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10.불날. 맑음

조회 수 1082 추천 수 0 2009.03.28 21:47:00

2009. 3.10.불날. 맑음


학교 마당에 서면 동남쪽으로 낙엽송 동산이 보입니다.
마을의 병풍이 되는 작은 산이지요.
온통 낙엽송이니 겨울이면 밝은 갈색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거기 오늘 보름달(보름은 내일이지만) 둥실 걸렸습니다.
나뭇가지들 사이가 훤하여
모르는 새 그 너머에 집 한 채라도 들어서서
그 댁 마당에 불 밝혔나 싶었습니다.
외지인들이 더러 별장을 산 곳곳에 짓기도 하여
모르는 사이 그런 일 하나 일어나기라도 했나 싶었던 게지요.
달이데요, 둥근 달!
한참을 마당에서 그 달 구경하였습니다.

바람결이 찹니다.
햇살 도타우나 아직 바람은 날이 서고
이런 날은 안이 더 춥고는 하지요.
아직도 봄은 집안을 성큼 들어서지 않고 있네요.

간장집 꽃밭을 정리합니다.
마른 풀들을 뽑아내고
가 쪽으로 몰린 흙도 펴줍니다.
소사아저씨가 정성스레 꽃자리들을 살펴주기도 하였지요.
거름도 넣었습니다.
마침 닭똥도 실려 왔습니다.
한 해 우리 농사를 도와줄 것들입니다.
달골에, 학교 아래, 곶감집 주변에, 학교 둘레 텃밭에
두루 양을 나눠봅니다.

아이가 읍내를 나가는 날입니다.
도서관에서 여러 어르신들과 묵향에 빠졌다가
오후에 체육관도 다녀오니
혼자 밖에서 밥을 먹지요.
아는 가게에 부탁을 해두기는 하였으나
홀로 앉아 밥을 먹는다니 좀 짠합니다.
그렇게 또 세상과 만나나갈 테지요.
조금씩 삶의 변화들이 있고
산골 소년도 그 삶을 잘 흘러가고 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76 2009. 3.28.흙날. 풀리는 날씨 옥영경 2009-04-08 1119
1875 2009. 3.37.쇠날. 맑음. 아직 꽃샘추위 안 옥영경 2009-04-08 959
1874 2009. 3.26.나무날. 맑으나 여전히 추운 옥영경 2009-04-08 991
1873 2009. 3.25.물날. 머무르는 꽃샘추위 2009-04-08 1030
1872 2009. 3.24.불날. 늦은 밤 눈발 날리는 대해리 옥영경 2009-04-08 1019
1871 2009. 3.23.달날. 꽃샘추위 옥영경 2009-04-08 1035
1870 3월 빈들 닫는 날, 2009. 3.22.해날. 마알간 하늘 옥영경 2009-03-29 1268
1869 3월 빈들 이튿날, 2009. 3.21.흙날. 저녁 비 옥영경 2009-03-29 1122
1868 3월 빈들 여는 날, 2009. 3.20.쇠날. 맑음 / 춘분 옥영경 2009-03-29 1182
1867 2009. 3.19.나무날. 여름 같은 봄날 옥영경 2009-03-29 998
1866 2009. 3.18.물날. 뿌옇더니 맑아졌네 옥영경 2009-03-29 938
1865 2009. 3.17.불날. 노란 하늘이나 햇살 두터운 옥영경 2009-03-29 1184
1864 2009. 3.16.달날. 포근한 속에 옅은 황사 옥영경 2009-03-29 1315
1863 2009. 3.15.해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247
1862 2009. 3.14.흙날. 아침 눈발 날리고 개다 옥영경 2009-03-28 1118
1861 2009. 3.13.쇠날. 비 옥영경 2009-03-28 1026
1860 2009. 3.1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095
1859 2009. 3.11.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064
» 2009. 3.10.불날. 맑음 옥영경 2009-03-28 1082
1857 2009. 3. 9.달날. 맑음 옥영경 2009-03-27 102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