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빈들 닫는 날, 2009. 3.22.해날. 마알간 하늘

조회 수 1268 추천 수 0 2009.03.29 20:39:00

3월 빈들 닫는 날, 2009. 3.22.해날. 마알간 하늘


백배 절명상으로 아침을 열었습니다.
느긋한 아침을 먹고
모두 모여 은행을 깠지요.
그 사이 최용찬님은 아이들이 쓴 흙집 해우소를 비워내고
중앙현관 둘레를 소사아저씨와 함께 정리하였습니다.
차를 내고 배와 호두과자를 냈습니다.
이른 점심을 그리 대신하고
슬아네가 낮버스를 타고 먼저 떠났지요.
사람들은 계속 은행을 깠습니다.

미루샘과 유설샘은 두 시 넘어 흘목으로 나가
물한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타고 떠났습니다.
신행을 다녀오고 우선 닥친 일들 정리해두고
주례 답례를 온 걸음들이었습니다.
주례, 그거 정말 큰 자리입디다.
영광의 자리이고 어른의 자리이지요.
그들의 삶을 지켜보고 살펴주고 지켜줄 책임이 있는 겁니다.
그것이 갑자기 온 무게로 다가오는 겁니다.
아, 짓누르는 부담이 아니라 즐거운, 그리고 기꺼운 책무 말입니다.
고마운 연입니다.
급히 보이는 대로 몇 가지 밑반찬을 싸주며 행복했습니다.

남은 식구들이 쉬엄쉬엄 뒷정리 혹은 제 일을 합니다.
여윤정님은 석현이랑 며칠 더 묵어가기로 하였지요.
저녁을 미선샘이 준비합니다.
그가 오고 손을 좀 덜어 좋습니다.
손이 하나 더 있으니 참말 좋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남긴 갈무리글을 읽었습니다.
꼭 일정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나든 어떤 생각이든지 글로 옮겨보자 하였지요.

* 글은 맞춤법까지 쓴 그대로 옮깁니다.
* 말줄임표는 “......”로, 편집자가 옮기면서 줄인 것은 “...”로 구분하였습니다.
* 띄어쓰기는 읽는 이가 편하도록 고쳤습니다.
* 편집자주는 (*)표시로 처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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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다슬:
물꼬에 오늘이 2번째인데 좀 똑같은 걸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많이 새로운 걸 했다. 그래서 재밌는 것 같다.
물꼬에서 전에는 할 일이 그렇게 많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요번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피곤하다. 하지만 재미있다. 냉이 캐고 쑥 뜯고, 나무 물주고 포도밭 풀매는 일 거들고, 춤명상, 꼬리잡기 등등 많은 일을 했다.
잠자러 갈 때는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힘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좀 많이 활동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게 춤명상이었던 것 같다. 춤명상을 뛰어다니면서 춤추며 명상을 하니까 신이 나고 재미있었다.
물꼬에선 춤명상을 할 때 만드는 건지 궁금했다. 만드는 거면 꽤 힘드실 것 같다. 매일 밤을 그렇게 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물꼬에서는 매일 일을 하니까 살도 빠지고 몸이 튼튼해지질 것 같다. 슬아언니, 아빠가 좋을 것 같다.
여기서는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 냉이 알아보는 법, 캐는 법, 쑥 뜯는 법, 춤명상, 여러 가지 노래, 등등 아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다 처음해보는 것들이라 모든 게 다 새롭다. 그래서 재밌고 또 오고 싶은 것 같다.

6년 슬아:
물꼬에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갔다가 하루 쉬고 바로 와서 너무 피곤하고 힘들게 왔다. 그래서 아침에 하는 활동도 하지 못하고 졸려서 잤는데도 너무 피곤하고 다리도 아파서 포도밭에서 돕거나 나무를 심고 물을 주거나 춤명상을 할 때 너무 피곤했다.
특히 춤명상할 때는 발목이 너무 아팠다. 잘 때는 아~ 드디어 자는구나...... 하고 씻기도 귀찮아서 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씻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가 너무 아팠다. 아마 안 쓰던 몸을 평소보다 몇 배로 움직이고 써서 아팠던 것 같다. 근데 처음으로 물꼬에 왔을 때보다 요번에 두 번째로 오니까 처음에 왔을 때 보다는 익숙해진 것 같다. 처음에 왔을 때는 이래도 되나? 안되나? 괜찮겠지?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두 번 밖에 오지 않았지만 익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에 부르는 밥노래는 듣다보니 외워졌는데 불러야지, 불러야지 하는데 그냥 안부르게 된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부르고 있다. 다음에 올 때는 익숙하게 밥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보슬:
버스에서 내리고 자유학교 물꼬에 들어섰다. 너무 졸렸다. 근데 아빠가 마늘밭에 간다고 했다. 그냥 쉴까도 했지만 재밌을 것 같아서 언니들이랑 장갑을 끼고 아빠를 따라갔다.
마늘밭에 있는 잎을 밟지 않고 마른 풀을 걷어내서 다른 데에다가 놓고, 그것을 나무 둘레에다 쌓았다...(생략)

열두 살 하다:
빈들모임은 이제까지 1번을 했었다. 빈들모임에서는 놀고, 일하고 수련한다.
자주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용찬이 아저씨와 아저씨 딸들인 슬아누나, 다슬이, 보슬이다. 얘네들이 있어서 내가 주말을 재밌게 보내는 것 같다.
이번에는 뭘 했냐하면 포도밭 풀뽑기, 은행까기, 나무심기, 춤명상 등을 했다. 나는 그준 포도밭에 풀뽑기가 가장 힘드면서 재밌었다. 풀을 뽑기보다 풀을 옮겼지만 말이다.
어른들이 풀을 낫으로 베어놓으면 우리 애들이 길가에 쌓았다. 애들도 되게 즐겁게 했다. 내가 “우리 많이 했네?”하고 하자 슬아누나가 “그렇네.”(확실히 말한 것은 모르겠다)라고 했다.
난 처음에 장갑을 끼기 않고 해서 손도 따갑고 풀에 긁혀서 너무 아팠다. 거기다가 너무 많이 움직인 탓에 다리가 너무 아팠다.
첫날에는 놀이로 팔방뛰기를 하며 놀았다. 팔방뛰기는 땅따먹기로도 불린다. 나는 옛날에 엄청 많이 해서 잘하는 놀이였다. 그래서 내가 너무 잘하자 슬아누나, 보슬이, 다슬이가 화(?)를 내기도 했다. 하여든 내가 많이 이겼었다.
너무너무 빈들모임이 즐거웠다. 다음번에도 빈들모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용찬:
평범한 사람이 어떤 사정으로 노숙생활을 하다가 노숙자가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 않는다고 합니다.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한 사례일 겁니다.
몸도 마음도 황폐해져 가는 시기에 물꼬에서의 잠시 머물렀던 시간은 저에게 열심히 살아갈 새로운 힘을 줍니다.
변산의 제 앞가림 할 수 있는 힘 기르기,
물꼬의 스스로 살려 섬기기,
저에게 익숙한 주체적 인간되기,
모두 비슷한 의미이자 저에게 부족한 부분입니다.
물꼬와 관계 맺으며 다시 거듭나길 소망합니다.

안미루: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하다가, 결혼 후 일찍 나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몸에 익지는 않았지만 좀 더 편안한 느낌이다. 밥을 잘 챙겨먹으니 체력도 나아진 듯하다. 혹시 다음번에 계자를 오게 되면 더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결혼 이후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아이를 보니 묘한 느낌이다. 경제적인 문제를 많이 걱정하는 아내에 비해, 막상 나는 경제적인 문제는 크게 걱정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살짝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두는 것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이가 나의 보살핌을 원할 때 계속해서 힘을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마음을 채운다.

송유설:
아침에 절명상을 하고 밥먹고 설거지하고 은행을 깠습니다.
뭔가 쉴 새 없이 흘러가버립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때론 기뻐하며 웃고, 때론 슬퍼하며 울고, 찌푸리고
그러면서 점점 서로에게 정이 들고 익숙해집니다.
몸이 번잡하게 움직여도 마음은 항상 쉬어가기를,
내가 내 숨을 느끼면서 편안해지기를,
아침에 시원하고 맑은 공기, 푸릇푸릇 돋아나는 새싹들
마음에 잘 담아서 다음에 올 때까지 잘 품다가..... 또 와야지 합니다.
고구마가 익어가고 앵두효소를 같이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빗소리를 들으며 잠든 밤을 잘 간직해야지.....합니다.

여윤정:
오늘 아침에 눈뜨니 휘파람새가 하늘 날며 휘리~ 휘리~ 노래하고 있었어요.
하늘을 가로지르며 이 나무 저 나무 깨우며 늘 불러왔던 노래를 새로운 노래로 또 부르고 있었어요.
나는 태어나 처음 휘파람새 소리를 들었어요. 아니 이 소리가 휘파람새의 소리라는 걸 처음 알았지요. 옥샘이 그걸 알려주었어요.
골짜기에 온통 노래가 가득한 아침이에요.
(* 그림: 호두나무 형님, 감나무 형님, 느티나무 형님, 그리고 사람들, 사람들)
부슬부슬 봄비는 오고요, 산골짜기엔 하얀 안개구름 몽실몽실 피어오르고요, 도랑엔 빗물이 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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