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계자 이튿날, 2008.12.29.달날. 구름 걷어내며 해가, 그러다 싸락비


아이들과 시작할 하루를 위해
어른들이 미리 모여 마음 모으고 몸을 풀었습니다.
아이들을 깨우러 건너갔다가 마당을 가로지르는데
아, 새벽빛,
글과 말이 짧아 그 풍광을 담을 수가 없지만
‘신새벽’이란 낱말이 그러하겠고,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이 주던 감동도 거기 있었지요.
아름다운 날입니다.

모둠방이 따뜻해서 다행입니다,
여자방 한 귀퉁이 보일러가 닿지 않는 작은 부분만 빼면.
학교 뒤란에서 때는 화목보일러인데
엊저녁엔 아직 나무조절에 익숙치않아 그만 차지는 순간이 생겨
샘들을 모두 긴장케 했지만 곧 조절되었지요.
이번 계자에선 고래방을 거의 쓰지 않으려 합니다.
꽤나 추워서 이른 아침을 맞기에는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싶데요.
더구나 올 겨울의 해건지기는 겨울에 맞게
정적인 수련보다 동적인 것을 하려지요.
그래서 첫째마당은 방에서 가벼운 명상으로
둘째마당은 밖에서 체조를 하고
셋째마당은 마을길을 뜀박질 하였습니다.
포도밭이 지나고, 개울이 지나고 당산나무가 지나고...
“아이구, 와줘서 고마워.”
댓마 할머니 한 분 일보러 나오셨다가
이 마을을 찾은 아이들에게 그리 말씀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이 재밌게 뛰고 있어서 내가 다 뿌듯했음.’
새끼일꾼 지희는 하루정리글에서 이 시간을 그리 쓰고 있었지요.

모둠방에 아주 좋은 오디오가 생겼습니다.
아이의 외할머니가 하신 선물이랍니다.
고래방 음향기기보다 스피커가 더 좋은 듯하고,
더구나 고래방은 밖을 향해 그 큰 스피커를 옮겨야 하는데 ,
이건 따로 손이 가지 않아도 되고
여러모로 어찌나 유용한지요.
잔잔한 음악을 놓고 손풀기를 하였습니다.
“내일 또 하면 안돼요?”
흰 종이와 4B연필, 그리고 침묵이 있는 시간이 더러 답답할 수도 있겠건만
왔던 아이들이 그 시간의 가치를 아는 양
또 하고프다 합니다.
“속틀 보까, 낼도 하루 있네.”
아이들만이 아니지요.
‘손풀기를 하며 나도 그리고 싶었다.’(새끼일꾼 은서의 하루정리글에서)
우리가 그림을 그렸던 것은
그림이나 잘 그리자고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거기서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고 있었지요.
명상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보글보글방에서 아이들이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물론 샘들이 한둘씩 함께 들어갔지요.
밀가루와 김치가 중심재료입니다.
“맛있는 거, 잘 생긴 거 남 주라 그랬잖아.”
아이들이 방마다 집집이 음식을 돌리며들 그러데요.
명절이 따로 없습니다.
도현 성진 큰동휘가 김치부침개를 부쳤고
(희중샘은 반죽도 어찌나 늘었던지요),
세영 인영 재영 주완 강지윤이 김치핏자를 구웠습니다.
역대 가장 핏자 같은 핏자라는 명성을 얻었지요.
먼저 왔던 새끼일꾼들의 움직임은
고스란히 뒤에 오는 새끼일꾼들 교육이 됩니다.
‘보글보글 하면서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힘들어주겠는데 아이들은 계속 칭얼대고, 도움 되지 않는 도움을 주려했다. 화가 나서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잘 참는 아람언니를 보고 감동했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새끼일꾼 수현의 하루정리글에서)
상윤 주환이가 김치스파게티를 만들고
승인 현주 지현 준하 가야는 김치볶음밥을 냈습니다.
“반죽이 타기도 하고 손에 붙어서 고생도 하며 방법을 바꿔가며”
현빈 세아 자누 박지윤은 김치 호떡을 구웠다지요.
해온 신명 정빈 형찬이는
혹 국물맛이 잘 안 날까 하여
집에서 다시마와 멸치까지 챙겨왔던 무열샘을 따라
(연습까지 하고 온 건 아니나 모르겠습니다.)
김치칼국수를 만들었습니다.
해온이의 도움이 컸다지요.
‘워낙에 활동적인 아이라 요리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이 팔린 형찬이와
처음에 곧잘 하다가 다른 것에 관심이 가던 신명이”를
새끼일꾼처럼 챙겨가며 요리를 하더랍니다.
떡볶이는 작은동휘 혜원 바다가 냈지요.

백 차례도 더 넘어 된 계자인데도 많은 순간이 선명한 것은
그 계자마다 계자를 대표하는 풍경과 함께 기억되기 때문인 듯합니다.
오늘의 열린교실 펼쳐보이기에서 나온 작품 하나도
오래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데요.
일곱 개의 교실에 들어간 아이들이
서로 낸 성과물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작 무대에 오른 교실이 네 개 밖에 안 됩니다.
폐강이 된 교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쩐 일일까요?
형찬 상윤 신명 현빈 주환 성진이가 ‘뚝딱뚝딱’에서 만들어낸 나무에다가
‘한땀두땀’에 들어가 주머니를 만든 재영 주완 김지현가 복주머니를 걸고
‘실이랑’의 해온 세영 인영 작은동휘가 엮은 것들이 휘휘 감기고
거기다 혜원 바다 강지윤의 엽서가 펄럭였습니다.
“원래는 세 교실이 연합했는데
엽서도 끼워줬어요.”
그리하여 훌륭한 장식나무가 우리 앞에 섰더랍니다.
승인 현주 가야 준하는
아직도 많이 쌓여있는 단추를 가지고 놀고,
폐강 위기에 있던 ‘다시쓰기’는 도현이가 구해내
자유학교물꼬 모형을 만들었지요.
세아 박지윤 자누 큰동휘는 ‘다싫다’에 가서
얼어붙은 길에 연탄재를 깨서 뿌리며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들을 잘 썼다합니다.

‘무언가를 할 때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내가 할 수 있고 즐기는 일인가도 중요하지만 곁에서 힘이 되주는 사람이 있고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하기 싫었던 일도 끝에는 재밌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잖아요.
그래서 보글보글이라든지 열린교실이라든지 그런 물꼬의 활동이 뜻깊다고 생각해요......’
(새끼일꾼 아람의 하루평가글에서)
친구와 같이 와서
처음 움직이는 친구를 보며 자신을 보완하는 계기도 된다는 그입니다.
‘이젠 나도 친구들에게 물꼬를 소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뭔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보글보글 시간마다 느꼈었던 건데, 뭔가 복잡해서 할 때마다 힘들었는데 그래도 서로서로노력해서 하려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뻐요.’

넘치도록 노래를 하고 손말을 배우고
그리고 서로 의논하거나 하고 싶은 말들을 하며 한데모임을 했지요.
“여긴 참 자유로워서 좋아요.”
신명이가 그랬습니다.
여기도 속틀이 있고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그런데
기본 배경이 자유더라 그말이지요.
그걸 처음 온 그가 금새 느껴 또 좋데요.

오늘은 고래방에 건너가지 않고(어제는 고래방에서)
모둠방에서 대동놀이를 하고
고대신화를 가지고 춤명상(명상춤)을 하였답니다.
‘아이들이 놀이와 춤명상을 매우 좋아했음
춤명상 할 때는 열심히 따라하고
놀이할 때는 아이들이 신나게 즐겨서 나도 함께 즐겼음‘(새끼일꾼 지희의 하루정리글에서)
딱 이정도의 규모여서
한 방에서도 안과 밖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춤이 가능했지요.
하루가 제법 늦은 시간 끝이 나고
잠자리에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들려주는 시간,
자신이 읽고 싶었던 동화를 발견해서 들려주기도 하며
샘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는 동화읽기랍니다.
한편, 대동놀이에서 춤명상으로 넘어가기 전
말이 거의 없는 동화 한 편 읽어주었지요.
고요한 풍경을 담은 그림인데
아이들도 그리 고요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춤명상 할 동화책도 읽었지요.
춤명상도 이번계자의 대표 풍경이 되잖을까 싶데요.

아이들이 잠에 든 늦은 밤,
샘들은 불가에서 하나 하나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 표정을 닮아가고 있지요.
이들의 움직임에 존경이 일어납니다.
올차진 수민샘,
무어나 기꺼이 쓰일 준비가 되어있는 서현샘,
순하고 선함으로 따뜻함을 나누며
몸을 최대치로 끌어내고 있는 애진샘,
새끼일꾼 아람이의 성장,
또 처음 이 불편한 곳에 와서도 겸손하고 몸을 잘 쓰고 있는 지희,
그리고 희중샘!
아이들 똥통이 깨끗하도록 유지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과도 잘 놀고 진행을 위한 뒷배노릇도 훌륭한 그이지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이 샘들을 다시 만나는 계자여서 맘 얼마나 푹한지요, 푹한지요.
날씨도 그리 푹한 오늘이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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