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28.흙날. 맑음

조회 수 1122 추천 수 0 2009.03.11 07:00:00

2009. 2.28.흙날. 맑음


봄 농사가 바쁘기 전 딱 한 짐만 더 해오자고
식구들이 우르르 나무하러 갔습니다.
마침 내려온 기락샘과 미선샘도 함께 갑니다.
경운기가 들어오고 또 들어오고
나뭇단을 부리고 자르고 쌓았습니다.
비탈길에서 나무를 끌어올리느라
모두 녹초가 되어 있었지요.
나무를 하는 일도 나무를 자르는 일도
그리고 그 나무를 때는 일도 그래서 귀합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따뜻한 구들장을 지고 있으면
사람이 자연이 한없이 고마워지는 까닭이지요,
그것 아니어도 고마운 일 많기도 하지만.

반가운 손님 오셨습니다.
영동 나들목께에서 예까지 산악자전거를 타고 오셨습니다.
농협하나로마트의 손영현상무님.
게서 장을 볼라치면
꼭 무엇으로라도 학교살림을 더해주는 당신이시지요.
식구들과 국수를 먹었습니다.
밥을 나누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지요.
그렇게 불쑥 오실 수 있어 좋았고
이곳에 우리가 여전히 있어서도 좋았습니다.
무람없이 우리 먹는 대로 내놓을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고마운 일들입니다.
“학교는 종이 있어야 하는데...”
그 종 누가 훔쳐 가버렸지요.
아주 아쉬워라셨답니다.

해 넘어가는 산골로 또 다른 손님들이 왔지요.
하다네 친가식구들이
서울에서 안양에서 안동에서들 모였습니다.
설이고 한가위고 공동체식구들 명절 쇠러 보내고
대해리를 지킨다고 나가본 지 오래라 송구한 마음 늘 컸는데,
이렇게 걸음들 해주셨습니다.
과일이며 화장지며 산골살림에 요긴한 것들
보따리 보따리 실어오셨지요.
오라고는 해놓고 장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산골 먹는 대로 먹기로 합니다.
무청에 무말랭이 호박오가리 박오가리 가지,
가으내 갈무리한 것들이 밥상에 오릅니다.
말려놓은 코다리며 지고추와 깻잎이며도
항아리에서 나왔습니다.
가난한 밥상을 다행히 맛나게 먹어주는 사람들입니다.
달골 창고동에서 난로 피우고 오래 놀았지요,
고구마도 구워내고.
좋은 음악들이 더불어 밤을 채웠습니다.
해마다 2월 물꼬가 한가할 적
예서 친척들이 모이면 어떨까 하는 제안도 있었네요.
잘 나가지 못하는 하다네에 대한 배려입니다.
“이곳은 여름도 좋은데...”
계자가 끝난 8월에도 모이며 어떨까 대답합니다.

가족의 울타리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밤이었습니다.
‘날이 더워져도 벗지 못하는 낡은 외투’,
오래도록 가족이란 건 그런 정의 속에 있었는데,
피로 이루어진 가족관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컸던 젊은날이었는데,
나이 드니 참 많이 달라집니다.
가족일 수 있어야 공동체도 가능하다던
한 공동체를 떠나온 이가 깊이 해주던 조언이
역시 생각나는 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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