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조회 수 4257 추천 수 0 2003.11.06 09:59:00

요즘, 물꼬의 대해리 가을날을 분양해주고 있습니다.
당신이 어제 본 바로 그 하늘도 저희가 나눠드린 것일지 모르겠네요.
고마우면, 어떻게 행동해얄지를 아시지요?

어제는 문전박대를 무릅쓰고
두 분이 불쑥 찾아오셨더랬습니다.
세상 좁기로야 뭐 새삼스럴 것도 없지만
햐, 우습데요,
십년도 더 전에 서초동에 있는 아이들과 글쓰기모둠을 꾸린 적이 있는데,
바로 그들 가운데 한 아이가 박완기였지요.
그의 어머니와
계절학교에 자주 오고 있는 우리 이유민의 아버지가
수년을 같은 모임에서 봉사를 해 왔다더이다.
"모자상봉이 따로 없네!"
얼싸안고 눈물바람 오래인데
뒤에서 공부방에 오는 민근이가 한마디 던집니다.
유민의 아버지 이충제님이 '우리 학교 큰틀'을 보시고
학교안내하는 날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기어이 차를 끌고 나섰는데
완기의 어머니도 언제 한 번 오냐고 걸음을 하신 거랍니다.
"기억하실까..."
그랬다는데,
방배역에서 버스 몇 정거장을 걸어오르던 그 길을
어찌 잊는답니까,
완기, 보라, 동현이, 진일이, 영란이,
그 아이들이 어찌 잊힌단 말입니까.
아직 대학운동의 땟자국이 줄줄 흐르던 때라
어머님들은 의식화(?)를 우려하는 가운데
그 아이들의 지지가 모둠을 오래 끌고 가게 하였지요.
완기는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연락을 해왔더랬습니다.
초등 6학년이 마지막 만남이었는데.
그러나 학교를 옮기고 하며
풀지않은 잡동사니 상자안에 그 연도 싸였던가 봅니다.
그런데 이리 만난거지요.
그 아이 지금 양평에서 군복무중이랍니다.
정작 이 학교에 아이가 입학하느냐 마느냐
걱정많고 생각많은 유민의 아버지는
저만큼에 앉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왔더랬습니다.
십년도 더 오래전에
한 가난한 젊은이가 꾼 꿈이
기어이 사람을과 같이 이뤄지더라는 확인은
희망 한가닥이기에 충분할 지 모른다는.
저희 학교가 문을 여는 것은
우리가 만나왔던 아이들에게
희망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완기가 보고싶습니다.
그 아이들이 무지 그립습니다.

밤늦게 돌아가시는 걸음,
무사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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