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계자 닫는 날, 2009. 1. 9. 쇠날 / 갈무리글들

조회 수 1639 추천 수 0 2009.01.24 13:50:00

129 계자 닫는 날, 2009. 1. 9. 쇠날 / 갈무리글들


간밤 샘들 갈무리는 아주 늦도록 있었지요.
내리 세 차례씩 하던 계자가 한 주 주니
아쉬움에 더 그랬겠습니다.

‘물꼬에 오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달리 가만히 있질 못하고 뭐든 해야할 것만 같네요. 하나라도 더 찾으려는 마음이 생기나 봅니다. 계자 끝나고도 옷도(*옷방의) 정리해야지 싶고... 물꼬는 샘들이나 아이들에게 참 좋은 곳입니다. 큰 배움의 공간이어서 계속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희중샘의 계자 전체정리글 가운데서)
무열샘은 당분간 마지막 계자여서인지 이런저런 생각 많았다지요.
“정말 소중한 곳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너 대타 없으면 군대 못 간다!”
“형 있잖아요. 제대하고 여름 계자 붙는다던데요.”
무열샘의 형 승렬샘이 군복무를 마치고 올 거지요.“
희중샘도 그 자리를 메꾼다지요.
그리하야 무열샘은 군대 무사히 가게 됐답니다.
‘샘들이 많아 곳곳에서 청어엮기도 잘 할 수 있어서 강강술래 정말 재미있었다... 물꼬는 항상 기쁘게 해주는 것 같다. 전자기기 없이도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서 너무 즐거웠다. 또 앞으로도 계속 새끼일꾼으로 와서 멋지게 성장해야겠다.’(새끼일꾼 윤지의 같은 글에서)
‘요번에는 애들이 활발해서 그런지 왔던 애들이 별로 없었지만 새로운 애들이 적응도 좀 빨랐던 것도 같고, 더 친해지고 너무 정이 많이 간 거 같다.’(새끼일꾼 소연)
선진샘은 이곳에서 보낸 몇 해를 돌아보며
선배답게 다른 품앗이와 새끼일꾼들에게 바램도 놓네요.
“여기서 관계에서 얻는 경험을 통해 자기 돌아보고 자기 찾는 소중한 경험되었으면... 그런 점에서 물꼬에 감사드려요.”
청소며 몸을 움직이는 일은 그리 큰 일 아닌데
아이들과 몸 바쳐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정작 큰일이라며
새끼일꾼들과 희중샘 무열샘 대단하단 인사도 놓치지 않았지요.
대학을 다니며는 손발로 열심히 돕고
이제 직장인이 되어서는 돈 번다고
이번 겨울엔 실내슬리퍼를 한 가마니 들여 준 그였습니다.
그런 힘으로 또 물꼬가 겨울을 난다지요.
“물꼬에서 계자를 통해 올라온 새끼일꾼, 품앗이 일꾼들에 대해 역할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름이 다르면 구분이 필요하지 않나, 새끼일꾼과 고학년 아이들과의 경계가 필요하고...”
새끼일꾼과 품앗이일꾼과의 관계 정리도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새끼일꾼 훈련에 대해 고민이 더 필요하겠다는
과제를 안겨준 건 현애샘이었지요.
그는 계자 내내 잘 말하는 법에 대해 되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조직 사회에서 적을 만들지 않고 적이 되지 않는 말하기 법이라 자조했지만).
일정상의 문제제기도
늘 격하지 않게 그리고 상대가 맘 상하지 않게
잘 잡아주고 있었답니다.
아이들의 계자이면서 어른들의 성장도 돕는 어른의 계자이기도 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겠습니다.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체조를 하고 이불을 털고 아침을 먹고
공간 갈무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썼기 때문이란 까닭보다
다음에 쓸 누군가를 위한 준비이지요.
올 겨울 전체 계자의 끝이기도 합니다.
(앞 계자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어른들이 쓰던 공간이 역시 정리가 덜되었더군요.
네, 제 깊은 고민은 여전히 ‘어른들’이랍니다요, 하하.)

청소가 끝나고 모두 한 방에 모여 전체 갈무리를 하고
그리고 복도에서 한 줄로 서서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나누며
‘마친보람’을 끝으로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차에 오릅니다.
여름에 다녀가고 겨울에 왔는데
그 사이 머리를 흔드는 버릇이 생겨있었으나
그래도 자주 보이는 건 아니어 다행이었던 성래,
학년이 올라가며 다치지 않을까 싶어 걱정되던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 태현,
일제 말 조선인 형사 같은 분위기의 웃기지도 않던 동규,
동규와 서로 친구가 확실한(한발짝의 양보도 없던 그 대결구도!) 지완,
이제 익었다고 손 번쩍번쩍 들던 민서,
그리고 틀림없이 민서 친구인 참한 서영,
외려 너무 말 잘 들어 그게 더 걱정인 맏며느리감 부선,
꼭 같이 애 키우는 데도 어떤 아들놈은 이렇고,를 연발하게 하던
늘 참 긍정적인 건표,
큰 형 같이 맏형 노릇해서 몇 학년인가 다시 보게 하던 일환,
‘세상이 그리 온통 짜증스럽다는 표정이냐’
한 마디를 알아듣고 얼굴에 항상 배여 있던 짜증을 내려놓던 민재,
마음이 여러 자꾸 살피게 되던 수연,
여자 아이들의 감수성과는 많이 다르던 주희,
장녀 노릇에서 해방시켜주고 싶던 예인,
거침없이 유쾌하던 철현,
그리고 첫날부터 철현이와 좋은 우정을 만들며 형 노릇 톡톡히 하던 원석,
조금만 조금만 더 자신이 터져 나왔으면 싶던 지현,
말이 필요 없던 큰 언니들 해인이와 윤정이,
이제 같이 있으면 마음 하나도 쓰이지 않는 오랜 시간 속의 현진이와 지인이,
집안싸움은 집에 가서 하라고 오달지게 소리 듣던 임수와 희수,
한껏 즐기고 헐렁거리던 재용,
흐트러진 방에 빗자루 젤 먼저 들고 나타나던 성재,
이제 좀 마음이 펴진다 싶은데 벌써 갈 때가 된 선영이와 유민이와 화원,
쌍둥이 동생이랑 올 때랑 다르게 아이들 속에 더 많이 들어가던 성빈,
저것도 나중에 시집 간다 그러겠다, 내 그때 지금의 너를 증언하리라던 금비,
그리고 늘 예 살면서 안내자 역할을 돕는 하다와
이번 계자를 더욱 말 그대로 빛내주던 작은 성빈이까지,
이 아이들이 만들던 천국 혹은 정토를
도대체 담을 말들을 찾지 못하겠니이다.

늘 하는 말이나 낡지 않은 말,
모다, 모다 고맙습니다.
모다, 모다 사랑합니다!

-------------------------------------

아래에 아이들이 남긴 갈무리글을
글이 쌓여있는 차례대로 옮깁니다.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맞춤법만 더러 손을 댄 곳이 있답니다.

- 말줄임표 ‘...’은 옮기면서 줄인 것,
‘.....’은 원 글에서의 말줄임표로 구별하였습니다.
-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 이가 주(註)를 단 것입니다.


1년 금비: 나는 자유학교에서 많을 것을 배었다. 실력은 손을로 목도리만들기나 그러걸 만이 배었다. 얘들이랑 놀았던 기억이 났다. 그림도 그리고 참 재미있었다. 내가 정말 재미있어던 것은 보글보글이랑 나무랑과 열린교실이 정말 재미있어다. 책읽기도 재미있어다. 그리고 졸랑이랑 장순니랑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연극놀이도 재미있어다. 나 주인공 콩쥐를 하였다. 참 재미있어다.(* 그림: 콩쥐역과 보글보글방하는 금비)

4년 일환: 난 여기 자유학교 물꼬에서 보글보글이 재미있었다.
왜 재미있었냐면 오리를 애들과 같이 만들어 나눠먹고 그래서 친구와도 친해졌기 때문이다.
또 제일 힘들었던 것은 산너머에서 산을 몇 시간 동안 넘어서 엄청 힘들었다. 하지만 처음에 힘들었던 대가로 내려올 때 낙옆들을 타며 썰매처럼 슝~ 내려왔다.
그리고 옥샘. 정말 5박 6일 동안 잘 지냈고 5밤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제 이 자유학교에 오고 1밤 자고 가는 것같이 느껴져요.
다음에도 여름 때 꼭 올게요.
아차 다른 선생님들도 고맙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축구를 같히한 희중샘과 제일 먼저 친해진 영환샘 재미있었고 감사했습니다.
연극놀이를 할 땐 내가 술 먹는 사람을 했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았고 춤명상을 할 땐 촛불을 끌려는 동규, 지완이 등 애들 때문에 좀 집중이 안‰瑩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36 2009. 2.16.달날. 다시 얼고 고래바람 옥영경 2009-03-07 1205
1835 2009. 2.15.해날. 흐림 옥영경 2009-03-06 989
1834 2009. 2.14.흙날. 구름 옥영경 2009-03-06 1007
1833 2009. 2.13.쇠날. 봄비, 그리고 드센 바람 옥영경 2009-03-06 1051
1832 2009. 2.12.나무날. 심한 바람, 흐린 하늘이 간간이 열리고 해 옥영경 2009-02-24 1062
1831 2009. 2.11.물날. 맑음 옥영경 2009-02-24 1009
1830 2009. 2.10.불날. 흐리고 바람 많은 옥영경 2009-02-24 1041
1829 2009. 2. 9.달날. 맑음 / 정월대보름 옥영경 2009-02-24 1181
1828 2009. 2. 8.해날. 맑음 옥영경 2009-02-24 1035
1827 유설샘 미루샘의 혼례 주례사 file 옥영경 2009-03-07 1172
1826 2009. 2. 7.흙날. 흐림 옥영경 2009-02-13 1286
1825 2009. 2. 6.쇠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031
1824 2009. 2. 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151
1823 2009. 2. 4.물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071
1822 2009. 2. 3.불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096
1821 2009. 2. 2.달날. 흐물럭거리는 하늘 옥영경 2009-02-13 1019
1820 2009. 2. 1.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148
1819 2009. 1.31.흙날. 맑음 옥영경 2009-02-06 1218
1818 2009. 1.30.쇠날. 비 옥영경 2009-02-06 1134
1817 2008. 1.28.물날. 맑음 물꼬 2009-03-06 94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