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빈들 여는 날, 2009. 3.20.쇠날. 맑음 / 춘분

조회 수 1182 추천 수 0 2009.03.29 20:37:00

3월 빈들 여는 날, 2009. 3.20.쇠날. 맑음 / 춘분


날이 다사로우니 한결 가뿐하네요.
사는 일이 즐겁습니다.

2박 3일의 빈들모임이 있는 주말입니다.
토란대도 꺼내고 다시 국물 내고 모아두었던 다시마도 내고
오징어젓갈도 무말랭이도 고춧잎도 꺼내
밑반찬들을 합니다.

쇠날마다 같이 그림을 그리는 클라라님이
아이 겨울옷을 선물했습니다.
손주까지 있으신 멋쟁이 늦깎이 화가랍니다.
이래서 저래서 겨울이 그만 다 지나고 주게 되었다고
외려 미안한 얼굴이셨습니다.
손목이 바짝 올라간 올 겨울 아이 외투를 빨아 넣어두며
내년 겨울은 또 어데서 두툼한 옷을 챙기나 싶더니
겨울맞이를 이리 해주셨답니다.
옷이 마침 넉넉하고 그리고 너무나 마음에 들었지요.
이렇게 여러 손들로 아이를 키워갑니다.

오전엔 유화를 그리고 군청에 들어가 시간이 좀 걸립니다.
달골 등기문제로 몇 차례의 걸음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 명의자가 직접 가서 마지막 처리만 하면 되는데
그 사이 부동산법이 바뀌고 그만큼 세금도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루 차이로 큰 돈이 나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 거지요.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느냐?”
결국 설득하고 우리가 해왔던 등기 작업을 취소하기로 했지요.
오늘 그 과정을 밟았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물론 다시 등기과정을 밟아야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이겠는지요.
그리고는 사들여야 하는 부엌장거리도 봐서
서둘러 들어옵니다.
안에 있던 식구들이 손님들을 맞으려고
벌써 온통 윤을 내놓고 있었지요.

서울서 와서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홍대입구역 동교동에 물고 서울일터가 있었을 적부터
맺었던 인연들입니다.
특히 이윤도 없는 귀찮은 여행자보험을
늘 맡아주는 분들이시지요.
마침 식구 가운데 보험가입을 해야할 건이 있었는데
팩스로도 철리할 수 있는 일이나
지방 가시는 길에 이 참에 얼굴들 보기로 한 것이지요.
십년 넘어 되는 만남들이 고맙습니다.

저녁버스로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시작하는
3월 빈들모임입니다.
여윤정님과 한 돌도 안된 석현이,
최용찬님과 초등 세 딸들 슬아 다슬 보슬이 먼저 들어왔지요.
논에 널린 볏가리를 정리하고
마늘밭 덮어두었던 짚들로 거두고
저녁 밥상에 둘러앉았지요.

저녁, 그러니까 수행 첫 시간은 늘처럼 청소로 시작합니다.
어떻게 할까, 어찌 나눌까,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 수행 첫발을 떼는 거지요.
햇발동을 나누고 다시 창고동을 나누고
먼저 마친 이들이 일이 남은 일을 도우니 금방입니다.
그리고 대동춤을 추었습니다.
밤낮의 길이 꼭 같아지는 춘분이 오늘입니다.
이 날이 지나며 노루꼬리만큼 해가 길어져
낮이 가장 긴 하지에 이르고
그때부터 밤이 조금씩 길어져 긴긴 동지밤에 이르는 거지요.
춘분맞이 춤쯤 되려나요.
석현이도 엄마 등에서 같이 추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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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19.나무날. 더움

<빈들모임-1>

‘빈들모임’은 1달에 1~2번 정도하는 ‘미니캠프’다. 그렇지만 ‘캠프’에는 애들만 오는 반면에 ‘빈들모임’은 가족이 함께 온다.(빈들모임은 이번으로 2번째다.)
이번 ‘빈들모임’에서는 용찬샘, 슬아누나(12), 다슬이(10), 보슬이(10), 이렇게 한 가정과 석현이네 엄마, 그리고 석현이(1)가 한 가정으로 왔다.(미루샘과 유설샘도 낼 오신다.)
슬아누나랑 다슬이랑 보슬이랑은 오자마자 짚 나르는 일을 했고, 그게 끝난 후에는 밥을 먹고 한발두발(?)과 팔방 땅따먹기를 했다. 팔방 땅따먹기를 할 때는 되게 재밌었다. 내 생각에는 내가 잘해서 그런 것 같다.
저녁에는 달골에서 청소를 하고, 그 다음 강강술래를 했다. 청소를 할 때 우리는 걸레로 바닥을 닦았는데 슬아누나랑 보슬이랑 다슬이랑 걸레로 창고동 바닥을 경주하듯이 밀고 다녔다. 경주(?)를 하면 나나 슬아누나가 많이 이겼었다.
밤늦게는 석현이랑 “까꿍”하면서 놀아줬다. 내 오래된 인형도 갖고 놀게 해줬다. 석현이는 너무너무 귀여워서 콱 깨물어주고 싶다.
반나절동안이었지만 애들이랑 오랜만에 놀아서 그런지 너무너무 마음이 들떠있고 내일 무슨 놀이를 할까 고민중이다. 다친 다리를 많이 무리하게 써서 지금은 다리가 아프다. 내일은 무리하지 말아야겠다.
너무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내일 같이 놀 것을 생각하면 기쁜다.
즐겁고 행복했다.

(류옥하다 / 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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