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8.해날. 맑음

조회 수 1060 추천 수 0 2009.02.24 08:54:00

2009. 2. 8.해날. 맑음


한밤에 대해리에 닿았다고
늦도록 뒹굴자던 아침이었습니다.
여독도 여독이었지만
3월부터 석 달을 머물 미선샘이랑
지낼 이야기를 나누느라 갓밝이에야 잠이 들기도 하였지요.

점심을 먹고 부엽토를 긁으러 갔습니다.
다사롭고 고솜한 까만 흙,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요?
산골 밤기운이 다녀가고
가끔 토끼가 앉았다 가고
그 자리로 낙엽 다시 쌓이고
비에 젖고 눈에 젖고
오랜 시간을 썩고 또 썩어
이제 썩은 내마저 훌훌 다 날아가고...
동쪽 개울 쪽 기슭에 가서 살살 긁어냅니다.
옛적 사람들은 덤불에 쓰레기를 버리곤 했지요.
앞마을 높은 쪽 집들의 후미진 경사 덤불지이니
옛날 예 살았을 사람들의 껍데기들이
마치 덤불들의 일부인 양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다 찌그러진 양은대야, 깨진 병, 조각난 플라스틱 통들,...
“으악!”
뱀술을 담아 먹고 뱀만 남은 빈 술병에
놀라 벌러덩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였더랍니다.

모종포트에 쓸 것만 담아오자던 것이
일을 시작하면 또 욕심이 나지요.
“밭에도 좀 뿌리자!”
간장집 뒤란 고추밭에 뿌렸습니다.
계획은 점점 커지지요.
아, 아직 무리하게 팔을 쓸 게 아닌데
일하다 보면 어디 그러한가요,
번쩍번쩍 무거운 것도 들어야지,
낼 엄청 고생하겠다 싶으면서도 또 하고 또 합니다.

또 아쉽지요.
백합나무 아래며 밭뙈기 주변 검불들도 다 긁습니다,
입춘 들면 해야는 일이기도 한데,
어느 때고 해야할 일이기도 하니.
그리고 태웠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연기입니다.
그리고 얼떨결에 봄농사을 시작한 거지요.
대보름을 지나고 하루 더 뒹구는 귀신날도 지나며
비로소 봄을 여는 농사를 시작한다지요.
날이 그리 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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