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6.쇠날. 흐림

조회 수 1101 추천 수 0 2009.03.21 11:54:00

2009. 3. 6.쇠날. 흐림


고래바람 불어옵니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두고 온 날처럼
계절도 늘 그리 간다 싶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성큼 봄이지요.

묵은 상자들을 정리합니다.
쌓여있으면 늘 앞이 캄캄합니다만
해야 하는 일이라고 덤비고 나면
어느 순간 끝이 나지요.
달래 방법이 있으려나요,
그저 하나하나 차근차근하면 됩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던가요,
물꼬에게 논두렁에 콩 심은 분들이 그러하지요.
흔들리는 시간 어깨를 잡아주는 손이었으며
질퍽거리는 시간 견고한 바위였고
거친 시간 풍랑 일지 않는 배가 되어준 당신들이십니다.
“해도 해도 바래질 수 없는 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2006년 9~10월호(통권 61호) 뒤로 소식지를 내지 못하면서
당신들의 발자국을 알리지 못하였지요.
'열린글 나눔삶터 <글터 소식> 창간호'라는 이름으로
1994년 10월 1일자로 첫 호를 냈던 소식지는
5호부터 <물꼬>로 바뀌었고
달마다 내던 것을 계간지로, 다시 격월간으로 냈더랬습니다.
“그렇더라도 보태주시는 살림은 알려드려야 하나
그것마저 하지 못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라도 했어야 하는 일인데,
마찬가지로 게을렀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선샘이 명단을 정리하고
종대샘이 홈페이지에다 자리를 잡아보고 있답니다.

한 친구의 대학 등록을 위해 마음을 쓰고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돈이 마련되었고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휴학을 생각했고 이미 숙식하며 일하는 곳에 가 있는 그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결국 등록을 포기했지요.
“학교가 학비만 드는 게 아니니까...”
요새 대학에서 하는 공부만으로는 모자라
사회진출을 위해선 학원도 다녀야 하고,
사대만 하더라도 임용고시 준비를 하면서
방학마다 계절학기 듣고 노량진 학원가에서 몇 개의 강의를 수강하고
학기 중에는 인터넷강의, 그래도 재수는 기본...
“저희 과는 교구 같은 것 만드는 데도 돈 많이 들어가고,
자취도 해야 하고,
동생 검정고시 친다는데 그것도 도와줘야 할 것 같고...
아빠도 아프셔서...”
그러게요, 사는 게 참...
정작 도와준 일은 결국 하나도 없는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불러와줬다고 고마워하는
긴 문자의 답례가 있었답니다.
“네가 살아온, 살아가는 시간이 다른 이들을 그리 하도록 하는 거야.”
그가 한 해를 귀하게 써서
생의 다음 단계를 잘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랑 이번학년도 속틀을 짭니다.
이곳에 늘 살면서 홈스쿨링 하는 친구의 흐름대로
학기 가운데 잠깐씩 머물다 가는 아이들도
그리 살다 돌아갈 것입니다.
여전히 지역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갈 것이고
힘을 기르러 체육관도 갈 것입니다.
하루 절반 일하고 하루 절반 공부하는 큰 틀,
그러니까 그 양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실제 주중에는 공부로 주말에는 일로 틀을 조금 바꿉니다.
기본교과에선 해건지기(수련과 명상), 우리말우리글, 음악놀이와 미술놀이를,
이번학년도 집중교과는 셈놀이,
통합교과에선 새들이랑 보내고,
선택교과야 널려 있습니다;풍물, 단소, 수영, 손말, 영어.
거기에 이번 학기는 점자도 열심히 해보려지요.
점심 때마다 보던 ‘빛그림’은 저녁으로 보내고
한 해 주제를 정해 스스로 연구해가는 ‘스스로공부’ 역시
저녁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만화방’도 있네요, 만화방에서 보내는.
미술놀이는 크게 묵을 가지고 하는 시간과
유화를 써서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진주에서 벗이 선물을 보냈습니다.
공간 많은 이곳 어디고 요긴하겠다며 탁상달력과
잘 쓰이는 한방파스들이 담겨있었지요.
그것도 온찜질과 냉찜질을 고루 할 수 있도록 챙겼습니다.
누구라도 일 많은 일상일 터인데
그는 철마다 이곳 형편까지 꼭 살펴줍니다.
아시지요?
그 드리운 그늘 아래 물꼬가 늘 땀을 식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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