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계자 나흗날, 2009. 1. 7. 물날. 맑음

조회 수 1398 추천 수 0 2009.01.22 13:41:00

129 계자 나흗날, 2009. 1. 7. 물날. 맑음


밤에 얼마나 불을 땠는지
뜨거운 방에서 일어났다는 모두입니다.
그렇더라도 벽 쪽은 들어오는 한기가 만만찮았을 테지요.
아궁이를 지키는 건 기표샘만이 아닙니다.
새끼일꾼들이며 품앗이들이
돌아가며 같이 어깨 겯고 밤을 지새웁니다.
그러면서 또 깊어지는 관계들이라지요.
아이들을 섬기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밤이기도 할 겝니다.

달골 오르는 아침입니다.
물꼬가 꿈을 꾸고 한 발씩 나아가는 곳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도 다시 짚어보고 마음 모으는 걸음입니다.
달골포도즙을 먹고 달려 내려오지요.
달골까지 오르고 돌아온 아침은
밥상에 빵이 나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길거리표 샌드위치!
오늘은 가마솥방에서 심혈을 기울인 아침이 나온다나요.
정익샘이 한꺼번에 만들어서 꽝꽝 얼려둔
크림수프 엑기스가 풀풀 풀려져 나오기도 했지요.
눈물나게 맛있다는 현진이의 말 아니어도
으헤헤헤헤, 맛나기도 맛났더랍니다.

‘우리가락’.
최근 들어 한 사람이 판소리와 풍물을 내리 진행해오던 시간입니다.
오늘은 다르게 해보았지요.
판소리는 한 자리에 모여 익히고
풍물은 패를 나눴습니다.
그 전에 샘들의 짧은 사물 공연도 있었네요.
상쇠를 따라 현애샘이 징을, 선진샘이 북을,
그리고 운지샘이 장구를 잡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서울의 물꼬 방과후공부에서
장구를 배웠던 운지샘입니다.
이렇게 하는 걸 보면 저들 하기도 훨 수월하지요.
북에 민재 태현 부선 금비가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꽹과리, 북, 장구, 그리고 소고반으로
제 관심 따라 다 모여서
먼저 몸으로 가락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건너간 고래방에서
빙 둘러앉아 공연 한 판 했지요.
그렇게 금새들 익히고 공연까지 하는 걸 보면
분명 우리 안에 스며든 전통이 아직 죽지 않았구나 싶답니다.

이어진 ‘보글보글방’
만두를 빚습니다.
겨울에야 이만한 음식이 없지요.
“아이쿠, 동화도 읽어주지 못하고 시작했네...”
커다란 만두도 빚어놨는데
그것 따라 곱게 한 번 빚어보라고,
헌데 그리 하지 않아도
워낙 왔던 손들이 많으니 자연스레 빚어내고 있었지요.

‘마음 넓은 보자기’에선
부선 임수 민서 지완 지현 화원이가
호열샘 수민샘 새끼일꾼 영환이랑
만두피를 반죽하고 밀고 펴고 있습니다.
아주 만두피 찍어내는 공장이 되고 있었지요.
밀가루를 가지고 무얼 한다는 건 퍽 재미난 일입니다.
조형시간에 다름 아니지요.

건표 철현 원석 예인 지인 재용 하다 희수는
‘용감한 만두’를 빚었습니다.
솜씨 좋은 아이들과 솜씨 좋은 샘들이란
자찬이 있었지요.
다른 방이라고 어디 달랐을까요.
그랬더니 한 술 더 떠
맛과 용기를 겸비한 만두를 먹었다고 더 큰소리 내던 이들이었답니다.

‘슬기로운 만두’는 서영 현진 성재 예인 윤정이가 빚었습니다.
새끼일꾼 세아가 더 신나게 빚었습니다.
그런데 흐름을 잘 타고 가다
만두피 배달이 뜸해지면서
집중력을 좀 잃기도 하였다나요.

‘훌륭한 만두’집은
금비 민재 일환 해인 주희 수현 성빈이가 들어가 있습니다.
‘준비부터 정리까지 내내
이렇게 잘하니깐 훌륭한 만두구나, 훌륭해 훌륭해’를 연발하며
훌륭한 만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두방이 폐강 되는 건 또 처음 봅니다.
‘씩씩한 만두’집에 사람이 없습니다.
유민 화원 선영이가 들어갔다가 썰렁해서 다시 나왔지요.
어, 헌데 다른 방이 또 생겼네요.
화원이가 ‘보자기’로 가고
선영이랑 유민이가 씩씩한 만두를 준비하던 샘들과
‘사이좋은 만두’를 빚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남은 만두피반죽으로 열심히 칼국수가락을 뽑았습니다.
우리들의 점심입니다.
부엌에선 연신 칼국수를 끓여내고
아이들은 만두 들어간 속에다
오며 가며 시원한 칼국수를 한 그릇씩들 해치우고 갔지요.

애들도 애들이지만
보글보글방은 샘들의 일상성도 키워줍니다.
무열샘은 여유있게
다시 쓰지 않을 그릇들을 잘 챙겨보내며 움직이고 있었지요.
“이 집은 왜 이리 깨끗해?”
지나는 이들이 놀랄 만치 안정감이 있었답니다.
오래오니 이런 것도 표가 나네요.

‘연극놀이’가 이어집니다.
아이들의 재발견!
이번 연극을 다룬 물꼬 언론은
머리기사를 이리 뽑았다나 어쨌다나요.
혼례식 주례를 선 새끼일꾼 영환이며
(“물꼬 다니면서 얻은 게 있는데 ‘자신감’이요!”
영환이가 밤에 한 고백이었답니다.)
새신랑 호열샘이며
샘들의 열연도 못잖았습니다.

주희는 결코 말이 적은 아이가 아닙니다.
서영이도 말수가 늘어갑니다,
저번 계자를 다녀가고 다시 온 첫날부터 손을 번쩍 들던 민서처럼.
예인이는 다른 모둠들처럼 분장을 해보지 못해 몹시 안타까와했습니다
(그래서 또 와야 한다니까요.).
55분 동안 소품 의상준비만 했다는 1모둠은
5분 준비로 날림연극이 되는가 했더니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주었지요.
배경그림도 없다고 불만에 불만을 얘기하는 민재에게
“괜찮아. 우리는 연기가 되잖아.”
샘들이 그리 위로하더니
정말 명연기들로 승부했습니다.
극이 끝난 뒤로 성빈이는 팥쥐엄마로 불렸고,
금비 콩쥐와 화원이 팥쥐 역도 눈에 띄었으며,
까마귀 까치 참새가 된 성재 재용 희수의
새춤도 우리들을 요절복통케 했지요.
큰 형님 윤정이는 무대에 서는 대신
노래 배경 분장을 맡아 뒷배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금비야 어떻게 그렇게 쓰러지는 연기를 잘해?”
“책보고 배웠어요. 집에서.”
4모둠은 어찌나 친절한지 ‘해설이 있는 공연무대’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나아가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내서
관객을 보는 이에서 하는 이로 전환시켜주는 지혜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동규 태현 일환 민재는 잔치집 취객으로 등장하여
와, 엄청난 박수갈채에 둘러싸였고,
운지샘 희중샘 새끼일꾼 영환의 노바디춤은
우리를 어깨 들썩이게 했으며
현진이와 주희가 열연한 두꺼비는 또 얼마나 정겨웠는지,
항아리 지완이는
우리에게 정말 항아리가 있음을 몸으로 충분히 그려주었지요.
적절한 음악, 수준 있는 무대, 샘들의 헌신, 바람직한 관객의 자세,
아, 훌륭한 잔치마당이었더이다.
“여기 와서 연극하면 연극이 무대에만으로 한정 되지 않고
연극의 앞뒤로도 유지가...”
현애샘이 그러던가요.

손말을 배우며 장애를 가진 이들과 소통하는 법에 대해,
노래를 부르며 음악이 지닌 힘에 대해,
말나눔 생각나눔을 통해 조율하는 법에 대해
익혀가는 한데모임이 끝나자
오늘 연극 줄거리가 콩쥐팥쥐였듯
‘대동놀이’ 역시 콩쥐팥쥐였답니다.
“길을 가며 웬 아저씨만 보고도 삼촌 생각이 나고
웬 아줌마만 보아도 이모 생각이 나는 콩쥐는...”
팥쥐와 콩쥐의 온 집안사가 다 드러난 한밤의 대동놀이는
어떤 기구를 쓰지 않고도 놀이가 놀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요.
손으로만 노는 놀이만으로도
온 집 떠나갈 듯 놀 수 있다마다요.

춤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습니다.
‘금비 수연 태현이까지 모두 명상에 집중했다. 그 엄청난 분위기란 참....’
(수민샘의 하루정리글에서)
드디어 명상부적응자들도 명상으로 스며듭니다.

오늘 하루도 아이들이 만든 정토에서
배터지게(참 적절한 표현이다 싶습니다) 웃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이렇게 귀엽게 나왔냐?”
새끼일꾼 진주가 성재한테 그랬다나요.
“엄마가 낑낑대면서...”
그리 나왔다네요.
뺑실뺑실 일로부터 도망 다니던 재용이는
한데모임에서의 시커먼 도깨비빤스를 입지 않으려고
바로 설거지 개수대 앞으로 달려가더라지요.
낮에 동규가 다가와 제 손을 꼬옥 붙들고 나지막히 속삭였습니다.
뒤가 마려웠던 거지요.
툴툴이에 천지를 모르는 그도
이렇게 진지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남자샘들 찾을 것 없이 곁에 있던 현진이한테 맡겼더니
잘 데리고 가서 잘 뉘고 돌아왔데요.

아이들이 이불로 들어가고
샘들은 가마솥방에 둘러앉습니다.
새끼일꾼 영환이가 현애샘한테 그랬지요.
“선생님이 되면 이렇게 잘 시켜요?”
가벼운 한 마디가 교사들에게 배인 습에 대한 일침이 되고 있었답니다.
‘일상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그러나 알고 있던 못된 습관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이게 물꼬에 오는 이유겠지요. 날 돌아보고 다시금 다잡는 기회가 되니까요. 감사합니다, 이곳의 존재가.’(현애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아이들을 통해서도 그러하지만
밤마다 불가에서 나누는 샘들의 하루평가 자리는
서로를 깊이 깨우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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