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수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늘 하는 생각입니다만,

우리 어떤 인연으로 이 산골에서 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요.

 

산책 대신 가마솥방에 둘러앉습니다.

여느 2월의 빈들이라면 봄이 어디쯤 오나 계곡으로 나가봤을 테지요.

2014학년도 물꼬 한해살이, 그러니까 학사일정이지요,

같이 짭니다.

이번 빈들모임의 주 작업이 이것이었던.

마음 든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시간을 함께 해주어. 

 

월남쌈식 샐러드와 빵과 감자샐러드와 두유와...

갈무리글 쓰고 바삐 이른 점심을 먹고

아리샘이 모두 태워 나섰더랍니다.

그런데, 진주샘이 묵은 방을 닦고 나옵디다.

고맙습니다.

이제 그런 게 되는 겁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수년 외로이 걸었습니다.

새끼일꾼과 품앗이샘들, 그 동지들이 있었으나 홀로 안팎의 일들을 감당해야 했지요,

사는 일이 그렇듯 그저 내 일이려니 하고.

2014년은, 하기야 언제나 그러했습니다만, 또 새로운 길로 물꼬가 들어섭니다.

가온이가 류옥하다의 자리를 이어줄 수 있겠습니다.

“그래야지요!”

가온이의 힘찬 대답이 고마웠습니다.

품앗이샘들 쪽은 진주샘이, 그리고 전체 바깥 움직임의 축은 아리샘이 될 것입니다.

희중샘은 머잖아 물꼬 내부로 아주 들어와 축을 이룰 참.

“물꼬 고만한다 하지 않도록 도와줘!”

서울에서 달에 한 차례 공부모임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아리샘의 갈무리글을 빌자면,

‘...나는 올해, 물꼬 일년살이 계획 중에 마음이 많이 가는 것이 인문학독서모임과 어른계자인데, 인문학독서모임은 4월 서울모임에서 open 강좌 형태로 자유롭게 드나들게는 하되, 주축을 1,2명 더 세우는게(나를 제외하고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약한 부분들을 보강할 누군가의 도움을 잘 받고 싶다.

나는 물꼬가 내적으로 더 단단해지고, 우리 스스로가 혹은 우리를 보는 밖이 누군가가 이 공간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을 갖는데는 물꼬를 채우는 우리가 참 좋은 사람-된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에게 내세우기 위한 인문학 공부가 아니라(토론에서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수련과 명상의 연장선으로 스스로 공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우리 품앗이, 새끼일꾼들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 공간의 유쾌함과 흥이 그저 공중에 붕 떠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단단한 지면에서 솟아오른 느낌이길 바란다.

인문학모임은 ‘물꼬를 준비하는 모임’에 대한 향수일수도 있고 그저 한 살한살 나이 먹어가는 어른의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노파심일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를 지속할 수 있는 저력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자기 소양, 그릇의 크기인 것 같다.

함께 성장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어른의 학교’-어른 계자가 이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어른의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뭔가 세상에 대해, 그리고 도시에서의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고민거리를 받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물꼬가 지금 이 시대에, 이곳에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미 낡았닥 말하는 문제들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함께 고민하고, 그래서 좀 다르게 살아보자고 말하기 위함이 아닐까... 너무 진지한가?

진지함이 진부함과 어색함이 된 요즘에 물꼬니까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2014학년도를 같이 걷지 않으시려는지요.

아, 가을학기에는 물꼬 부설 '산촌유학센터'도 두려합니다.

언제적부터 사람들이 말을 넣던 일인데,

실무자가 자리를 잡기 쉽지 않았더랬지요.

물꼬의 오랜 품앗이샘이 들어와 서너 달 준비를 한 뒤 문을 열지 싶습니다요.

설레입니다.

 

모두 떠나고,

이어 실타래학교를 위해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계자에 이어, 또 새 학기를 준비하는 2월에 4박5일 일정이 너무 길다 여겨져

사흘로 줄였고,

한 가정 두 아이는 하루 가족 상담을 하기로.

하여 앞의 사흘은 아이 셋이, 뒤의 사흘은 어른 둘과 아이 둘이 하루 쓰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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