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비입니다.

긴 가을 가뭄이더니 비 며칠이라고 이제 긋는가 자꾸 내다보는.


이른 아침 책상 앞에서 USB를 꽂고 글을 쓰려는데,

포맷을 하라 나옵니다.

덜컹!

어떤 상황이 기대대로 되지 않을 때 움직이는 가슴에 있는 장치 하나.

덜컥!

한 달 넘게 쓴, 글이 되지 못하고 메모한 것에 불과하지만, 것들 다 날아갔구나...

다른 글들이야 이러저러 보냈거나 다른 공간에 남아있기라도 하지만

물꼬요새 글들은...

사는 일이 참...

다행히 껐다 켜니 되살아난 글들.

그런데, 날아갔다면?

뭐 또 그만인 게지요!


비 그쳤을 적 된장집에 연탄 몇 올려놓습니다.

올해 사람들과 하지 못한 일입니다.

틈틈이 소사아저씨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올리다보면

줄줄이 늘어서서 하던 일만큼은 아니 되어도

쓸 만큼은 올려놓을 수 있겠지요.

참말 겨울 긴 산골짝.


상강(霜降).

며칠 가을비 내리고 오늘 볕 떴습니다.

고맙습니다.

입동 때까지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을 것이고 초목이 누렇게 떨어질 것이며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어들’ 테지요.


점심,

흙집을 봐줄 이웃마을 영욱샘과 대식샘이 방문하였습니다.

허술하게 지어진 흙집이 빠르게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었지요.

지난 겨울 벽체가 벌어져

세탁기 뒤도, 세면대 위도, 그리고 욕실도 틈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겨울 지나 하겠다던 일이

다시 봄 오고 여름 오고 가을 가도록 손이 못 가고 있었네요.

급기야 그 일을 해주겠다던 이웃이

닥친 자신의 일로 시간을 내기 어렵겠다는 연락이 오기까지.

이제 어쩌나, 11월 한 달이나 학교를 떠나 있으면

천상 추운 섣달에야 할 수 있을 터인데,

그 전에 어찌어찌 막음을 하고 가려 애쓰던 차에

마침 이웃마을에서 그리 마음을 써주게 된 것.

다음 주 초 흙집에 간단한 막음을 하고,

더하여 달골 햇발동 뒤란 난간을 떼어낸 벽체 구멍도 메워주기로.

숙제 하나 그렇게 또 길이 열렸더이다.


점심에 국수를 냈더니,

저녁에 다시 건너와 밖에서들 고기를 구웠습니다, 밤이슬 맞으며.

가까이 오갈 벗들 있으니 참말 좋군요.

생을 정직하게 대면한 사람이 갖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어

보기 좋고 고맙기도 하였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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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 2020.11.10.불날. 맑음 / 흙벽 보수 닷새째 옥영경 2020-12-15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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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 2014. 5.26.달날. 갠 하늘로 바람 거세게 휘돌고 옥영경 2014-06-13 654
1840 2014. 4.18.쇠날. 아침 비, 그리고 갬 옥영경 2014-05-21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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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7 2013. 7.12.쇠날. 그래도 해가 옥영경 2013-07-28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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