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학교를 비우자면 달골에서부터 갈 손이 많다.

제습이 산책부터 시키고, 해건지기를 하고,

오전에는 원고 일부를 손보고 가리라 했지만

포기하고 났더니 여유가 생겼네.

친구랑(논두렁이기도 한) 오가는, 가을빛이 싸락눈처럼 휘날리는 찬란한 시간이었던.

남설악 아래 닿아 늦은 저녁밥상에

그곳 인연들이 건네준 광어회무침이며들이 오르다.

 

이튿날(11.7) 아침 일찍 달걀을 삶고, 김치볶음밥을 준비하고. 남교리로 향하다.(06:10 오색발)

남교리-대승령-장수대분소, 11.3km

(지난 회차에서는 한계령휴게소-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분소, 12.6km)

한 무리의 마을 사람들은 한계령휴게소에서 남교리를 향해 걸을 것이다; 18.5km

한계령발 대원들이 남교리 도착하면 우리 대원들이 둔 차를 끌고

장수대로 와서 우리를 싣고한계령으로 가서 각자 차를 끌기로 한다.

서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길.

대승령을 1.3km 남기고 만나 차 열쇠를 서로 교환하다.

산에서는 낯선 사람과도 이런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난다.

지난 공룡능선을 오를 적에도 

오색 출발자가 처음 얼굴 보는 설악소공원 출발자들에게 열쇠를 넘겨주는 걸 보기도 하였더랬네. 

같은 산에 든다는 건 그리 동지애 혹은 우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우리 편은 산행 시간이 한참 짧으니 상대적으로 나위가 있어

출발도 늦고, 산길로 노닥노닥 걷다.

곧은교-흑백교-함지박교-응봉폭포-복숭아탕(용봉탕)-12선녀탕.

천년도 더 살았음직한 두 그루의 주목 나무 아래서 노닐고,

기울어진 커다란 박달나무도 타고,

복숭아탕이 발목을 잡아 못 떠나고.

남교리에서 대승령-서북능-대청봉을 향해 가는 길이 원시림 같은.

발길 덜 닿았음을 보여주는.

단풍철 인파 넘칠 때도 한갓졌다는 곳.

길도 좋아 식구들과 언제 같이 걸어도 좋겠다 싶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마을 부녀회에서 담갔다는 김치와

수육과 갑오징어와 배추국이 밥상에 왔다.

설악산을 드나드는 동안 맺어진 이웃들이다.

 

사흘째(11.8). 마을에서 도토리가루를 만드는 과정에 동행하고,

낮밥에는 이웃집 새로 지은 집의 초대를 받아 밥상을 받고,

오목골에서 든 설악산의 밤 이틀째.

설악산행의 정서적 베이스캠프로 삼은 곳, 오목골산장이라 이름붙인.

멀지 않은 곳의 선배 둘 와서 바닷가에서 째복(조개를 그리 부르는 이곳)을 사주었고,

오목골 같이 들어 불도 지펴주고 가다.

희귀한 천문현상이 펼쳐진 보름밤이었다.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가 동시에 일어나는.

다시 이 광경을 한반도에서 보려면 200년을 기다려야 한단다.

우리 살아 생전에 다시 못 본다는 말이네.

동쪽하늘로 별똥별도 떨어졌다.

달은 회색에서 점차 붉은 색으로 변해가며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다가 완전히 덮였고,

다시 모습을 내밀며

하늘 한가운데 떠올라 환하고 둥그레졌다.

춤추고 노래할 수밖에 없었던 밤.


다음 날(11.9) 오목골에서 두 끼의 밥을 해먹고, 쉬고 둘러보고 치우고 정리하고.

10시 대해리로 들어와 달골에 안착.

이번 6차를 설악산 프로젝트 마지막으로 잡았으나

아무래도 용대리 황태덕장으로 2월쯤 들어가 보아야지 않을까 싶은.

설악산 여정이 글이 되기까지는 한참 걸릴.

앞서 자유학교 물꼬 교육이야기, 서평록 2(공저), 그 다음쯤에야 차례가 올.  

 

학교에서는...

복도 뒤란 창문의 월동용 비닐을 다 치다.

학교아저씨께 오전에는 달골 일을 부탁했더랬다.

제습이를 학교로 내리지 않고 밥을 주기로.

간 걸음에 달골 일을 조금 보태십사.

창고동 뒤란 마른풀을 검었고, 사이집 서쪽 경사지도 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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