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조회 수 4190 추천 수 0 2003.11.08 15:58:00

아이고, 시간 참 금방입니다.
몇 차례나 현님샘 얘기를 하고팠거든요.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손님들로,
그것도 미리 전화나 편지도 없이,
도대체 일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올린 글이
"물꼬를 찾아오시는 분들께"라는 글이었고,
덕분에 이젠 손님을 좀 덜 치고 있지요.
"그런 협박이 없데"
한 선배는 그렇게 반응을 보였고,
"대학 때 간 농활 생각이 났습니다.
겁이 나서 어디 가겠어요?"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고 고백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단단히 잡숫고 오시라는 그 글에
이야, 오겠다는 이가 있는 겁니다.
바로 전주 사는 이현님샘이 그랬지요.
물꼬의 귀한 품앗이 일꾼 세이샘이랑 여성영화제에서였던가 만나서
이 곳을 알게 되셨더랍니다.
그래, 지난 시월 어느 쇠날
찾아든겁니다.
아무렴요, 전화야 해왔구 말구요.
마침 봄 가을로 빨아대는 산더미 이불들을
꺼내기 시작한 지 닷새되는 날이었습니다.
이야, 정말 일 잘하시데요,
망설이지 않고 뎀벼서 하시데요.
희정샘과 상범샘이 계절자유학교 미리모임하러 서울 가고
하다랑 저랑 현님샘만 남은 흙날 저녁답이었는데,
해지기전 땔감 정리로 일을 마무리할 참인데,
복도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더니
또 이불을 끄집어내오시는 겁니다.
낼 아침부터 바로 일을 시작하려면 담가두어야한단 말이지요.
낯선 공간에 가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일 규모를 읽어가며 하기란 쉽지가 않은 법이지요.
야, 이 사람 참 대단하네...
그렇게 사흘을 머무는 동안
내내 탄복하게 만든 이였습니다.

현님샘, 잘 계시지요?
조카들 데리고
이 좋은 가을이 다 가기전 한 번 다녀가셔요.
하다도 많이 보고싶다더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856 2014. 1.22.물날. 맑음 옥영경 2014-02-18 653
1855 2017.11. 4.흙날. 맑음 옥영경 2018-01-06 652
1854 2017.10.21~22.흙~해날. 맑음 / 첫 삽 옥영경 2018-01-05 652
1853 2015. 9.20.해날. 시원하게 맑지는 않으나 옥영경 2015-10-16 652
1852 2015. 4. 4.흙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15-04-29 652
1851 2014.12.17.물날. 오후 눈 옥영경 2014-12-31 652
1850 2014. 5.26.달날. 갠 하늘로 바람 거세게 휘돌고 옥영경 2014-06-13 652
1849 2014. 3. 8.흙날. 맑음 옥영경 2014-04-05 652
1848 2013. 7.12.쇠날. 그래도 해가 옥영경 2013-07-28 652
1847 165 계자 이튿날, 2020. 1.13.달날. 눈발 날리다 해난 옥영경 2020-01-24 651
1846 2016. 6.21.불날. 흐림, 하지 옥영경 2016-07-16 651
1845 2016. 3.14.달날. 맑음 옥영경 2016-03-31 651
1844 2015. 9.21.달날. 아침 안개 옥영경 2015-10-16 651
1843 2015. 7.12.해날. 흐리다 비, 그리고 바람 옥영경 2015-07-31 651
1842 2015. 4.12.해날. 흐림 옥영경 2015-05-12 651
1841 2015. 2. 5.나무날. 구름 옥영경 2015-03-10 651
1840 2014. 6.30.달날. 맑다기엔 좀 옥영경 2014-07-16 651
1839 2014. 4. 4.쇠날. 맑음 옥영경 2014-04-26 651
1838 2017.11. 1.물날. 맑음 / 태산 같은 말들을 버리고 옥영경 2018-01-06 650
1837 2016. 7.17.해날. 갬 옥영경 2016-08-06 6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