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16.달날. 포근한 속에 옅은 황사

조회 수 1315 추천 수 0 2009.03.29 20:34:00

2009. 3.16.달날. 포근한 속에 옅은 황사


옅은 황사입니다.
식구들이 어제 심던 씨감자를 이어 심습니다.
퇴비를 뿌려둔 밭에 두둑은 어제 다 만들었던 참입니다.
둑에 신문지를 덮고 팔뚝 길이마다 구멍을 뚫고
눈이 붙은 씨감자를 집어넣었지요.
간장집 남새밭에도 넓게 두둑을 올립니다.
부엌에서 밥을 끓이다 달려나가 뭐든 뽑아다 먹을 것들을
거기 죄 심을 량입니다.
상추 쑥갓 아욱 봄배추 씨앗도 거기 뿌리고
대파 시금치 열무 당근도 거기 심을 작정이지요.

고추장집 이불빨래도 합니다.
봄 내내 볕 좋은 날 이곳의 일거리들입니다.
달골에서도 내리고
이불방에서 내고
숨꼬방에서도 된장집 간장집에서도
봄날 내내 빨래줄이 바쁠 것입니다.

어둑한 계곡길을 따라 읍내에서 돌아옵니다.
아이 하나랑 같이 찾아온 부부가
내내 기다렸다 막 나갔다 합니다.
들어와서 밥을 같이 먹자 하였는데
잠시 나간다며 그 길로 떠났다나요.
마을로 들어서기 전 나가던 차였나 봅니다.
누구였을까요, 무슨 일이었을까요?
먼 길이니 약속을 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요 며칠도 전화가 이어졌지요.
가까이서 통학을 하겠다는 이도 있고
기숙학교라고 알고 있어 아이만 보내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늘 반복입니다.
빨리 좀 더 명확하게 정리된 글을 올려야하는데,
일이 이리 더딥니다.
이곳이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어른들의 학교 아이들의 학교이기는 하겠지만
물꼬는 더 이상 상설학교방식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식의(학교라는 양식이 아니라) 산골배움터를 유지해갈 것입니다.

식구한데모임이 있었습니다.
공간 청소를 나누었지요.
할 만한 사람이 마음을 내며 하던 일들을,
사람도 몇 되지 않으니 굳이 나눌 것도 없다가,
사람 하나 더했다고 일을 나눠봅니다.
쓰레기분리 재교육도 했지요.
날마다 하는 일이 아니니 잊기 쉽고
어느 순간 귀찮아지면서 차츰 경계가 허물어지기도 하니
이렇게 한 번씩 처음처럼 교육시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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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16.달날. 따듯함

<하루살이 이틀살이>를 읽고

달날 오전은 ‘우리말우리글’시간이다. 이번 학기에는 ‘우리말우리글’시간에 책을 보고나서 독후감을 쓰기로 했다.
오늘은 <하루살이 이틀살이>라는 창작동화를 봤다. 이 책은 단편소설처럼 여러 이야기가 있다. 크는 물방울, 왕바위와 소나무, 무지개 뿌리, 라테스통은 알고 있다, 거지노인, 강나무풍경, 하루살이 이틀살이, 여왕개미 찌찌, 장미와 패랭이, 돌사람, 할머니의 보물, 아이의 날개, 촛대뱌위, 하나님의 박수소리, 살아난 불꽃, 원숭이 장수, 너릿재 등이다.
워낙 내용이 많았지만 확실한 마음에 기억나는 것은 이거다.
<왕바위와 소나무>
어느 산에 왕바위와 소나무가 같이 살고 있었다. 그 소나무는 왕바위가 추위를 막아주고 이슬을 줘서 싹이 나고, 크게 자라게 된 소나무다.
그러던 어느날, 그 둘이 있는 풍경이 사람들에게 명소가 돼서 그 둘은 유명(?)해졌다. 그런데 소나무가 그 눈길을 독차지하고 싶어져서 먹구름에게 왕바위를 멀리 쫓아내버리라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는 소나무만 남았는데 사람들은 왕바위가 없자 그 곳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나무는 왕바위를 그리워한다.
내 생각에는 둘이 조화를 이루며 서있는 모습을 사람들은 좋아했는데 왕바위가 사라지자 그 조화가 사라져서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은 것 같다.
이걸 읽고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없을 때 아쉬워하지맑고 있을 때 잘해야 되겠구나.‘ 지금 그대로가 좋은 것이구나
다른 것들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되고, 겉보기에는 좋아도 속은 좋지 않은 게 많이 있다. 그리고 겉모습과 속모습은 다를 수 있고, 하나를 해도 둘만큼 한다면 둘을 한 것이다.
이 책이 내 인생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아보인다.
되게 재미있게 읽었다.

(류옥하다 / 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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