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몽당계자(130 계자) 여는 날, 2009. 4.10.쇠날. 맑음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9.04.19 16:57:00

4월 몽당계자(130 계자) 여는 날, 2009. 4.10.쇠날. 맑음


며칠 병원에서 보내고 돌아온 대해리에서
늦도록 밀린 일들을 하고 잤더니 곤합니다.
오늘도 날 가물겄습니다.
서두르는 아침이어도 밭의 것들 물은 멕여야지요.
식구들이 감자밭에 물을 주며 아침을 엽니다.

이런 날(이것저것 서둘러야 하는 날 말입니다)은 전송기기도 발이 느리지요.
여행자보험 서류가 자꾸만 걸립니다.
명단 보내고 서류가 오면
그 서류에 사인하고 입금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뭔가 꼬여 애를 먹입니다.
마흔 네 명 규모의 정기계자에 늦게 신청해서 꼭 하나 빠진 이름이
사고가 나도 바로 그에게 일이 생긴 경험이 했기도 하여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들어서기 전에 다 처리를 해두어야지 하지요.

그 가운데 아이가 한 몫합니다.
다른 계자라면 미리 어른들이 모여 모임도 하고
일 나누고 아이들 맞을 채비를 따로 하지만
몽당계자는 그럴 만치의 일은 아닌지라
아이들 들어오는 차편으로 어른들도 같이 들어오지요.
혼자 살아도 한 살림이라고
그래도 사람들이 오는 일이니 맞이해야할 거리들이 또 적지 않지요.
아이는 병원을 막 나섰는지라 몸이 흔쾌치 않을 텐데
그래도 교무실을 한바탕 청소를 해줍니다.
발에 바삭거린 게 없으면 한결 마음이 개운하고
일도 훨 순조로운 듯하지요.
아이는 그렇게 제 몫의 삶을 이 공동체에서 해내며 살아갑니다.

이런! 이런 날은 버스도 빨리 들어오지요.
다른 날보다 일찍 들어왔습니다.
마지막 5분 간장집에 좇아올라가 옷을 갈아입을 참인데...
달려가 옷을 입고 나오니 마당으로 아이들 벌써 들어섰고
처음 얼굴 마주하는 원준네 어머니도 서 계십니다.
서둘러 악수를 하지요,
얼마나 낯선 풍경인지요.
손을 가슴 앞에 모아서 하는 물꼬식의 인사법도 아니고 말입니다.
재밌는 순간이었지요.
서둘긴 서둘렀나 봅니다.
“(원준이)버려두고 이제 가셔요.”
사람도 많지 않은 계자인데 같이 밥상 앞에 앉았다 가도 괜찮았을 것을
너무 여유가 없었을세,
그리 내몰듯 보내드리고는 모둠방에 모두 둘러앉았더랍니다.

그래요, 아이들이 들어왔지요.
<' 2009 4월 몽당계자 - "나도 살구꽃잎 하나" >!
학교는 아이들로 채워야 학교답지요.
요새는 두어 주마다 주말에 이리 아이들이 머물고 있네요.
“고겸이가 같이 오고 싶었는데 못 왔어요.”
신명이의 동생이 학년에 걸린 겁니다.
지난 겨울엔 갑자기 앓게 되어 못 왔던 아이인데
몽당계자는 그만 나이에 걸려버린 게지요,
4학년 이상도 오라 했으니.
계자 경험은 없지만 빈들모임에 두 차례나 참석한 슬아가 왔고
재우가 일 년 만에 대해리에 나타났으며,
물꼬의 오랜 벗 현진이가 먼 곳으로 가 있어 오지 못하는 대신
전화가 달려왔고,
그의 친한 친구 성재가 지난 겨울에 이어 왔습니다.
겨울날 새끼일꾼 노릇을 해주던 성진이가
자기는 못 왔지만 동생 제인이를 보냈고,
그리고 완전 새로운 인물 원준이 등장이지요.
거기에 류옥하다까지
일곱의 아이들이 사흘을 함께 할 것입니다.
(남자 다섯, 여자 둘 / 6년 둘, 오년 넷, 4년 하나)

어른들은 희중샘과 용흘샘이 품앗이로 더하고,
아이들도 그들이 영동역에서 맞아왔지요,
종대샘이 안동 집짓는 현장에서 넘어왔고,
미선샘이 서울 걸음하고 돌아왔으며,
소사아저씨가 있습니다.
애들과 어른들이 거의 일대일이네요.
게다 내일은 두 사람의 깜짝 손님 둘이
아이들과 종일 함께 머무를 것이니
어른이 더 많게 되는 건가요.

정기계자와 몽당계자가 어찌 다른가 설명하고
전체 움직임을 안내하고 나니
아이들은 구석구석 공간을 확인하고는
마당에 쏟아져나가 뛰었습니다.
그 사이 가마솥방,
미선샘이 부엌바라지를 하지요.
바라지 한 사람쯤만 있으면 따로 부엌을 맡기지 않고도
스물 정도 규모의 계자는 가뿐히 해나갈 수 있을 듯합니다.
빈들모임으로 해본 실험을 몽당계자로 옮겨본 것이지요.

점심을 먹고 ‘산모롱이’ 돌아가려 나섰지요.
마당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 구경을 하고
마을 길을 들어 곶감집도 올랐다가
뒤란으로 ‘비밀의 정원길’을 걸었습니다.
가는 길을 따라 양 편으로 진달래 하늘거리고
아이들이 팔을 뽑아 꽃을 땄지요.
입에도 넣어봅니다.
날이 마릅니다, 목도 마릅니다.
개울 물을 마시려니 꽃가루 둥둥 떠 있고
그마저도 가문 때여 시원스레 흐르고 있지 못합니다.
개울 건너 밭둑을 걸어 뒷마을로 자두나무 꽃그늘을 지납니다.
댓마큰집 이라 부르는 곳에 이르러 물을 얻어 마시고
산길 갈림길 그늘에서 대해못에 얽힌 이야기를 듣지요.
깊은 산골, 이곳 이야기들도 그 깊이만큼 갖가지로 깃들어있답니다.
두런거리며 산길을 오릅니다.
아, 그래 바로 이거지요, 자주도 하는 말입니다만
이렇게 아이들과 들길 산길을, 마을길을 걸을 적
바로 여기가 정토고 천국이구나 싶다지요.
대해못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다시 내려와
티벳길을 걸었습니다, 우리들의 명상길.
아이들은 마을로 다시 돌아와
이제 윗마을 동물농장 계곡쪽으로 물놀이도 하고 다슬기도 잡는다며 떠났습니다.
그 사이 진달래화전을 굽지요.
색 참 곱습니다.
“찹쌀 궁합이라더니...”
그만 붙어버린 화전을 곁에서 떼며 종대샘이 툴툴거리듯 웃었지요.
봄날은 사람들에게 걸린 웃음조차 꽃입니다.
저녁 밥상에 오른 진달래 화전에 아이들은 탄성이었지요.
꿀을 얹어줍니다.
“아, 너무 맛있어요!”
하하, 꿀 바른 것이 뭐가 아니 맛있으려나요.

밤, 달골 올라 창고동을 치워내고
강강술래하고 놀았습니다.
그리고 달빛을 기대 밤 숲으로 떠났지요.
숲 한 가운데 동그마니 무덤이 있었습니다.
쭉쭉 뻗은 낙엽송 사이로 드는 달빛인데도
어찌나 훤하던지요.
죽은 자의 집 마당에 퍼질러 앉아
우리가 살아갈 삶에 대해 얘기 나누었습니다.
뭘 지키고 살아가려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죽은 자는 죽은 자의 삶을
우리들은 산 자의 삶을 살아나갈 테지요.
“달빛에도 그림자가 있어요!”
신명이가 소리치자
제인이랑 슬아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아, 오늘은 보름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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