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쳤던 몇 가지

조회 수 1112 추천 수 0 2009.01.27 15:05:00

산을 다녀오면 드는 단상이 있지요.
메모를 해둡니다.
아구산 다녀와서도 물론 그랬습니다.
헌데 그 쪽지가 안 보이는 겁니다.
적어 놓으면 그거 믿고 그 내용을 잊을 때가 흔하지요.
이런, 할 수 없지요.
그런데 오늘 큰 수첩 귀퉁이에서 발견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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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면 그 만큼 높이 혹은 걷는 길이에 비례하여
배도 조금씩 출출해집니다.
“여기서 점심 먹으며 안돼요?”
재용이는 거의 울상이 되었지요.
“오야, 먹자. 우리 재용이 덕분에 점심이 이르네.”
이른 점심인데도 김밥 참말 맛있었습니다.
한 줄을 세 개로 썬 김밥을
아이들이 대여섯줄은 기본입니다.

어제의 연극놀이는 산오름에도 이어집니다.
길이 좀 편한 곳에서 연극 후일담 뿐 아니라
마치 연극인들이 그 극을 하는 가운데,
혹은 다음 연극에 들어가기 전에
여전히 그 배역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어제의 배역으로 익어갔지요.
“야, 새엄마!”
성빈이를 아이들이 그리 부르고 있었지요.

춤명상의 뒤끝도 깁니다.더러 그 음악을 흥얼거리기도 하였지요.
“샘, 그 음악이랑 샘이 참 어울려요.”
동화를 가지고 추던 춤을 이야기합니다.
철현이었습니다.
아이들도 귀 있고 눈 있답니다, 아암요.

지현이의 신발을 자꾸 쳐다봅니다.
신고 왔던 신발의 뒷굽이 찢어진 걸
오늘 학교를 나설 때야 알았네요.
급히 제 허드렛신발을 주었는데,
아무렴 자기 신발만 할까요.
그래서 자꾸 눈이 갑니다.
희수랑 임수 신발도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앞의 계자 같았으면 아주 혼쭐이 났을 신발입니다.
거추장스러운 장식으로 눈에 젖었더라면
아주 죽음이었겠습니다.
두툼한 이불 같은 낙엽길이어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무덤가에서 잠깐공연도 있었습니다.
사탕을 몇 개씩 돌려 단맛을 보충하며 다리쉼을 할 적,
철현이의 어제 연극공연 재탕이 있었고
새끼일꾼 영환이도 불러나갔으며
또 누가 나갔던가요.
그 끼들을 어찌 그리들 누르고 지냈더란 말입니까.
누운 죽은 자도 한 때 즐거웠을 겝니다.

“여기는 산이 무서워요.”
팔공산은 그렇지 않다는 희수입니다.
“산도 사람처럼 다 다르지.”
산도 얼마나 얼굴이 많은지요.
“샘, 하늘이 너무 가까워 보여요.”
성재는 그러데요.
그래요, 산은 하늘과 바로 맞닿은 곳이지요.

아이들이 사과즙 하나에도 참 행복해라 합니다.
작은 것이 지니는 기쁨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이곳 생활입니다.
산에서는 더하지요.
아래서라면 파이 하나가 즙 하나가 이토록 맛이 있었을까요.
“즙은 하늘입니다~”
성재를 시작으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데요,
크게도 부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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