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16.흙날. 비

조회 수 1103 추천 수 0 2009.05.24 20:35:00

2009. 5.16.흙날. 비


비 제법 내립니다.
고맙습니다.
토란밭도 고구마밭도 고추밭도 옥수수밭도 감자밭도
온통 말라가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어디 그 밭만일까요,
온 산마을이 말라가고 있었는데,
두메 어디에고 적셔주고 있습니다.
늘 하는 말입니다만
산골 사니 하늘 고마운 줄 알게 됩디다.

춤명상 워크샵이 미뤄졌습니다.
오래 함께 하고 있으니
시간을 늦추더라도 진행하시는 선생님은
이 곳 사정이 어떠한가 먼저 살펴주십니다.
2주 뒤로 날을 잡았지요.
그래도 아이 치과일 때문에 대전을 나갔지요.
비가 와서 오랜만에 몸을 좀 쉬어줄 식구들을 위해
종일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해 두고 나섭니다.
식구들이라고 어디 찌개를 못 끓이고 반찬을 못 만들까요.
다만 마음이 가서 그리 한 것이지요.
화방에 들렀습니다.
캔버스를 좀 사야했지요.
젯소도 필요했고 붓이 젤 필요했습니다.
그간 모자라는 붓으로 억지도 억지로 하고 있었지요.
덕분에 그림장을 잘 보고 돌아왔네요.

내려오는 길로 김천으로 바로 넘어가
아이랑 아비는 수영장에 들렀습니다.
올해 무릎이 덜 아프면서
물리치료 삼아 가던 수영장을 이번 학기 한 번도 못가고 있었지요.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수영인데 말입니다.
아이의 외가에는 수영장이 있었습니다.
산 아래 밭의 관개를 위해 판 웅덩이를
손주손녀들의 수영장으로 바꾼 통 큰 외할머니덕이었지요.
그저 커다랗게 물 채워져 있겠거니 하고 갔다가
다이빙대며 탈의실이며 띄워둔 고무보트며를 보고 입이 벌어졌더랬습니다.
농장을 팔면서 이제 유쾌한 추억이 되었네요.
물에 들었던 아이가 퍽 기뻐합니다.
이런 순간, 사는 일 별 거 아니다 싶지요.
이런 소소한 기쁨들이 우리 생을 채워나가는 것 아닐는지요.

오는 길은 음악회입니다.
좋은 음악을 채운 차 안은 콘서트장이 따로 없지요.
“이런 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애.”
흐르는 플롯곡에 대한 아이의 논평입니다.
“이건 맑은 날 아이들이 풀밭을 뛰어다니는 풍경 같지 않아?”
비오는 날은 첼로곡이 좋더라지요.
그러게요.

몇 되지 않는 식구들끼리의 오붓한 저녁 밥상이었습니다.
“아빠, 요새 쓰는 논문 주제가 뭐야?”
“외국인 노동자...
우리 나라에 와 있는 그들이 필요한 일을 잘 잡고
우리 사회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걸
정부의 시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힘드니까...”
“시민의식으로 자리 잡아야지.”
아이가 의견을 더합니다.
아이들과 우르르 함께 살던 때,
밥상에서 같이 문학을 이야기 하고
우리 삶을 둘러싼 것들을 논하던 자리는
제게 자랑이었습니다.
아이들과 그리 살고 싶었고, 그리 살았더랬지요.
상원과 하원을 통한 긍정적 서구정치가 다음 이야기입니다.
우리 역사에서는 그럴 수 없었던 배경을
짐작해보는 아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
공부가 이런 거 아닐지요.
이미 잘 정리한 것을 알면 더 빨리 진리에 이를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 사유해가는 과정은 얼마나 깊은 의미인가요.
그래서 여기는 홈스쿨링입니다!

오늘 어느 만남에서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물꼬의 입장이요?
리눅스 지지자이지요.
copy right 가 아니라 copy left 말입니다.
저작자의 애씀은 인정하지만
그걸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유하며 더 깊이 성장하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물꼬의 것들도 그리 잘 쓰이길 바라지요.
홈페이지에 오래 전에 왔던 글 한 편에 대해
굳이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까닭이었겠습니다.
이런 글월이었지요.

2003년에 아이들을 보내고 몇 해가 흘렀다며
인사 한번 제대로 못 드렸지만 그동안도 물꼬소식은 듣고 있다 했지요.
막내도 벌써 5학년인데 큰 아이 때하고는 다르게 캠프를 한 번도 못보냈다며
이번에 보내려 하는데, 얘기한대로 물꼬 아닌 다른 곳도 체험케 하고 싶어
알아보고 있다 했습니다.
“물꼬가 충북에 있는 다른 곳하고도 연계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성당 사이트에 캠프가 하나 소개되었는데 그곳도 대안학교라고 합니다.
그런데 안내문이 물꼬랑 비슷하고
또 ‘때빼고 광내고’ 같이 제가 재밌다고 생각했던 물꼬 말들이 거기 있어서
아무래도 서로 잘 알고 있는곳 같아서 여쭤봅니다.
이왕이면 물꼬하고 잘 아는 곳이면 안심이 되어서 여쭈어봅니다.”
‘때빼고 광내고!’,
2주씩 계자를 하던 그 겨울
아이들과 주말 하루는 읍내 목욕탕을 갔습니다,
때빼고 광내러.
“내가 다 민망하네.”
그 글을 읽고 서울의 한 품앗이는
그런 말들을 그대로 베껴 쓰는 단체에 부정성을 드러냈고,
한편 나 또한 그리 민망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살피게 되기는 했지요.
공유와 베끼는 건 다르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하고.
뭐 중요한 건 어찌 서로 공유하는가가 아닐까 싶습디다.
좋은 내용들을 건강하게 공유하며
서로 잘 성장해가기를 바란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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