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7.흙날. 맑음 / 미리모임

조회 수 1269 추천 수 0 2008.12.30 14:59:00

2008.12.27.흙날. 맑음 / 미리모임


128 계자를 꾸릴 일꾼들이 하루 먼저 들어와 호흡을 맞추는 날이니
결국 이번 겨울 계자를 시작한 셈이지요.

가는 시간까지도 쌓인 연탄재와 장작부스러기들을 치우고
성훈샘은 숨도 채 돌리지 못하고 떠났으며
기락샘은 다시 서울로,
그리고 류옥하다는 산중 어디메 무예 하는 집으로
한 주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내 화초 좀...”
그렇게 부탁하고 갔지요,
아이들에겐 아이들이 신경쓸 일이 있는 게지요.
마지막으로 한번 제(아이)가 꾸린 가방을 봐달란 아이를
등 떠밀어 그냥 보냈습니다.
아이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할 만치
무에 그리 손발 허둥대며 사는지, 원...
때로 알아서 하라며 아이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다 싶고,
사람을 어려워할 줄 모르는 아이라 유달리 엄한 어미이어
괜히 가는 등도 보지 못한 게 맘 쓰입니다.
하지만 늘 마음에 두고 있던 일들을 하시는,
참으로 너른 품을 가지신 분한테 보내는 것이어
한편 마음이 참 좋기도 하다지요.
아이를 이곳으로 보내는 분들도
이렇게 여러 생각 들고 나겠구나 싶습니다.

차를 끌고 온 상근샘과 서현샘을 빼고는
일꾼들이 점심버스로 다 들어왔습니다.
수민샘이랑 무열샘, 희중샘이
잘 챙겨서들 일찌감치 내려와 손발 보탰지요.
올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데도
새끼일꾼들을 지휘할 여자 샘이 필요하다 하여
어려운 시간을 내 준 수민샘이지요.
초등학생이던 98년부터 이곳을 와서
새끼일꾼으로 때마다 손 보태고
지금은 대학생 품앗이일꾼입니다.
이번 계자를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는 무열샘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본보기인 샘이지요.
역시 수민샘과 같은 시기에 물꼬랑 연을 맺어
십년 넘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깊은 그입니다.
올 겨울 계자에 내내 있을 것이지요.
“초등학교 때는 귀찮아서 별 생각 없었는데
오다보니 즐겁고 질긴 인연이 되었네요.”
“그대 빈 자리를 채워놓지 않으면 군대 못 간다.”
마침 승렬샘(무열샘의 형이고 이곳의 오랜, 그리고 훌륭하기도 한 일꾼입니다)이
제대를 하고 여름이면 계자에 붙을 수 있다나요.
그리하야 무열샘은 초여름 군에 무사히 가게 됐지요.
희중샘 역시 무열샘과 같이 계자 내내 예서 보낼 텐데
내리 일곱 차례 계자를 오는 동안의 그의 발전들이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는 했답니다.
이번 계자라고 어디 다를지요.
여름과 가을, 그리고 대해리의 겨울을 맞으러
서현샘도 왔습니다.
이번에 부엌바라지를 맡게 되었지요.
새끼일꾼은 여섯이 함께 합니다.
수현이가 드디어 초등학생으로 계자를 즐기던 때를 지나
비로소 새끼일꾼으로 입성하게 되었고
민정이 역시 새끼일꾼 첫 해를 맞았습니다.
실상사 작은학교의 정훈이는 후배 은서랑 왔습니다.
양말 빨기 싫다고 겨울들을 맨발로 다니던 초등학교 때의 전설의 정훈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되네요.
이곳에서 나날이 자기 몫을 넓혀가는 아람이가
성실하므로 함께 왔다는 지희랑 나타났고,
그리고 애진샘이 왔습니다.
길에서 만났더라면 몰라볼 뻔하였지요.
십년 전 초등학생이던 그는
이제 낼 모레 대학을 갑니다.
뉴질랜드로 떠나 있은 지 오래인데,
방학을 맞아 날아왔지요.
이제 해마다 이곳으로 날아온다는 그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아이들이 스쳐갔는데도
그 많은 얼굴들이 또한 하나하나(아닐 때도 없지 않지만) 어찌나 선명한지요,
물꼬에서 사는 일은 참 신기할 일이랍니다.
휴가를 내고 곧 내려올 미선샘만 빼면
공동체식구들을 더해 모두가 다 모였지요.
원래는 열일곱인데,
시설에서 오는 새끼일꾼들이 뒤의 계자에만 붙어
열다섯의 어른(새끼일꾼 포함)만 이번 계자를 꾸립니다.
참, 물꼬에 첫걸음한 상근샘도 자리 같이 했네요.
계자 준비만 도우고 다시 갈 것이지만.

구석구석 낡은 집에 반들반들 윤기들을 냈답니다.
그 마음과 손발부터가 미리모임입니다.
그 사이 장을 보러 다녀오고
저녁에는 교사교육(일꾼미리모임)이 있었지요.
세 시간여 별 것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 시간에 있지 않으면 계자 내내 헤맨다고들 하지요.
이번에는 속틀(일정표)도 같이 의논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글집을 만드는 일도,
속틀(일정표)을 쓰는 일도 아주 아주 더뎠답니다.
밤 설컹 넘네요.

아, 어둑해진 산길을 돌아오며
1994년부터 해오던 계자가 지금까지도 왜 늘 새로운가 스스로에게 물었더이다.
아이들에겐 그들 존재의 꼴대로 한껏 맘껏 펴는 자리이고
어른들에겐 끊임없이 정화의 시간이 되어 그렇지 않을까 싶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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