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20.달날. 태풍이라도 지나는 것 같은

조회 수 1140 추천 수 0 2009.04.29 00:30:00

2009. 4.20.달날. 태풍이라도 지나는 것 같은


빗속 복사꽃은 어찌 저리도 선명하답니까.
도화를 보면 왜 색이라 했는가 알겠다던 벗이 있었지요.

곡우입니다.
때를 알고 비가 내렸고
개구리 목소리 높았습니다.
마치 태풍이라도 지나는 듯 바람 좀 거칠었지요.
비 먹고 산과 들에 채운 것들이 목 축이겠다 싶은데
바로 그 고마운 비 때문에
행사라도 준비하는 이들은 애가 타겠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이 걱정이고
화창하면 소금장수 아들이 걱정이라더니...

아주 절친한 벗이,
언젠가는 물꼬에 깃들어 살겠다는,
개구진 둘째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아주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야, 죽겠다야.
내가 걔 학교 보내고 숙제 해주는 것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이 보냈다.”
두어 달에 한 차례는 물꼬 소식을 공유하고 삶을 나누는데
어째 소식 없더라니...
“일찌감치 산골 들어온 덕에
그런 고민 하지 않는 호사를 누리네...”

아이가 괴로워합니다,
다시 제 삶을 시작할 수 없냐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지요.
그런데 아이를 붙잡지 않고 저를 치료하려지요.
그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기 때문이고
‘내’가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보고 배웠을 것입니다.
내가 나아지면 그도 나아질 테지요.
그래서 덩달아 괴로워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자꾸 작아지는가,
그런 유행가 노랫말이 있었지요.
누구랄 것 없이 그런 모양입니다.
연애를 시작한 한 친구의 사랑스런 고민을 듣지요.
상대가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요.
한편 그런 것도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 아닌가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그가 크지만 그것으로 내 삶이 위축될 것은 또 없지 않겠는지요.
어떤 이나 최선을 다해 이 생을 살아갑니다.
아주 널럴해 보이는 사람도
그의 생 안에서는 그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내 생도 바로 그런 최선이고,
그러하니 상대가 어떻든 그와 견주어 주눅들 일은 아니라지요.
견주는 것, 그게 상대적 박탈감을 부른답니다.
그대, 뭘 바꾸지 않아도 지금 있는 그대로 충분합니다!

씻긴 하늘 좀 보셔요, 와, 저 별들!
아래는 아직 젖어있는데
하늘 먼저 날 갰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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