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11.달날. 맑음

조회 수 952 추천 수 0 2009.05.24 20:32:00

2009. 5.11.달날. 맑음


밭에 붓꽃 어느새 우르르 폈습니다.
자주달개비도 꽃 달았네요.

이른 아침 표고동에 물을 주고
된장집 뒤란 밭에 풀 뽑고
퇴비도 한 자루 넣어주고
그리고 고구마도 심었습니다.
올 마지막 화고를 따서
(표고 가운데 가장 상품인 화고는 봄에만 나더라구요)
평소에 늘 받기만 하는 한 어르신께 나가 선물로 전합니다.
데쳐 먹으니 향이 참으로 좋다시는 인사가
저녁답에 닿았지요.
고마울 일입니다.

‘입양의 날’입니다.
상설학교로 2004년 문을 열며
한 때 공동체에 합류하는 부모들과 입양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언젠가 이 공동체가 하고픈 바램 가운데 하나이지요.
핏줄로 이루어지는 강한 연대의 부정적 측면을 따지며
새로운 가족체를 이루는 대안가족방식이라고나 할까요.
아이를 원하지만 갖지 못하는 이들이
불임치료 같은 클리닉을 찾을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이를 거두는 방식은 어떻겠냐 물어왔고,
집 없는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처럼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우리가 힘을 합쳐 키워보자 제안했더랬습니다.
여전히 그것은 물꼬에 유효한 소망이고 과제이지요.

이 땅의 ‘입양’ 역사를 돌아봅니다.
‘맡아 키우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이를 내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어린이 디아스포라(이산)’는 모르는 이가 없지요.
1961년 박정권 쿠데타 성공 직후 입양법이 만들어졌다던가요.
혼혈아며 전쟁고아들처럼 나라가 책임지지 못하는 아이들을
‘더 원활하게’ 국외로 내보냈던 합법(?)이었지요.
최근 입양관련모임들이 활발합니다.
해외입양인연대’(GOAL)는
성인이 되어 한국에 돌아온 입양인들의 모임입니다.
입양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한국에 돌아온 해외 입양인들의 정착과 뿌리 찾기를 도운다지요.
입양인연대’(ASK/since 2004)는 해외 입양 완전 폐지를 주장합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since 2007)은
과거 해외 입양 과정의 전모에 대해 진실을 구명하라 합니다.
TRACK 등 해외 입양인 단체와 공익변호사 모임 ‘공감’이
올 7월에 정부와 별도로
관련 법 개정안을 준비하여 내놓으려 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입양에 대한 물꼬의 분명한 입장 하나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나아가 이 땅에 생겨난 문제를
다른 나라로 떠밀게 아니라 우리사회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친부모와 함께 지내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불가피할 경우, 국내 입양 가정을 적극적으로 찾되
해외 입양은 최소화하는 등 ‘입양 정상화’를 해야 한다.’
‘공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합니다.
‘자격요건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의 전력이 있다면 입양 자격을 주지 않아야 하고,
적절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아동의 권리 차원에서
입양될 자격을 어린이 모두에게 부여해야 하고,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 고통 받는 경우
친부모의 승낙 없이도 아이를 다른 가정에 입양할 수 있어야 한다.’
네, 아이들에게는 안정된 가정에서 성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입양의 날, 이런 날의 의미가 크지요.
이렇게라도 다시 마음을 곧추세우게 되니 말입니다,
나날의 삶에 좇겨 닥친 일들을 해내느라 허걱거리지만.

급하게 찾는 전화가 있습니다.
국립극단에서 한 해 동안 같이 연극워크샵을 했던 동년배 친구입니다.
아이가 아무래도 학습장애 같답니다.
틈틈이 연락도 하고
더러 오가는 출장길에 들러 손을 보태기도 했댔지요.
아이 키우며 더욱 연락 잦았습니다.
큰 아이가 벌써 중 2 라네요.
출장길에 들러서 상담을 좀 해야겠다 합니다.
주초의 나흘은 정신이 하나도 없이 보내는 이번 학기이지요.
전화로 얘기 듣고 몇 가지 안내를 합니다.
특수아동에 대해 공부하는 이즈음의 사정이 도움이 컸지요.
“중요한 건 그 아이의 지금!”이니
네가 어떤 일보다 그 일을 중심에 두어라 당부했습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뭘 좀 준비하고 아이들을 봐야지 하지만
사는 일을 좀 마련하고 돌아보면
아이는 벌써 자라 우리랑 놀지 않지요.
심지어 우리 손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자라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눈 돌려야합니다, 커버리기 전.

여름이 가깝긴 가깝나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936 5월 빈들 이튿날 / 2009. 5.23.흙날. 맑음 옥영경 2009-06-06 1004
1935 5월 빈들 여는 날 / 2009. 5.22.쇠날. 갬 옥영경 2009-06-06 1010
1934 2009. 5.21.나무날. 새벽비 내렸다 개다 옥영경 2009-06-06 1189
1933 2009. 5.20.물날. 꾸물럭거리는 옥영경 2009-06-06 922
1932 2009. 5.19.불날. 맑음 옥영경 2009-06-06 991
1931 2009. 5.18.달날. 맑음 옥영경 2009-06-03 1205
1930 2009. 5.17.해날. 비바람 옥영경 2009-06-03 979
1929 2009. 5.16.흙날. 비 옥영경 2009-05-24 1104
1928 2009. 5.15.쇠날. 빗방울 옥영경 2009-05-24 1090
1927 2009. 5.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5-24 1055
1926 2009. 5.13.물날. 맑음 옥영경 2009-05-24 1137
1925 두 차례 특강 옥영경 2009-06-03 923
1924 2009. 5.12.불날. 비 옥영경 2009-05-24 1069
» 2009. 5.11.달날. 맑음 옥영경 2009-05-24 952
1922 2009. 5.10.해날. 여름 같은 늦은 봄날 옥영경 2009-05-24 1032
1921 2009. 5. 9.흙날. 맑음 / 봄학기 산오름 옥영경 2009-05-16 2054
1920 2009. 5. 8.쇠날. 맑음 옥영경 2009-05-14 1106
1919 2009. 5.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5-14 1080
1918 2009. 5. 6.물날. 맑음 옥영경 2009-05-14 993
1917 2009. 5. 5.불날. 덥더니 저녁답 소나기 뿌리다 옥영경 2009-05-13 117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