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8.해날. 맑음

조회 수 1037 추천 수 0 2009.02.24 08:54:00

2009. 2. 8.해날. 맑음


한밤에 대해리에 닿았다고
늦도록 뒹굴자던 아침이었습니다.
여독도 여독이었지만
3월부터 석 달을 머물 미선샘이랑
지낼 이야기를 나누느라 갓밝이에야 잠이 들기도 하였지요.

점심을 먹고 부엽토를 긁으러 갔습니다.
다사롭고 고솜한 까만 흙,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요?
산골 밤기운이 다녀가고
가끔 토끼가 앉았다 가고
그 자리로 낙엽 다시 쌓이고
비에 젖고 눈에 젖고
오랜 시간을 썩고 또 썩어
이제 썩은 내마저 훌훌 다 날아가고...
동쪽 개울 쪽 기슭에 가서 살살 긁어냅니다.
옛적 사람들은 덤불에 쓰레기를 버리곤 했지요.
앞마을 높은 쪽 집들의 후미진 경사 덤불지이니
옛날 예 살았을 사람들의 껍데기들이
마치 덤불들의 일부인 양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다 찌그러진 양은대야, 깨진 병, 조각난 플라스틱 통들,...
“으악!”
뱀술을 담아 먹고 뱀만 남은 빈 술병에
놀라 벌러덩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였더랍니다.

모종포트에 쓸 것만 담아오자던 것이
일을 시작하면 또 욕심이 나지요.
“밭에도 좀 뿌리자!”
간장집 뒤란 고추밭에 뿌렸습니다.
계획은 점점 커지지요.
아, 아직 무리하게 팔을 쓸 게 아닌데
일하다 보면 어디 그러한가요,
번쩍번쩍 무거운 것도 들어야지,
낼 엄청 고생하겠다 싶으면서도 또 하고 또 합니다.

또 아쉽지요.
백합나무 아래며 밭뙈기 주변 검불들도 다 긁습니다,
입춘 들면 해야는 일이기도 한데,
어느 때고 해야할 일이기도 하니.
그리고 태웠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연기입니다.
그리고 얼떨결에 봄농사을 시작한 거지요.
대보름을 지나고 하루 더 뒹구는 귀신날도 지나며
비로소 봄을 여는 농사를 시작한다지요.
날이 그리 푹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36 2009. 2.16.달날. 다시 얼고 고래바람 옥영경 2009-03-07 1207
1835 2009. 2.15.해날. 흐림 옥영경 2009-03-06 992
1834 2009. 2.14.흙날. 구름 옥영경 2009-03-06 1009
1833 2009. 2.13.쇠날. 봄비, 그리고 드센 바람 옥영경 2009-03-06 1054
1832 2009. 2.12.나무날. 심한 바람, 흐린 하늘이 간간이 열리고 해 옥영경 2009-02-24 1064
1831 2009. 2.11.물날. 맑음 옥영경 2009-02-24 1012
1830 2009. 2.10.불날. 흐리고 바람 많은 옥영경 2009-02-24 1042
1829 2009. 2. 9.달날. 맑음 / 정월대보름 옥영경 2009-02-24 1184
» 2009. 2. 8.해날. 맑음 옥영경 2009-02-24 1037
1827 유설샘 미루샘의 혼례 주례사 file 옥영경 2009-03-07 1175
1826 2009. 2. 7.흙날. 흐림 옥영경 2009-02-13 1288
1825 2009. 2. 6.쇠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033
1824 2009. 2. 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153
1823 2009. 2. 4.물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073
1822 2009. 2. 3.불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099
1821 2009. 2. 2.달날. 흐물럭거리는 하늘 옥영경 2009-02-13 1021
1820 2009. 2. 1.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150
1819 2009. 1.31.흙날. 맑음 옥영경 2009-02-06 1221
1818 2009. 1.30.쇠날. 비 옥영경 2009-02-06 1136
1817 2008. 1.28.물날. 맑음 물꼬 2009-03-06 94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