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조회 수 2130 추천 수 0 2003.12.26 11:16:00
얼마 전
한 청년이 다녀갔습니다.
걸어서 여행을 하는 가운데 있다하였습니다.
영동 읍내 기선샘의 소개로 물꼬를 왔더랬지요.
닷새쯤 머무르며 손 보태고 가겠다더이다.
아이들은 그를 불량스님이라 불렀습니다.
스님같진 않은데 머리가 짧은 탓이었겠습니다.
"연습이지. 이제부터 세어서 닷새여야지."
닷새를 앞두고 그랬더니
또 선뜻 마음을 내주었습니다.
첫눈이 그 즈음 내렸지요.
그 눈을 상규샘이랑 같이 맞아서
식구들이 더 좋아했던가 봅니다.
통닭 내기하던 야구하며
밤새 나누던 얘기하며
일 짬짬이 풋풋한 시간들도 많았더랍니다.
살아온 시간들을 들려주던 상규샘 생각이 나네요.
어쩜 그리 얘기를 쫀득쫀득하게 하던지...
상규샘 나가던 그 아침,
떠나는 손님들로, 들어오는 이들로, 무던히도 북적였댔습니다.
발 아픈데 바르라고 챙겨주려던 목초액과
꺼내놓고 삶아주지 못한 달걀을
그 날 저녁답에야 생각해내었지요.
못내 이것저것이 아쉽습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컸던
상규샘입니다.
지금도 어느 길 위를 걷고 있을 테지요.
아무쪼록 건강했음 좋겠습니다.
곧 다시 온다 하였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00 2009. 1.9-10.쇠-흙날. 맑다가 눈발 / 129-1 계자? 옥영경 2009-01-24 1263
1799 129 계자 닫는 날, 2009. 1. 9. 쇠날 / 갈무리글들 옥영경 2009-01-24 1636
1798 놓쳤던 몇 가지 옥영경 2009-01-27 1109
1797 129 계자 닷샛날, 2009. 1. 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1-23 1347
1796 129 계자 나흗날, 2009. 1. 7. 물날. 맑음 옥영경 2009-01-22 1395
1795 129 계자 사흗날, 2009. 1. 6. 불날. 눈이라도 내려주려나 옥영경 2009-01-21 1278
1794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1915
1793 129 계자 여는 날, 2009. 1. 4.해날. 맑음 옥영경 2009-01-09 1201
1792 2009. 1. 3.흙날. 맑음 / 129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9-01-09 1179
1791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1914
1790 128 계자 닷샛날, 2009. 1. 1.나무날. 맑음 / 아구산 옥영경 2009-01-08 1344
1789 128 계자 나흗날, 2008.12.31.물날. 맑음 옥영경 2009-01-07 1251
1788 128 계자 사흗날, 2008.12.30.불날. 눈 옥영경 2009-01-07 1310
1787 128 계자 이튿날, 2008.12.29.달날. 구름 걷어내며 해가, 그러다 싸락비 옥영경 2009-01-02 1543
1786 128 계자 여는 날, 2008.12.28.해날. 맑음 옥영경 2008-12-31 1360
1785 2008.12.27.흙날. 맑음 / 미리모임 옥영경 2008-12-30 1265
1784 2008.12.26.쇠날. 맑음 옥영경 2008-12-30 1263
1783 2008.12.25.나무날. 눈발 날리다가 옥영경 2008-12-29 1135
1782 2008.12.24.물날. 꾸물딱거리는 하늘 옥영경 2008-12-29 1055
1781 2008.12.23.불날. 갬 옥영경 2008-12-29 102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