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24.불날. 시원찮게 맑은

조회 수 1127 추천 수 0 2009.03.11 06:58:00

2009. 2.24.불날. 시원찮게 맑은


이제 겨우 두해 째입니다.
장 담는 일 말입니다.
여기서도 여러 식구들이 살며 장을 담지 않은 것도 아니나
실제 ‘내’ 손으로 해보지 않으면
익숙한 일이 되기 싶잖지요.

혹 춥지는 않으실까,
어둠이 가시기 전 큰 마당을 건너 가마솥방에 서둘러 갔더니
그 시간에도 벌써 어머니 당신은 기도도 마치시고
삭혀두었던 식혜도 끓여놓으시고
아침에 먹을 것들까지 준비해두셨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그러합니다.

“해뜨기 전에 풀어두는 거다.”
일찌감치 소금도 풀어놓으셨고
잠시 꼼지락거리는 사이
메주도 그 물에 다 담가두셨지요.
“작년에 하는 것 봤으면 됐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일을 덜 시키려 하십니다,
당신이 하지 하십니다.
우리는 당신 살아생전엔 언제나 자식이며
우리 또한 우리 자식들에게 그러할 테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가셨습니다.
늘처럼 서둘러 가십니다.
집에 멕이는 짐승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둘 자식이 누웠는 것도 아니고
이젠 농장일이 있는 것도 아닌 아파트로 갓 들어가셨는데,
여전히 딸네는 남의 집입니다.

2월에 짬짬이 지역민요를 하나 배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랑 같이 부르고 다녔지요.
아이들이 대해리에 머물 때 가르쳐도 주려합니다.
오늘 전수하시던 분께 식사대접을 하였습니다,
그간 고마웠다고.
전하는 노래가 여럿이나 학기를 시작하면 짬 내기 쉽잖을 것이니
내년 2월이나 또 뵐 수 있으려나요.

아이는 읍내를 다녀와 공동체 일을 거들고 있습니다.
소사아저씨를 따라 이곳저곳 검불들을 긁는 일을 하지요.
보기 좋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맙습니다.
이 산야와
건조했던 서울 공간에서부터 아이를 같이 키워준 함께 산 식구들에게
고마움 깊이 전합니다,
늘 하고 사는 생각이고 마음이기도 하지만.

---------------------------

2009. 2.24.불날. 맑음

<짜투리(*자투리) 시간>
난 맨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질까 봐 겁난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짜투리 시간을 제대로 못쓰기 때문인 것 같다.
짜투리 시간이란 사이사이에 비는 시간을 말한다. 요즘에는 짜투리 시간이 하루에 4시간(?)정도 나온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공부, 피아노, 일기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짜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되겠다.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4년 류옥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56 2009. 3. 8.해날. 맑음 옥영경 2009-03-21 1212
1855 2009. 3. 7.흙날. 맑음 옥영경 2009-03-21 1311
1854 2009. 3. 6.쇠날. 흐림 옥영경 2009-03-21 1101
1853 2009. 3. 5.나무날. 비 / 경칩 옥영경 2009-03-17 1142
1852 2009. 3. 4.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17 999
1851 2009. 3. 3.불날. 눈 옥영경 2009-03-17 1007
1850 2009. 3. 2.달날. 흐림 옥영경 2009-03-17 1114
1849 2009. 3. 1.해날. 맑다가 흐리네 옥영경 2009-03-11 1094
1848 2009. 2.28.흙날. 맑음 옥영경 2009-03-11 1122
1847 2009. 2.27.쇠날. 맑음 옥영경 2009-03-11 999
1846 2009. 2.26.나무날. 맑더니 오후 늦게 흐려지다 옥영경 2009-03-11 1156
1845 2009. 2.25.물날. 흐림 옥영경 2009-03-11 1001
» 2009. 2.24.불날. 시원찮게 맑은 옥영경 2009-03-11 1127
1843 2009. 2.23.달날. 갬 / 멸간장 옥영경 2009-03-07 1330
1842 2월 빈들 닫는 날, 2009. 2.22.해날. 눈 옥영경 2009-03-07 1232
1841 2월 빈들 이튿날, 2009. 2.21.흙날. 눈 내리다 갬 옥영경 2009-03-07 1107
1840 2월 빈들 여는 날, 2009. 2.20.쇠날. 눈 내리다 멎더니 다시 눈 옥영경 2009-03-07 1340
1839 2009. 2.19.나무날. 흐리더니 눈, 그것도 묻힐 만큼 옥영경 2009-03-07 1160
1838 2009. 2.18.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07 1198
1837 2009. 2.17.불날. 맑음 옥영경 2009-03-07 12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