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7.나무날. 비

조회 수 1111 추천 수 0 2008.12.21 15:28:00

2008.11.27.나무날. 비


마을의 아줌마 한 분이 찾으셨습니다.
올해 깻잎을 제 때 갈무리 해놓지 못해 아쉽다는 말씀 들으시고,
당신네는 해마다 동서들네 언니들네 딸아들네에 다 나누고 나면
꼭 식구 먹을 만큼 있다셨는데,
그래도 챙겨서 보내신다셨습니다.
아이를 보내었더니 어둑한 길이 마음 쓰이셨는지
학교 큰대문까지 갖고 오셨더랍니다.
다른 유기농 농장에서 나눠준 유정란과 사과즙을
역시 나누어드렸지요.
이렇게 오고감이 사람 사는 일이겠다 싶습니다.

미처 짚으로 싸매주지 못했던 배추들이 있었습니다.
그곳으로 낙엽들이 자리를 틀었지요.
오늘은 그 속에 떨어진 감잎으며 솔가지며
마른 잎사귀들을 떼어냈습니다.
목공실도 틈틈이 치우고 있지요.
쉬엄쉬엄 소일거리로 소사아저씨가 주로 하고 계십니다.

내일까지 공사 준공 사진을 군청에 제출해야 해서
종대샘은 날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워낙 일을 차곡차곡 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손이 야물기도 하여 시간 더욱 걸리는 일이겠다 싶습니다.
한옥을 공부했던 이이기도 하여
자잘한 장식에서 그런 냄새가 풍기기도 하여
일을 맡은 이의 바쁜 마음과는 달리 구경의 즐거움도 있더이다.

식구들이랑 느긋한 아침을 먹는 중이었는데,
잘 보이도 않을뿐더러 볼 짬도 없는,
또 그닥 별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신문에
웬일로 눈이 갔는데,
지율스님 단식이 어쩌구 하길래
그 일을 두고 누가 뭐라 한 걸까 들여다봅니다.
이곳에서의 신문은 이미 당일의 날짜가 갖는 의미가 뜻 없어
언제적인지도 모르고 읽어가다 몇 글자 옮겨두었습니다.
지율스님처럼 50일 60일 단식하자면 한국에 더는 단식할 사람이 없다,
도법 스님의 걷는 방법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편한 방법이어서 좋다,
그런 말로 시작한 김종철 선생(녹색평론)의 즉물즉설이었지요.
“성과를 처음부터 생각하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녹색평론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 하는 것일 뿐이다.
사회에 뜻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걸 안 하면 이 신경질을 풀 길이 없다.
도법스님도 걷는 게 좋아서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다.
생태운동 해서 1015년 이 나라 접수하자,
이런 것은 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우리는 국가 권력을 뺏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우리 자신의 권력을 빼려고 하는 것이다.
일관되게 성실하게 나가는 것 그 자체가 성공이다.
뜻대로 되느냐 안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생 동안 잡념 없이 길을 갔다는 게 정신적인 자산이 될 것이다.”
요즘 새삼스럽게 다시 깊이 생각하고 있는 생각이
당신의(?) ‘공동체마을’과 많이 닿아있기도 하다 싶고,
새로운 학교처럼 공동체운동처럼 이 시대 흐름이 또 그리 가고 있구나 싶었지요.
“시골에 가면
사람들 속에서 사심 없이 무사하게 돕고 어울려 재미있게 사는 이들이 많다.
우리 부모들은 자신도 먹을 것이 부족해도
당장 굶어죽는 사람은 도와야 한다고 했고
마을 사람들이 앞다투어 도왔다.
그것이 마을의 힘이다.
모든 문제가 마을을 잃어버린 데서 왔다.
그냥 마을 만들기가 아니라 마을 살리기가 필요하다.”
억지로 나름대로 진보적인 이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마을이 아니라
그냥 있던 마을 말입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공동체마을에 대해
회의가 깊던 이즈음이어 더욱 눈에 든 기사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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