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3.불날. 흐리다 눈, 눈

조회 수 651 추천 수 0 2015.03.29 13:09:27


밤, 멀리 있다.

목공현장, 지금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지만, 을 가지고 있는 한 선배네 일터에 와 있다.

한 공간의 부엌에 놓일 식탁과 의자, 그리고 소파 앞 테이블을 위해

쌓인 조각나무들 가운데 쓸 만한 것들을 찾아 다듬기 시작했다.

이번 한 주는 목공 일을 하며 2015학년도 그림을 그릴 것이다.

직원 숙소가 있긴 하나 여기가 일터인 사람들을 불편케 해서야 될 일인가.

내일 아침에도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일상을 살펴주어야.

해서 난로가 있는 2층 사무실에서 잠자리를 며칠 마련하려 한다.

24시간 돌아가는 CCTV 팬 소리와

이 커다란 건물을 듬성듬성 채운 사물들의 소리와

창틈으로 황소처럼 들어오는 밤을 채운 것들의 울음과

가끔 이곳을 먼저 점했을 지나간 혼령들의 발걸음이 무수히 건너온다.

어깨까지 시려 잠을 설치다 결국 일어나고 만다.

내일은 창 틈새 단도리를 좀 하고 묵어야겠다.


얼마 전 세금 이야기를 하다 아주 거품 물었다,

재원 없는 복지가 어딨냐는 말에.

요시다 다로의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봉쇄정책은 의료에도 마찬가지였다.

서방국가의 모든 백신과 치료제, 진단제 들의 수입까지 막혔다.

어찌어찌 수입을 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아주 긴 시간을 기다려야.

경제봉쇄정책이 가져온 대표적 비극이 바로 1980년대의 뎅기열 사건.

당시 쿠바에서는 이 뎅기열로 100여명의 아이들이 사망한다.

(뎅기열이 미국의 바이오 테러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1980년대 전까지 남미 전역에서 출혈성 뎅기열이 발생 사례가 60건,

그런데 쿠바에서만 동시다발적으로 그리 발생했을 리가 없다고.)

34만 명이나 감연된 출혈성 뎅기열을 치료할 백신이 쿠바에 존재하지 않았고,

이 절체절명의 위기가 쿠바 의료복지와 생명공학의 전환점을 가져왔던 것.

불과 6주 만에 치료약인 인터페론이 만들어진다.

쿠바 생명과학의 우수성으로?

거기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무상의료체계는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일까?

그 비결은 바로 ‘무(無)’에 있다 했다.

풍요한 자본과 기술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극빈상태, 고립무원의 두려움이었다 했다.

실험도구나 임상실험이 부족해

의사들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실험대상 삼아 백신을 개발해낼 정도로

그들은 절박했고 부족했다.

그러니까 복지사회란 것이 경제적 조건만으로 되는 게 아니란 걸

최빈국 하나인 쿠바의 무상의료체계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가를 물었던 것이다.

우리가 복지를 못하는 이유는 재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 대한 관심과 탐구, 예의가 부족해서란 말이다.

너무 많이 가져 그걸 지키기에만 급급해서였단 말이다.

혁명이 가능한 곳에서는 정작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던가.

혁명이 가능했던 건 그것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쿠바는 현재 180종 이상의 자체 백신과 치료제, 진단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모두 특허권 없이 주변국과 나누고 있다.

WHO에서 머지않아 HIV바이러스 (에이즈)백신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그 주인공은 쿠바가 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쿠바는 무상의료를 위해 부족한 재원을 군비에서 가져왔다.

미국과 끝없이 군사적으로 갈등해왔던 쿠바에서 그게 쉬웠겠는가.

자, 그럼 이제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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