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계자 사흗날, 2009. 1. 6. 불날. 눈이라도 내려주려나


겨울 아침을 엽니다.
가마솥방에서 상들을 치우고 한 오늘 아침 어른 해건지기는
무열샘이 진행했습니다.
곁에서 본 종대샘, ‘아주 잘 하더라’ 전합니다.
곧 아이들이 마당으로 나와 커다랗게 둘러서서
본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아침 체조를 하고
동네 한 바퀴 돌았지요.
‘아침에 동네 한 바퀴 돈 게 되게 좋은 것 같다. 몸에 열이 좀 나니깐 추운 생각도 안들구......’(새끼일꾼 소연의 하루정리글에서)
‘매력적이었던 동네 한 바퀴, 상쾌했던’(수민샘의 같은 글에서)뜀박질이었지요.
“임수는 참 안 따라오던데요.”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지요.
해건지기 시간이 좋다는 평가는 좀체 힘든데
현진이며 더러 좋았다는 평가들을 내놓았습니다.
춥거나 몸이 곤하니, 또 방학 중의 이른 아침의 움직임은
이렇게 온 몸을 흔들고 땅 하늘로 솟구치는 게 필요하겠습디다.
그래서 북방 요가가 동적일 수밖에 없겠데요.

손풀기는 수민샘이 진행합니다.
아이들이 아침 명상삼아 그림을 그리고 앉았습니다.
이번 계자는 전체진행을 여러 샘들이 돌아가며 하고 있지요.
오래 함께 해온 사람들이라
알게 모르게 익어진 힘으로 가고 있답니다.
그리고, 잘하기도 참 잘합니다.

‘들불’.
들녘에 나가 한 철을 쉬는 논에서 벌이는 잔치는
빼놓을 수 없는 겨울 계자의 진수 하나입니다.
‘......떡을 했는데(*맡았는데) 작년에 도현이가 냄새 한번만 맡게 해달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처음에 떡이 인기가 너무 없어서 걱정하기도 하고 좀 편하기도 했는데 막판에 달고나가 끝나고 애들이 몰려서 당황하기도 했다.’(새끼일꾼 소연)
모닥불을 피우고(숯이 벌개지면 고구마를 넣을 거지요)
한켠에선 달고나가 판을 벌이고
저 편에선 야외용버너에 은행이 익어가고
다른 편에선 망 위에서 인절미가 구워집니다.
가래떡에 꿀도 나왔지요.
‘매진입니다. 서영이는 개장부터 자리를 지키고 앉아 단골 대접(앉아서 배달되어 온 고구마, 은행, 달고나 먹기) 톡톡히 받고 갔습니다.’(현애샘)
맡은 샘들이야 주인장 노릇을 하고 있다지만
그 주인들 못지않게 단골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있는가 하면
철새들 마냥 이곳저곳 다 챙기며 다니는 이들도 있습니다.
끓이고 누르고 모양 찍고, 달고나집은 참말 바쁩니다.
아이들 맛있다 난리고(논바닥에서 무엇이 그렇지 않을까요)
선진샘 운지샘 세아샘 새끼일꾼 지윤이가 더해
불타는 달고나집 불을 껐더랍니다.
“국자 긁어낸 숟가락을 서로 빨아먹기 바빴어요.”
“숟가락 넣었다 뺐다 소독해가며 먹었지요.”
해인이는 집에서 못 먹던 것들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고
지현이는 나눠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던가요.
참 따뜻한 아이다운 말을 이 시간도 놓치지 않고 해주었지요.

샘들 몇은 불가에서
짚 위에 혹은 신문을 깔고 누워도 있었습니다.
곁에서 같이 눕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볕이 좋습니다.
‘빈들에 누워서 느끼는 햇빛이 너무 행복했고 따스한 시간이었다. 귓가에 울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더해지니......’(수민샘)
불이 사그라들고 이제 아이들이 숯을 가지고 놉니다.
샘들이 아이들에게 아주 얼굴을 받쳤습니다.
논을 헤매며도 놀고
아직 남은 눈을 뭉쳐와서도 놉니다.
짚으로도 놀고 리어카로도 놀고
마른 풀로도 나뭇가지로도 놉니다.
검댕 묻히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샘들은 그들이 계자를 와 예서 보냈던 옛 시간을 겹쳐 떠올리고 있었지요.
그리고, 세월이, 갑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흐뭇하게 앉아있는 시커먼 샘들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또한 ‘평화’였습니다.’(현애샘)

점심을 먹고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 공을 찹니다.
여자도 없고 남자도 없고
애도 없고 어른도 없고
동생도 없고 형도 없지요.
모두 적이고 동지입니다.
‘건표가 축구할 때 자꾸 나보고 수비를 하지 말라고 해서 나는 축의 습관 땜시 계속해버렸다. 축구를 끝난 후 우리가 이겼는데 건표는 우울하였다. 건표는 골키퍼의 상상을 하였던 것 같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축구를 해버렸다. 너무 내가 건표한테 상처를 주는 것 같아서 이번 여름 때 건표가 없으면 하고 건표가 있으면 축구를 안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정말 애들은 상상을 실패되면 다시 우울해지는지......’(새끼일꾼 세아)

‘구들더께’.
남향인 본관 창으로 드는 한낮의 햇살은
나른함을 부릅니다.
점심을 먹고 한바탕 뛴 아이들이 이제 방으로 들어
구들을 지고 뒹굴기 시작합니다,
아직도 마당을 헤매는 이들이 없지도 않지만.
숨꼬방으로 자러도 가고 공기도 하고
배 깔고 책도 읽고...
새끼일꾼 영환이에게 매달리던 아이들의 강도가
조금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힘을 빼내는 참 훌륭한 새끼일꾼의 역할!).
하도 심하니 외려 다른 애들이 말렸지요.
뭐, 희수는 여전합니다만.

수연이가 들불 나갔다 들어올 무렵
리어카 손잡이에 코를 부딪혔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또 꼭 그걸 이리 저리 기어댕긴 거지요.
갈비뼈처럼 코뼈도 모르는 사이 금이 갔다가
모르는 사이 붙기도 한다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 싶습니다.
열린교실 시간에 나가자고 짬을 잡아두지요.

‘열린교실 2’.
원래 ‘나무랑’으로 잡아두었던 시간인데,
열린교실에 대한 아이들의 성원으로,
지난 계자도 그러하더니만,
이번에도 열린교실을 다시 열자 합니다.
준비해둔 ‘나무랑’은 그 교실들 가운데 하나가 된 거지요.
“한 친구가 병원을 가야 하는데, 샘들이 긴장도 좀 되는데,
같이 모여서 ‘나무랑’을 하면 안 될까요?”
어른들은 또 어른들 대로 다 같이 ‘나무랑’을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절대 어떤 경우에도
다른 아이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을 접을 수 없다는
성빈이며 임수며들의 의견도 팽팽했지요.
이럴 때 사실 샘들이 주도하면
상황을 샘들 원하는 대로 몰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샘들이 마음을 놓데요.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은 것입니다.
‘샘들이 긴장(* 한 아이가 다치기도 했고)되어 있어 한 공간에 다 같이 있으면 조금 더 안정감 있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한 공간에서 하기엔 한 가지 활동이 좋겠다.’요지였습니다.
물론 반대가 있었고 결국⅔는 ‘나무랑’, /⅓은 ‘잠퉁이’와 ‘종이랑’, ‘한코두코’를 하기로 했습니다.
1. 아픈 친구가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샘들의 부탁을 거절하는 이기적인 아이들이 미웠지요.
2. 반면 할 수 있는데, 결국 샘들 뜻대로 하려했던 건 아니었나 미안했지요. 해도 되는 거였는데 안 된다 했으니깐.
그냥 쌤쌤이가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⅓을 살짝 구박하면서 잘 챙겨주고 잘했다 칭찬도 해주면서 잘 보냈습니다.’
병원에 다녀오는 오후를 현애샘이 잘 기록해서 이리 넘겨주었네요.

태현 동규 부선 일환 민재 수연 지완 현진 지현 건
예인 지인 희수 재용 성재 성빈 윤정이가
‘나무랑’에 들어가 목걸이를 걸었습니다.
유설샘이 서울서 끈이며 구슬이며 계자를 위해 보내왔고
올 겨울 이렇게 요긴히 쓰고 있지요.
평상에 모였다가 나무를 구하러 다녔고
멀리 나가지 않고 학교 안에서도
적절한 나무를 구할 수 있었다 합니다.
톱으로 잘라서 각자 하나씩 들고 모두방으로 들어갔다지요.
그런데 방안에 벌써 세 덩이가 좌악~
그러니까 어느새 한 방에
모든 샘, 모든 애들이 다 들어있게 된 겁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참 열심히 만들더라지요.
만들어놓고는 하나 하나 독특해서 너무나 좋았다지요.
병원을 다녀와 아이들 걸고 다니는 목걸이를 보는데도
얼마나 이뿌던지요.
‘왠지 모르겠지만 애들이 점점 차분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호열샘)
나무를 동여매고 매듭을 묶고 구슬을 꿰고 다시 매듭...
그것 또한 명상 아니었겠는지요.

‘한코두코’에서 민서 서영 임수 금비 선영이가 실을 엮었고,
주희, 화원, 유민이가 들어간 ‘종이랑’에는
작은성빈이도 같이 앉았고
나중에는 현진 유민 선영 일환 부선이 더해졌다 합니다.
주희는 쇼핑백을 만들고
화원이가 주희에게 자신의 첫 작품인 알림장을 주며 마음을 나누었다지요.
그런데 잠을 보충하겠다던 잠퉁이들 원석 철현 해인이는
정말 잠만 잤을까요?
잠을 자기나 했을까요?

때마다 아이들이 설거지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선진샘은 아이들이 쓰는 흙집 해우소를 날마다 비우고
선정샘과 종대샘은 아이들 밥상을 차리고
새끼일꾼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품앗이들이 전체를 살피며
마치 오래 이렇게 살아온 이들처럼 지냅니다.
‘설거지 끝나고 무열 종대샘과 잠깐 가진 tea-time 이 행복했다. 진한 커피,. 이곳에서는 그런 잠깐의 휴식에 감사하게 돼서 또 한 번 스스로가 충만해진다. 사소한 10여 분간의 휴식과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재잘거리는 수다와 웃음, 사소한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시간’(수민샘)

겨울 저녁을 노래로 데우던 아이들이
한데모임 뒤 대동놀이 하러 달려갑니다.
‘몸쓰기의 최고봉 세 가지, 물꼬축구 그리고 닭잡기와 토끼사냥, 그 중 두 가지를 한 번에 하다니, 으악, 하지만 역시 재미있었고 생각 없이 놀았다.’(수민샘)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하는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역시 ‘춤명상’.
‘새롭고 점차 재미있다.’(새끼일꾼 윤지)
동화 때문인지 더 재미있었다는 중평입니다.
동화를 읽고 그것으로 춤을 춥니다.
무엇이나 춤이 되고 예술이 되는 이곳이랍니다.
‘명상 부적응자’로 일컬어지던 똘맹이들도
조금씩 분위기에 젖어 들어갑니다.
가운데 밝힌 초의 몫도 컸겠지요.

모둠하루재기를 하고 씻으러 가네요.
왔던 아이들이 씻는 게 한결 편하다 합니다.
아무렴요, 목수샘이며 여러 사람들이 오래 고생했던 보람이지요.
무엇보다 흙집이어 기운도 그 만큼 좋은 곳이라지요,
다사롭기도 하고.

샘들이 방마다 밤마다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아이들이 잠자리로 가고
가마솥방에 모임 샘들.
아이들이 보낸 시간 하나 하나를 짚어가며
그 속에서 우리 마음에 들고 났던 것들을
가벼이, 그리고 유쾌하게 나눕니다.
‘나무랑’ 시간
아이들이 칼 들고 있던 순간이 두려웠다는 운지샘의 말에 수민샘이
하루정리글에 이리 쓰데요.
“예전 새끼일꾼 때, 아이들이 다치고 서툴까봐 대신 참 많은 것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기 보다는 믿고 맡겨두면 아이들은 항상 생각 이상으로 잘 해내곤 한다. 긴장을 너무 놓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걱정하고 긴장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것 같다. 충분히 주의주고 안내하면 그리고 그냥 믿으면 아이들은 그들의 보통 때보다 2배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
칼은 누가 들어도 위험하지요.
어른한테 쥐어줘 보세요, 위험하기 매한가지지요.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사용법을 잘 가르쳐주고 주의하도록 하고
그리고 ‘쓰게 해’야 잘 쓰게 되는 것 아니겠는지요.

‘항상 물꼬 오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내일이면 달골 가고, 모레면 산타고...... 계자 일정을 조금 길게 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희중샘? 무열샘인가?)
현애샘도 예전 14박 15일의 계자 일정을 그리워합니다.
얼마나 좋았던가를 곱씹으며 다시 그렇게 해보잡니다.
'때 빼고 광내고' 읍내 목욕도 갔던,
정말 산골에서 모두 같이 사는 것 같앴던 그 시간들...
그런데, 과연 그 시간을
이 즈음의 부모님들이 이 산골에 내줄지요?

엄마 보고프다 우는 놈 한 녀석쯤은 있건만
이번 계자는 답체 없습니다.
다들 너무 익숙하게 여기서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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