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조회 수 4161 추천 수 0 2003.11.04 23:01:00
사람들이 자주 물어옵니다.
문화생활로부터 너무 멀어서 건조하지 않냐구요.
무엇보다 서울로부터 멀어져서 그게 젤 아쉽지 않냐구요.
음...

또는 너무 단조롭지 않냐구요.
단조롭고 싶어 이리 사는데
정작 나날이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지 못하게 하는 대해리네요.

문화생활요?
여기여서,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없지는 않습니다요.
지난 8월 26일에는 무주반딧불축제에 갔댔지요.
가도가도 고자리라는 고자리를 지나 도마령 800고지를 넘어
저 아래 구름이 걸렸데요,
길은 정말 구절양장에...
아, 그 너머 산 끝에 무주가 있더라니까요.
대장장이 아저씨 만나서 언제 학교에도 오십사하고
산싸리 인동초로 바구니 짜는 아줌마들한테선
밥 얻어먹고 엮는 법도 배울 사나흘짜리 배움허락도 받아두었지요.

8월 28일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으로 열린
김천국제예술퍼포먼스페스티벌에도 다녀왔습니다.
한밤에 얼마나 신명들이 났던지...

같은 달 30일에는 자계예술촌에서 하는 연극도 보러갔지요.
연극이 끝난 뒤, 밥도 먹고 곡주도 받고.
보일러공사 끝내놓고 간다고
먼지로 덮힌 옷을 털고 세수하고들 서둘러 나섰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 기분을 어떻게 묘사해야 아실지,
일과 예술이 함께 하는 날을 오래 꿈꾸었고
이제 그렇게 살게 된 자들의 기쁨을...

9월 24일에는 직지사에서 한 산사음악회를 다녀왔지요.
산속에서 보낸 밤인데도
쌀쌀할 수 없었던 가을밤이었습니다.
김광석의 키타반주에 너나없이 넋을 잃더이다.
장사익샘도 뵙고 왔구요.

9월 26일은 영동 국악당에서 마당극 배비장전이 있었습니다.
마당극을 무대에서 하는 한계에다가
소란한 관객들이 걸리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푸지게 즐기다 왔지요.

그래요,
그러저러 삽니다.
건조하지 않게요.

그런데,
정작 더한 풍성함은
바로 대해리를 둘러친 하늘과 산과 들과 길들이 주는 것입니다.
여기, 온통 촉촉해요.
건조하다니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802 2009. 1.14.물날. 맑음 / 이장 취임식 옥영경 2009-01-28 1230
1801 2009. 1.11-13.해-물날. 눈, 눈 옥영경 2009-01-27 1535
1800 2009. 1.9-10.쇠-흙날. 맑다가 눈발 / 129-1 계자? 옥영경 2009-01-24 1266
1799 129 계자 닫는 날, 2009. 1. 9. 쇠날 / 갈무리글들 옥영경 2009-01-24 1639
1798 놓쳤던 몇 가지 옥영경 2009-01-27 1112
1797 129 계자 닷샛날, 2009. 1. 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1-23 1349
1796 129 계자 나흗날, 2009. 1. 7. 물날. 맑음 옥영경 2009-01-22 1398
1795 129 계자 사흗날, 2009. 1. 6. 불날. 눈이라도 내려주려나 옥영경 2009-01-21 1282
1794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1919
1793 129 계자 여는 날, 2009. 1. 4.해날. 맑음 옥영경 2009-01-09 1206
1792 2009. 1. 3.흙날. 맑음 / 129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9-01-09 1181
1791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1917
1790 128 계자 닷샛날, 2009. 1. 1.나무날. 맑음 / 아구산 옥영경 2009-01-08 1347
1789 128 계자 나흗날, 2008.12.31.물날. 맑음 옥영경 2009-01-07 1254
1788 128 계자 사흗날, 2008.12.30.불날. 눈 옥영경 2009-01-07 1313
1787 128 계자 이튿날, 2008.12.29.달날. 구름 걷어내며 해가, 그러다 싸락비 옥영경 2009-01-02 1545
1786 128 계자 여는 날, 2008.12.28.해날. 맑음 옥영경 2008-12-31 1363
1785 2008.12.27.흙날. 맑음 / 미리모임 옥영경 2008-12-30 1269
1784 2008.12.26.쇠날. 맑음 옥영경 2008-12-30 1266
1783 2008.12.25.나무날. 눈발 날리다가 옥영경 2008-12-29 113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