슬퍼하는 걸까요?
아무리 죽음 앞에 넉넉한 인심이라지만
그렇다고 재임 중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집혀 다 좋았다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슬퍼하는 것은)그의 삶이 우리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려 했지만
빈곤층의 삶은 전 세계적 소득분배 악화 속에서 더 어려워졌다.
지역주의와 싸웠으나 열린우리당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권위주의 타파에 노력했으나 권위 상실을 지적 받은 경우가 더 많았다.”
혹자의 말대로
우리는 그의 진정성을 되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역사는 또 어찌 흘러가게 될까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갖가지의 색깔로 사람들을 흔들고 있나 봅니다.
저라고 다를까요.
치욕스러운 한 때가 있었습니다.
몇 해 전의 이른 봄이었지요.
한 해 내내 사람을 몰아갔습니다.
분노는 몸으로 가서 한밤중에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였더랬지요.
나는 치욕을 견디며 살았구나, 죽지 못하고,
처음에는 꿈결인가 싶던 당신 죽음이
정신을 차린 뒤엔 그렇게 저를 쳐댔습니다.
사람이 꼿꼿하니 죽은 거라던
동네 할머니의 논평이 귓가에 매미처럼 왕왕대고
나는 그 발치에도 갈 수 없는 거다,
그리 주저앉게 하였습니다.
치욕을 견디며 살아 부끄러웠지요.
시간은 힘이 세다지만
치욕은 더 큰 힘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지요.
어제 뜯어두었던 민들레, 찔레순, 쑥, 질경이, 취나물들을
효소 담았습니다.
허망함은 사람의 행동을 느리게 하지요.
더디게 더디게 하루를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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