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몽당계자 닫는 날, 2010.10.24.해날. 비 내리다 개다


새벽, 경이네가 먼저 떠났습니다.
종대샘 일어나 운전해서 마을로 내려갔지요.
안개 부슬거리다 비가 되었고
마을은 안개에 둥실거렸습니다.
6시 25분 새벽 버스가 내려왔고,
다시 달골 올라 잠시 눈 붙였네요.

아침수행,
모두 경이네가 먼저 간 걸 아쉬워했습니다.
10년도 더 전에 강의하던 곳에서 만나
이제는 대학생이 된 오빠에서 경이까지 이어진 끈,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브루더호프에서 스쳐갔던 인연의 신정원님을
그예 대해리에서 만났습니다.
오랜 세월을 켜켜이 쌓은 인연이라 마음 두텁기도 했고,
한편 풋풋한 기쁨 같이 하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밥바라지로 애 많이 쓰셨습니다.
또 오마 하고 가셨지요.

아이들이 염원을 담아 백배 절을 합니다.
준성이까지 백배를 채우고 앉았습니다.
한 배에 한 마디씩 나오는 백배음반이
좋은 안내자가 되어 주었지요.
축축해진 하늘이 우리들을 더욱 깊은 수행으로 데려갔습니다.
창고동 높은 천장이,
그리고 창고동의 많은 창들이 불러들인 자연이,
우리를 더욱 안으로 침잠하게도 했지요.

비가 조금 굵어졌습니다.
차로 아이들을 내립니다.
떡국을 먹었지요.
밥도 말아 먹습니다.
여유 있는 아침입니다.
소사아저씨와 목수샘은 잔잔히 내리는 빗속에
포도나무 가지를 치러나갔고,
가을길 비단길을 걸으러 아이들이 갔습니다.
그 사이 고맙게도 비는 는개비로 변해 있었지요.
큰형님 느티나무에 올라 마을도 굽어보고
나무 그늘 기운 다 안아 오라 했습니다.
그 시간이 젤루 좋더라고도 하지요.
이곳을 둘러친 무엇이 아니 그렇겠는지요.

그 사이 식탁에는
어제 군인들이 사들고 왔던 스낵과
아이들이 들고 왔던 과자들을 냈습니다,
차와 함께.
이것도 몽당계자에서 볼 수 있는 풍경 하나이지요.
전체 일정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종이 한 장씩 안고 갈무리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부엌에서는 아이들이 들고 온 반찬통에
유기농사과를 쪼개 넣고
빵을 구워 사과잼도 발랐지요.
아이들 가는 길, 가벼운 요깃거리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 버스에 태워 보내고 잠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졸음에 겨워하며.
늘 역까지 같이 나가고 싶어 하는 현진이한테
눈에 보이는 일을 두고 함께 나가지 못해
번번이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번엔 휘령샘, 인경샘, 예지샘, 성수샘, 시광샘, 기락샘,
그리고 류옥하다 선수까지 배웅을 갔으니
마음 한결 가볍네요.

열망하는 밤낚시를 가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고구마도 캐고 돼지감자도 캐고감도 따고 
가을길 비단길도 걸었네요.
날망에 올린 연탄 1,500장,
거기서 진행된 라이브콘서트,멋졌습니다.
류옥하다는 막내 준성이한테 특히 감동을 받았더라나요.

현진이, 이번 계자도 기적을 보여주었지요.
감나무에 올랐다가 떨어져 퍽 엎어졌는데
나뭇가지가 눈을 피해 눈꺼풀 위 아래만 상처를 주었습니다.
준성이는 어제부터 이가 아프다 했지요.
주전자뚜껑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부딪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낫겠다 하고 보고만 있었습니다.
잘 살펴봐 달라 전화도 넣어야겠습니다.
상찬이는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났더니 오른쪽 눈이 벌갰습니다.
아빠가 의사이신데 뭐,
하며 집에 그냥 보내기로 합니다,
당장 심각한 일은 아닌 듯도 보여.
아이들을 잘 건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난 여름 못 본 재우가 훌쩍 자라왔습니다.
한맥이는 한결 이곳이 편해진 듯했지요.

성재가 그랬습니다,
명상하는 시간 아니어도 
여기서 보낸 2박 3일이 다 명상의 시간 같았다고.
아, 아무도 그만두지 않고 거뜬히 백배 절도 마쳤더랬지요.

아이들, 언제나 물꼬에게 자랑스런 존재들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물꼬는 언제나 이 둘러친 산들의 우물 속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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