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17.불날. 맑음

조회 수 1249 추천 수 0 2009.03.07 12:00:00

2009. 2.17.불날. 맑음


无等山(무등산) 한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멀리 떼쳐 와 霽月峯(제월봉)이 되어거날
無邊大野(무변 대야)의 므삼 짐쟉 하노라
닐곱 구배 함대 움쳐 므득므득 버럿난 닷
가온대 구배난 굼긔 든 늘근 뇽이
선잠을 갓 깨야 머리랄 언쳐시니
(‘면앙정가’ 가운데서)

간밤에 담양으로 넘어와
금성산 아래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온 나라가 얼어붙었다더니
남도인 예조차 바람결이 거칩니다.

소쇄원을 거닐었습니다.
너무 귀해서 말로 잘 옮길 수 없는 곳입니다.
대나무 숲이 만드는 색보다 소리가 더 푸른 길을 지나
대봉대에 걸터앉아 소쇄원을 봅니다.
남도를 돌 때 맨 먼저 가고 싶은 곳으로 이곳을 꼽기에
주저치 않는 소쇄원입니다.
아이랑 몇 바퀴를 돌고 돕니다.
광풍각 마루에 앉아 아이랑 소리도 하고
방에 들어 한참을 앉아 오가는 이들에게 주인처럼 말을 건네기도 하였지요.
볕 좋은 제월당에 들어서서는
방에서도 마루에서도 일어설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 취해있는 이를
우르르 몰려왔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한참을 기다려주었습니다.
“엄마, 굉장하지?”
석건축에 관심 많은 아이는
아니나 다를까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돌다리가 담장이 된 곳을 이리 저리 살피고 있었지요.

가사문학관을 들리고
대잎차관에 가서 차를 마시며 해거름을 보냈지요.
사람 손을 많이 탔다고 하나
여전히 담양은 조용합니다.
겨울 아니어도 소소할 것만 같았습니다.
대나무들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지요.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메타시코이어 길을 몇 차례 오가기도 하였습니다.

광주로 건너갑니다.
지난 여름의 몇 날을 대해리에서 단식을 했던
김경일 신부님을 뵈러 갑니다.
일 다 밀치고 같이 밥 먹고 차를 달여주셨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보낸 브루더호프공동체의 경험을 나누었고,
서로 다른 공동체에서 머문 이야기들도 나누었지요.
“그냥 (서로에게)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리저리 공동체를 경험하며, 특히 국내 공동체를 다녀보며
이제 그런 생각 드신다지요.
애써서 너무나 다른 서로를 수용하려들지 말고 말입니다.
공감했습니다, 참 많이.

교회(성공회)를 나오는 짐꾸러미가 컸지요.
보이차를 챙겨주셨고
근사한 차주전자를 내주셨고
안면도의 마지막(?) 해변을 기억하는 소라들을,
그리고 고목으로 깎은 차숟가락과 차뜨개도 달려왔습니다.
늘 그리 가지신 것을 나누는 당신이십니다.
영적인 지도자들이 이리 계시니
살기가 좀 낫다 싶은 세상이다 싶지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온천에서 낯선 곳에서의 피로를 푸는 밤이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56 2009. 3. 8.해날. 맑음 옥영경 2009-03-21 1212
1855 2009. 3. 7.흙날. 맑음 옥영경 2009-03-21 1310
1854 2009. 3. 6.쇠날. 흐림 옥영경 2009-03-21 1101
1853 2009. 3. 5.나무날. 비 / 경칩 옥영경 2009-03-17 1142
1852 2009. 3. 4.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17 999
1851 2009. 3. 3.불날. 눈 옥영경 2009-03-17 1007
1850 2009. 3. 2.달날. 흐림 옥영경 2009-03-17 1114
1849 2009. 3. 1.해날. 맑다가 흐리네 옥영경 2009-03-11 1094
1848 2009. 2.28.흙날. 맑음 옥영경 2009-03-11 1122
1847 2009. 2.27.쇠날. 맑음 옥영경 2009-03-11 999
1846 2009. 2.26.나무날. 맑더니 오후 늦게 흐려지다 옥영경 2009-03-11 1156
1845 2009. 2.25.물날. 흐림 옥영경 2009-03-11 1001
1844 2009. 2.24.불날. 시원찮게 맑은 옥영경 2009-03-11 1126
1843 2009. 2.23.달날. 갬 / 멸간장 옥영경 2009-03-07 1330
1842 2월 빈들 닫는 날, 2009. 2.22.해날. 눈 옥영경 2009-03-07 1230
1841 2월 빈들 이튿날, 2009. 2.21.흙날. 눈 내리다 갬 옥영경 2009-03-07 1106
1840 2월 빈들 여는 날, 2009. 2.20.쇠날. 눈 내리다 멎더니 다시 눈 옥영경 2009-03-07 1339
1839 2009. 2.19.나무날. 흐리더니 눈, 그것도 묻힐 만큼 옥영경 2009-03-07 1159
1838 2009. 2.18.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07 1197
» 2009. 2.17.불날. 맑음 옥영경 2009-03-07 124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