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4.나무날. 갬

조회 수 1007 추천 수 0 2009.06.13 23:42:00

2009. 6. 4.나무날. 갬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건데...”
(말이야 그리하지만 어디 그렇기만 할라구요.)
선진샘이 두부시금치된장죽을 끓여낸 아침입니다.
덕분에 아침해건지기 기본 수행을 끝내고도
다른 날의 배를 수련하는데 보냈답니다.
아침밥 양이 많지 않은 아이가
두 그릇이나 뚝딱 해치우고 일어서고 있었지요.
여자가 셋이나 부엌에 있으니
어찌나 맘이 든든하던지요.

아침부터 원고 독촉입니다.
언제부터 써달란 계간지의 산문을
여름 지나고 겨울 지나고 봄 지나
다시 여름에 이르러 잊었나 했더니
이번에는 꼭 쓰라 연락입니다.
7월 10일까지 마감하라고 이번참엔 아주 날을 박아두어서
계자 전에 보내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산골 이야기를 궁금해라 하고 들어주겠다 하니
것도 고마울 일입니다.

집이 목포인 한 친구의 도시락을 싸서 보냅니다.
아쉬울 때마다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 친구입니다.
몇 번이라도 해주어야했을 것을
그게 어렵더니 마침 우리 시금치며 버섯이며로 싼 김밥 있어
마음 담아 싸보았습니다.
나줄 수 있는 것들이 있어 그 또한 고맙습니다.

미선샘이 준비한 점심을 달골 원두막에서들 먹었습니다.
“여기서 보니까 대해리가 무척 작아요.”
“산이 병풍 같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모두 그저 말없이 한참을 그 풍경 보았답니다.

이불 빨래를 시작했습니다.
한 해 일 가운데 큰 일 하나이지요.
얇은 이불은 4장씩, 두께가 좀 있을 땐 3장씩 넣습니다.
볕 좋은 날 사람들이 몰려올 땐
큰 고무통에 넣고 밟고 헹구고 너는 일이
유쾌한 의식이 되고는 하지요.
어린 날 다 마른 빨랫줄의 이불 사이를
물고기처럼 헤집으며 놀라치면
고솜한 볕 냄새로 행복했더랬습니다.
물꼬의 너른 마당에 빨래 말라가는 한낮입니다.

간장집 남새밭 시금치를 캐낸 세 고랑에
열무 얼가리배추 파를 다시 뿌렸습니다.
어른들이 큰 풀 매주고 부추를 베올 녘
아이는 밭딸기를 한 대야 땄지요.
얼른 잼 만들어 저장했습니다.
이쯤은 이제 아이 저 몫입니다.
큰 냄비 앞에서 목장갑을 끼고 열심히 젓고
찬물에 덩어리를 빠뜨려보아 다 됐는가 확인도 했지요.
아이랑 살아가는 산골살이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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